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장르로 인정받는 게 어렵다는 선입견 깨고 싶다”

국내 포크록의 대부인 한대수씨(66·사진)가 다음달 7~1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리서울 갤러리’에서 소설가 마광수씨(63), 팝아티스트 변우식씨(43)와 함께 ‘꿈꾸는 삼총사’라는 작품전을 선보인다. 10일 오후 서울 신촌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대수씨는 “내가 사진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2000년 개인 사진전 ‘작은 평화’ 이후 14년 만”이라고 말했다.

‘꿈꾸는 삼총사’에서 가수인 한씨는 사진 15점을, 소설가인 마씨는 그림 9점을, 비보이 등의 경력을 지닌 변씨는 팝아트 작품 7~10여점을 각각 전시한다. 각기 달리 꿔온 꿈의 단면을 이번 전시회를 통해 소개하는 방식이다. 한씨는 “7년 전 마 교수의 그림전에 우연히 갔다가 그의 작품세계에 놀랐던 적이 있다”며 “최근 마 교수, 변우식씨와 만나 서로 다른 이상을 보여주는 전시회를 해보자고 해 이번 전시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씨는 고독이 주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사진 작품을 선별해 전시할 예정이다. 아내의 누드 사진 등도 포함돼 있다.

“사람들에게는 알리지 않았을 뿐, 음악을 하면서도 사진 작업을 꾸준히 했습니다. 사진과 음악은 통하는 것이 많거든요. 그림과 음악도 마찬가지고요.”




한대수씨는 이날 인터뷰 자리에도 오래된 카메라를 목에 걸고 있었다. 얼마 전 남대문에서 건진 1948년식 수동 필름 카메라였다. 한씨는 1975년 자신의 2집 노래가 금지곡으로 지정돼 활동이 막히면서 10여년간 미국에서 머물렀는데, 그때도 사진 스튜디오에서 작가로 생업을 이었다고 한다.

한씨는 향후 ‘사진작가’의 면모를 적극 보여줄 계획이다. 사실 한씨는 1967년 미국 뉴욕의 사진 전문학교 ‘인스티튜트 오브 포토그래피’를 나왔다. 1974년 귀국해 코리아헤럴드에서 사진기자를 하기도 했다. 그는 “1960년대부터 찍어 집에 보관해오고 있는 것이 50만장에 이른다”며 “1960년대 미국 히피 문화의 순간을 찍어두었고, 1970년대 이후부터는 한국의 변천을 꼼꼼히 담아왔다”고 소개했다. 창경궁이 ‘창경원’으로 불리던 시절의 모습이나, 앳된 스무살의 송창식과 윤형주씨, 시대별 거리와 사람들의 편린 등 남겨둘 만한 가치가 있는 순간도 기록했다.


그는 “지난달 갑작스러운 폐렴으로 병원에 실려가 4일간 입원을 한 적이 있는데, 사람이 죽는 게 간단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면서 “늦지 않았을 때 간직해온 사진을 정리하고 내보여야 한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그는 소장 작품들을 책으로 출간하거나, 특정한 기획전을 통해 소개할 계획이다.

한씨는 “엘비스 프레슬리는 수십여편의 영화에 출연했는데 사람들은 모두 가수로만 기억하고 있다”며 “서로 다른 장르로 인정받는 것이 어렵다는 그 선입견을 한번 깨보고 싶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 강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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