기묘한 그러나 아름다운 Strange, but beautiful

 

김기태展 / KIMKEETAE / 金岐泰 / painting 

2021_0602 ▶ 2021_0615

 

김기태_Unknown Artist- April 22nd 20_캔버스에 유채_145×145cm_2020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91205e | 김기태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21_0602_수요일_05:00pm

갤러리 그림손 기획 초대展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_12:00pm~06:30pm

 

 

갤러리 그림손

GALLERY GRIMSON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22(경운동 64-17번지)

Tel. +82.(0)2.733.1045

www.grimson.co.kr

 

갤러리 그림손은 6월 2일부터 6월 15일까지 기획초대전 전시 김기태 개인전을 개최한다. ● 21회 개인전을 갖는 김기태 작가는 존재와 비존재 간극의 경계 사이를 그리고 있다. 존재하는 공간과 존재하지 않는 공간, 그 어딘가의 사이를 작가만의 상상력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홍익대학교 서양화 학사, 석사를 마치고 뉴욕에서 사진과 회화를 전공하면서, 사진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초기 작품들은 원하는 풍경사진을 찍은 필름 위에 작가가 상상하는 새로운 풍경을 만들면서, 그 이미지는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풍경으로 완성하는 작업을 주로 하였다. 이번 갤러리그림손 전시에서는 사진을 빼고, 오로지 회화만으로 이러한 풍경을 구현해 내고 있다.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개념은 현실 속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현실이 또 다른 환상의 세계로 펼쳐질 수 있는 가능성과 꿈을 꾸기 때문에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면서 또 다른 세계를 마주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김기태 작가의 작품 속에서 중요한 것은 빛이다. 작품 속 빛은 우리가 볼 수도, 볼 수 없는 빛일 수도 있다. 빛은 자연 속에서 생명을 상징하기도 하면서, 곧 자연 그대로일 수 도 있는 현상으로 표현되고 있다. 마치 그 빛으로 인하여 자연이 생성되고, 사라지는 것처럼 작가는 환상적인 빛의 표현으로 인하여 작품의 경계를 더욱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 이번 전시의 제목은 『기묘한 그러나 아름다운』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의 풍경은 현실과 초현실의 중간 어디쯤에,,,,로 보여진다. 또한 작품 안의 시간도 여러 시간이 공존하고 있다. 빛에 의해 다르게 보여지는 새벽과 어스름한 늦은 저녁은 한 작품 안에서 경계를 알 수 없는 공간과 공간이 마주하여 새로운 시공간으로 보여진다. ● 작가는 항상 어린 소년이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하며, 마주하는 새로운 세계를 함께 걸어가는 마음으로 작업을 한다. ■ 갤러리 그림손

 

 

김기태_Unknown Artist- June 5th 1989_캔버스에 유채_130.5×194cm_2021
김기태_Unknown Artist- August 16th 1987_캔버스에 유채_130×162cm_2021

기묘한 그러나 아름다운  장면1. 푸르고 높은 하늘 아래 햇살은 따뜻하고 바람은 부드럽던 어느 날, 작은 언덕을 지나 보일듯 말듯한 작은 개울이 무성한 풀숲 사이로 지나가는 그 길가에는 그리 크지 않은 나무 한 그루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인적이 뜸한 이곳은 나름 소풍 나오기에 좋아 보이는 그런 풀밭과 그늘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으리라. 어쩌면 오래 전 어느 사랑하는 연인이 이곳에서 사랑을 속삭였으며, 또는 먼 길 가던 여행자들은 이 그늘에서 잠시 땀을 식히곤 했을 지도 모른다. 또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저 너머 들판에서 벌어진 어느 전투에서 큰 상처를 입고 도망친 한 병사는 이 그늘에서 떠나온 집을 그리워하며 가쁜 마지막 숨을 내쉬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여기에 그들의 달콤했던 속삭임, 지친 땀 냄새와 한숨, 그리고 희미해져가는 눈으로 허공에 마지막 손짓을 남겨 놓았다. 오랜 시간이 흘러 그들이 남긴 그 흔적들은 마치 그들의 아름다웠던 나날들을 보여주기나 하려는 듯 부드럽게 일렁이며 빛나기 시작했으며 일부는 부드러운 산들바람에 저 멀리 그날의 하늘 속으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김기태_Unknown Artist- Mar 9th 17_캔버스에 유채_72.7×91cm_2020
김기태_Unknown Artist- July 8th 2003_캔버스에 유채_83×116.5cm_2021

장면 2. 또 한동안의 시간이 흘러 모두가 떠나간 후, 이제는 더 이상 아무도 이곳을 찾지 않는다. 그렇게 그 모든 흔적들은 덮여지고 다시 무너졌다가 흩어져 서서히 사라져갔다. 어느 여름 큰비로 산사태가 나기도 했고 그 후, 내리 큰 눈이 쏟아지는 혹독한 겨울들이 이어졌다. 또 언젠가는 갑작스런 큰 바람에 몇몇 나무들이 뿌리째 넘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은 그 모든 풍경을 천천히 바꾸어 놓았다.

