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짜리 동전 크기에 붓으로 새긴 반야심경

 20년간 가는 붓끝으로 270자 반야심경만을 써온 전남 목포고등학교 미술담당 김재현(59) 교사가 오는 16일부터 서울 인사동 목인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연다. 사진은 연꽃, 촛불 등 불교를 상징하는 그림 위에 새긴 반야심경 극세서화(極細書畵) 작품.

100원 동전 크기에 270자 반야심경 새겨

(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20년간 가는 붓끝으로 270자 반야심경만을 써온 고등학교 미술교사가 서울 인사동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연다.

100원짜리 동전 크기에 붓으로 270자 반야심경을 쓸 정도로 경지에 오른 이 교사 작품은 돋보기를 들이대야 글자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주인공은 목포고등학교 미술담당 김재현(59) 교사. 그는 오는 16일부터 22일까지 인사동 목인갤러리에서 '반야심경 극세서화(極細書畵) 초대전'을 연다.

초대전에는 연꽃, 촛불, 석탑, 구름 등 불교를 상징하는 그림 위에 쓴 반야심경 극세서화 작품이 전시된다. 그림 속 가로, 세로 2㎝ 내외에 270자의 반야심경을 새겼다.

'콩에 반야심경을 새겼다'는 항간의 얘기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 자, 한 자를 흐트러짐 없이 물 흐르듯 반듯하게 써내려가 감탄사가 절로 날 정도다. 돋보기로 봐야 읽을 수 있을 만큼 아주 작은 글자는 경이로울 뿐이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해 5월 20년간 쓴 작품 70여 점을 모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극세서화전을 연 이후 두 번째다.


극세서화 달인 김재현극세서화 달인 김재현
오는 16일부터 서울 인사동 목인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여는 전남 목포고등학교 미술담당 김재현(59) 교사.

그는 20년간 가는 붓끝으로 270자 반야심경만을 써왔다.


환갑을 눈앞에 둔 그는 돋보기도 사용하지 않고 맨눈으로 반야심경을 새긴다고 한다. 평소 쓰던 안경을 벗고 쓴다고 했다.

김 교사는 10일 "제대로 알고, 제대로 하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나를 보는 연습이 바로 반야심경이었다"면서 "앞으로도 반야심경 쓰는 일을 계속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반야심경 쓰기는 보통 10시간이 걸리는 힘겨운 작업이다.

조선대 미술교육과 출신의 김 교사는 처음부터 반야심경을 쓰지 않았다.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된 그는 1993년 3월 복직됐다. 해남 황산중에 출근했을 때 책상 위에 있던 반야심경을 보고 마음이 적적하거나 시간 날 때마다 쓰고 또 썼다고 한다. 반야심경을 사경하는 시간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다음 부임지에서도 숙직하거나 빈 시간에 사경하다 1996년부터 가로, 세로 3㎝ 크기에 쓰기 시작했다. 한계에 도전도 했다. 가로, 세로 1.9㎝에 새기기도 했다.

반야심경을 사경하다 보니 종교도 천주교에서 불교로 자연스럽게 옮겨갔다는 그는 "부처님, 선친이 좋은 눈을 줘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chog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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