 

김기태_Unknown Artist- March 19th 1974_캔버스에 유채_181×281cm_2021

이렇게 좋은 날씨는 참으로 오랜만이라 온몸으로 쏟아지는 햇살의 짜릿한 진동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아까부터 떠돌던 작은 새소리도 어느덧 자취를 감춘 지 한참인 오후, 이제는 딱히 어디라 말하기 힘든 외딴 어느 자그마한 언덕 사이를 한줌 작은 바람이 지나간다. 아무도 다닐 것 같지 않은 이렇게 외진 곳에도 누군가가 다니는 길의 흔적이 있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간혹 발견되는 작은 병 하나, 무슨 손잡이 같아 보이는 썩은 나무토막 등 이 길은 그렇게 누군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게 인적 없는 오솔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세상과 멀어져 자연의 한 부분이 되어 그야말로 물아일체가 된다. 바람이 되어 저 위에서 내려다보다가 나무가 되어 잠시 쉬어본다. 그러다 소리가 되기도 하며 또 햇살이 되어 이 들판에 지긋이 내려앉아본다. 그러다보면 평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 외딴 오솔길이 내는 소리, 향기 그리고 주변에서 올라오는 습기는 한데 모여 작은 오로라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저 너머 풀밭에서 홀연히 솟아 오른 한줄기 빛은 잠시 멈추는가 싶더니 어디론가 뻗어나갔다가 이내 사라졌다.

 

김기태_Unknown Artist- Sep 22nd 19_캔버스에 유채_80.3×100.2cm_2019

장면 3. 나의 작품 속 사건들은 현실과 초현실의 중간 어디쯤에서 일어난다. 어쩌면 그래서 나는 낮과 밤의 경계인 그런 시간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다지 현실적이지는 않아 보이고 그렇다고 딱히 초현실적이라고 하기에도 그런 정도이다. 마치 어느 한 여름날 느닷없이 찾아온 일식 현상을 마주한 그날의 그 이상한 느낌과도 비슷한······. 내가 무엇을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그저 보고 느낀 것들을 시각화할 뿐이다. ● 그날 쏟아지던 빗속에서 본 그 잠깐의 햇살은 과연 햇빛이었을까? 또 어느 날 차안에서 저 멀리 보이던 불빛은 과연 어느 시골집의 등불이었을까? 거기에 집이 있기는 했었을까? 그날 새벽 산중턱에서 내가 들은 그 속삭임은 구름이 나를 스쳐가며 내는 소리였을까? ● 숭고, 우리의 삶은 저 광활한 시공간의 한 구석에서 벌어지는 아주 작은 하나의 섬광과도 같은 것이다. 게다가 아주 짧디 짧아서 아! 하는 외마디 탄식조차 채 끝나기도 전에 사라지고 마는 아주 우연한 사건이다. 역설적이게도 우리의 삶을 이처럼 가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이 우연한 찰나적 일회성이다. 이 찰나적 일회성의 처절한 왜소함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시공간에 대하여 숭고라는 감정으로 나타난다. 이 숭고한 섬광은 거칠게 불타오르기도 하고 어떤 것은 가만히 사라지기도 하며 또 어떤 것은 꽤 오래가기도 하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은 다 우연일 따름이다. ■ 김기태

 

김기태_Unknown Artist- May 22nd 1999_캔버스에 유채_91×116.5cm_2021

Strange, but beautiful.  Scene 1. On a bright day, under the deep blue sky, sunlights warmly and breezes gust softly. As you go along a little hill, there was a small tree, making its cool shade by a little meadow. The meadow had a brook that can hardly be seen as it winds it's way through the overgrown grasses. An unfrequented place, a little while away from the village is a good meadow and shade for a picnic. Probably many people have already done this from a long time ago. Perhaps a lovely couple had whispered here long ago, or travelers going a long way, took a break to mop their brow. Then again, after another decade, maybe a severely wounded solider ran away from a battle that was ensuing over the hill. He took hard his last breath, missing the home that he had left. They have left here, their sweet whispers, smells of exhausted sweat and breath. The last gesture fades, with eyes getting darker. A long time has passed since then, the traces that they have left, begin to shine, swaying and smooth as if it wants to show their beautiful days. With a gentle breeze, some of them are climbing far, far away into the sky of those days.

Scene 2. Again other days have passed away, after everyone has left, no one comes to this places anymore. Like that, all of the traces have been covered, crumbled down, scattered and slowly erased. In one summer, there was a landslide caused by a big rainfall, after that, severe winters came, yielding heavy snowfall day after day. On some other day, a couple of trees were uprooted by a sudden gust of wind. In this way, time has slowly changed all of these scenes.

It has been a long time since we have had such a beautiful day, it is so happy a feeling, that sun light's wave comes to my whole body. In this afternoon, a small birds' chirp has whirled around me, and has already gone without our knowing. A slight breeze goes through the small, solitary hills, now one is hardly able to say where it is. It is a wonderful thing, a path is found in the middle of nowhere that seems untraveled. This road tells a story about someone, by things like a little bottle which was found occasionally or a rotten twig which looks like some kind of handle. While I walk down this unknown trail, I am getting apart from the world, becoming part of nature and turning into oneness. Transforming into the wind, I look down from above and then becoming a tree, I take a rest for a while. Turning into a sound, then I land softly on this field, being a body of sunlight. Now, a very extraordinary scene from the usual is presented. The sounds, and scents made by this isolated path and the humid air that comes from around, gather, make a small aura and a streak of a light which was suddenly beamed out over the field seems to stay a bit, moves to somewhere else and is gone. ■ KIMKEETAE

 

 

Vol.20210603f | 김기태展 / KIMKEETAE / 金岐泰 / painting

경계의 공간

김기태_김미옥_윤병운展

2014_0409 ▶ 2014_0427

 

 

 

초대일시 / 2014_0409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_12:00pm~06:30pm

 

 

갤러리 그림손GALLERY GRIMSON

서울 종로구 인사동 10길 22(경운동 64-17번지)Tel. +82.2.733.1045~6

www.grimson.co.kr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공간은 실재적 존재이면서도 허구와 모순이 함께 공존하는 사회적 단면을 가지고 있다. 초현실적인 현상은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에서도 혼재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성의 지배를 받지 않는 세계의 구성적 요소는 우리의 내재적 심리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시각적 효과로 보여 지곤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느끼는 불안정과 소외된 감각의 뇌는 어느 순간 자아적 깨달음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를 경험하고자 한다. 새로운 세계에서 나타나는 상황과 이미지는, 때때로 평안과 안식을 찾을 수 있으나 반대로 두려움과 혼돈의 방향으로 흘러 갈 수도 있기 때문에 대상에 대한 탐구와 호기심, 두려움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인간은 현실 속에서 살아가면서 현실이 아닌 삶을 바라면서 살아가고 있다. 하나의 시나리오와 무대를 설정하고 그 안에 존재하는 자아, 타인의 모습을 통해 비실재의 공간을 실재의 공간으로 끌어들여 그것이 마치 현실의 존재인 것처럼 구성하고 있다. 실재와 비실재의 경계는 낯설지 않다. 우리가 어디선가 보아온 공간은 실재이며, 그 공간에서 느끼는 사유적 공간은 비실재인 것이다. 이러한 이분법적 시각은 우리의 감각적 기억을 통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현상을 가져오게 한다.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은 끊임없이 이상적 공간을 추구하고 있다. 현실직시의 세계가 아닌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자 하는 인간은 실재와 비실재의 경계에서 나타난 상황을 충분히 받아들일 마음을 가지고 있다. 갤러리그림손 이번 기획전시에서 각자의 경험과 존재론적 사고를 통한 "경계의 공간"을 표현하는 김기태, 김미옥, 윤병운 세 작가를 모시고 실재와 비실재의 경계에서 나타나는 상황적 연출과 내면적 기록을 보여주고자 한다. ■ 심선영

 

 

                                                  김기태_Unknown Artist-June 22nd 14_캔버스에 혼합재료_60.6×72.2cm_2014

 

                                                     김기태_Unknown Artist-Aug 24th12_캔버스에 혼합재료_100×100cm_2012

 

                                            김기태_Unknown Artist-July 3rd 12_캔버스에 혼합재료_116.8×91cm_2012
 

 

내가 아주 어렸을 적 나는 어느 잡지에서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높고 푸른 하늘을 향해 길게 뻗은 나무들을 옆으로 두고 지게를 메고 걸어가는 농부를 올려다보며 역광으로 찍은 사진이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그 어린 나에게 아주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심지어 나는 그 사진을 수채화로 그리기까지 했는데(지금은 없어졌지만 농부는 없이 나무와 휜 구름에 푸른 하늘만으로) 아마도 그때는 그게 뭔지도 몰랐었지만 자연에 대한 어떤 숭고함(지금은 존재의 가치에 대한 의미 있는 배경으로서)에 매료되었던 게 아니었을까 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그때의 그 감정들을표현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나의 작품에 있어서 사진은 현실로서, 실재로서 그곳을 증거하고 그림은 내 의식 속의 그곳으로이끌어 가는 역할을 한다. 나는 언제나 내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그곳을 그린다. 그 곳의 풍경은전혀 특별하거나 새롭지도 않고 그저 냉정할 정도로 사실적인, 어쩌면 그래서 더욱 초현실적인 그런 곳이다. 부드럽고 상쾌한 바람이 내 머리 속을 스치고 내 주위를 가만히 지나가면 밝은 빛이 소리 없이 바람에 일렁인다. 이제는 잘 떠오르지도 않는 오래 전의 그 감정들은 삶의 층위 여기저기에 가지런히 쌓여있다 가녀린 한줌의 바람에 빛으로 변했다 저 높이 올라 하늘거리며 사라져갔다. 어찌보면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저 푸른 해원을 향한 영원한 노스텔지아의 손수건'이다. 어린 시절 아마도 교과서에서 읽었을 이 시는 무슨 이유에선지 이 첫 구절만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내가 그다지 많은 시를 알고 있지 않다는 것을 감안한다 해도 이 구절은 내 작품 속의 그 무엇과 상통하고 있는 듯하다. 무명의 어느 사진작가, 롤랑 바르트, 샐리 만, 마르셀 푸르스트 그리고 시몬느 드 보브와르 이들은 나의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 김기태

 

 

김미옥_바티칸-갠지스강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227.3cm_2013

 

김미옥_피라미드-갠지스강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2×130cm_2013

 

                                                           김미옥_뉴욕-갠지스강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145.5cm_2013
 

 

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가 되어버린 과거 유적지에서 인간의 탐욕과 이데올로기에 의해희생된 인간의 고통을 바라본다. 나는 그 곳에서 단순히 건축적인 아름다움이나 시각적인 풍경 이면의 부정과 결핍을 감지한다. 모든 장소는 인간처럼 스스로의 결핍을 지니고 있다. 그 장소를움직여 해체시키고 상반된 풍경을 결합시키며 수습해가는 과정에서 나의 이상화된 꿈을 실현시킨다. 그럼으로써 인류역사의 모든 이분법적 대립과 갈등을 화해시키고 조화를 꿈꾼다. 상반된 장소를 회화적으로 정교하게 결합함으로써 비실재적 풍경을 만들어낸다. 관광지가 되어버린 눈에 익은 특성에 가려져서 아마 얼마간은 존재하는 어떤 곳으로 인식 하게 될 것이다. 나는 새롭게 만들어진 풍경을 통해서 관광지화한 역사를 복원하고, 장소성이 회복되기를 희망한다.

김미옥

 

윤병운_Silence_캔버스에 유채_89.4×145.5cm_2012

윤병운_Silence_캔버스에 유채_50×116.8cm_2014

 

윤병운_Silence_캔버스에 유채_100×72.7cm_2014

 

 

윤병운의 그림은 친근하다. 무슨 크리스마스카드 속에 들어와 있는 양 부드럽고 포근하고 우호적인 감성으로 감싸 안는 느낌이다. 그림을 보면,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 눈발로 감싸인 정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나무 한 두 그루가 서 있고, 그 나무 사이로 빨간 버스나 자동차가 지나간다. 그리고 이따금씩 어디서 왔는지 모를 말 한 마리가 가로나 공원을 지나쳐간다. 말은 때로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눈덩이나 바위처럼 생긴 비정형의 형태 위에 동상처럼 자리하고 있기도 한다. 마치 양 날개인 양 두 마리의 개를 거느린 여인이 얼어붙은 듯 걷잡을 수 없는 눈발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정경도 보인다. 그리고 작가의 그림에 곧잘 등장하는 정경도 보이는데, 화면의 전면에 책무더기를 배치해 배경화면이 실제보다 더 멀고 아득하게 느껴지는 풍경이다. 그 자체가 무슨 책의 집 같고 성채 같다. 여기까지는 여하튼 알만한 풍경들이고 모티브들이다. 그런데, 이런 알만한 정경들이며 모티브들에도 불구하고, 정작 보면 볼수록 낯선 느낌이다. 왜 빨간 버스와 빨간 자동차인가. 가로 혹은 공원을 가로지르는 말은 무엇이며, 여인은 또한 왜 눈 속을 홀로 지키고 서 있는가. 그리고 성채처럼 와 닿는 책 더미는 다 무엇이란 말인가. 바로 알만한 정경에 함정이 있다. 알만한 정경이며 있을 법한 정경은 현실이 아니다. 그렇다고 비현실이라고 할 수도 없다.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풍경이다. 신기루와 데자뷰를 불러일으키는 알레고리적인 풍경이다. 있을 법한 풍경이면서도 정작 실제로는 존재하지는 않는 풍경이다. 작가의 관념으로 재구성된 풍경이며 만들어진 풍경이며 연출된 풍경이다. 바로 겨울로 대리되는 정서와 서정, 신화와 전설을 연출하기 위해 짜깁기되고 재구성된 풍경이다. ■ 고충환

 

Vol.20140412b | 경계의 공간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