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20

작가 구성수의 ‘향연’이 오는 10월 2일까지 후암동 ‘KP갤러리’에서 열린다.

 

구성수는 조각과 사진을 결합한 ‘포토제닉 드로잉’으로 다양한 표정의 꽃들을 선보이며

대중적 인기를 얻어 온 작가다.

 

사진이 다양한 창의적 예술에 활용되지만, 이 작업은 엄밀히 말해 사진이라기보다 미술에 가깝다.

기록을 사진 본연의 가치로 아는 나로서는 구성수의 작업은 예술의 한 방법으로 본다.

 

구성수의 ‘포토제닉 드로잉’은 단순한 꽃 사진이 아니다.

꽃에 찰흙을 붙여 음각을 만들고 석고를 부어 양각 부조가 되게 한 후

물감으로 채색하여 사진으로 촬영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조각 회화 사진의 매체를 모두 활용하여 실제와 구별하기 힘든 구성수만의 꽃 사진을 만드는 것이다.

 

표현기법으로서의 테크닉은 말할 것도 없고, 화면 구성력이나 색채 감각 등 미적 감각도 남다르다.

특히 근래들어 보여주고 있는 민초의 심상미는 주목할만하다.

이번 전시에는 말린 꽃으로 담아낸 ‘드라이 플라워’를 위시한 그동안 작업에서부터

신작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보여주고 있다.

 

‘향연’ 작가 노트에 실린 글의 일부를 옮긴다.

“대부분의 꽃들은 하얀색 드레스 프레임으로 장식되어 있고,

찰흙을 뚫고 나온 흙 묻은 과거 작품들과 색을 잃어버린 흑백 작품들,

그리고 새롭게 만들어진 조형의 조화에 이번 향연의 의미가 숨어있다.

포토제닉드로잉 시리즈 중 흑백으로 만들어진 이번 작품들은 부조의 질감과 고정된 석고

채색 후 사라진 색채는 민초들의 현실 반영이자 나의 내면을 은밀히 보여준다.

 

4개의 작품으로 구성된 유리 속 흑백 작품들은 강요된 조형미가 관객들에게 서커스 같은 긴장감을 준다.

이번 작품들의 특징인 꽃의 조형이 향연으로 이어진다는 점 이외에도 그동안 발표했던 작품들이

중간중간 자신의 역할을 해 주면서 작가의 노력들이 풍부한 작품군과 어우러진 잔치를 만든다는 점에서 즐겁다. -중략-

 

은밀하게 그러나 화려하고 비밀스러운 꽃의 향연을 통해 둘만의 대화 그리고 그 공간을 뒤로하고

남겨진 여운과 기억은 치료와 면역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나의 작은 바램으로 이 전시를 마련했다.”

 

구성수의 ‘향연’으로 코로나에 지친 일상을 달래보심은 어떨지...

 

글 / 조문호

 

[사진가를 만나다]

 

구성수 “‘포토제닉 드로잉’은 디지털 시대 ‘사진의 혁신’”

▲ '포토제닉 드로잉' 앞에 선 구성수 작가 [사진=양문숙 기자]

 

 (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색다르다. 기존에 알던 ‘사진’과도 다르고, ‘조각’, 또는 ‘회화’와도 다른 새로운 느낌을 풍긴다. 구성수 사진가의 ‘포토제닉 드로잉(Photogenic drawing)’이다.
 
구성수 작가가 선보이며, 사진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포토제닉 드로잉’은 사진, 회화, 조각 세 가지를 섞어서 새로 만들어진 사진 작품이다. 작업방식은 이렇다. 찰흙으로 만든 바탕 위에 야생화를 올리고, 평평한 판으로 덮어 누른다. 그 뒤 야생화를 떼어내면, 음각이 생기고, 그 위에 다시 석고를 부어 말리면 야생화 모양의 양각이 생긴다. 그 양각에 채색을 입힌 뒤 사진으로 촬영한다. 조각(판)에 채색을 해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이 되는 작품이다.
 
“조각, 회화, 사진 세 가지 매체의 각각 특성들이 묻어나면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개념의 사진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구성수는 ‘포토제닉 드로잉’ 중 대중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얻은 ‘야생화’ 연작을 시작으로 ‘낙엽’, ‘청바지’ 연작들을 연달아 발표하며 화제를 모았다.
 

 
▲ 구성수 '야생화' 시리즈 (상단부터 시계방향) Dahlia, Golden coreopsis, Calla, Gloriosa [사진=구성수 제공]

 

그는 어떻게 ‘포토제닉 드로잉’ 시리즈를 시작하게 됐을까. “새로운 사진을 하고 싶었다”는 구성수는 “사진은 항상 예술의 변방에 있었는데, 사진이 예술분야에서 주도 세력이 될 수 있을만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사진의 혁신’이라고 생각했다”며 시리즈의 의의를 명확히 했다.
 
디지털 시대, 새로운 사진의 혁신을 꿈꾼 구성수는 19세기 사진술 발명가 윌리엄 헨리 폭스 톨벗(William Henry Fox Talbot, 영국)에게서 해답을 찾았다. 19세기 사진의 혁신을 일으킨 톨벗이 발명한 빛으로 그린 그림이란 뜻의 ‘포토제닉 드로잉’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구성수의 ‘포토제닉 드로잉’을 만들어 냈다.
 
“최초로 복제가 가능한 사진을 만든 톨벗을 존경해왔다. 개념적으로 톨벗을 뛰어넘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사진을 만들고자 했고, 그렇게 ‘포토제닉 드로잉’이 탄생하게 됐다.”
 
시리즈 중 처음으로 작업한 ‘야생화’ 연작도 톨벗이 최초의 작업을 식물을 가지고 했기 때문. 하지만 ‘야생화’를 소재로 선택한 이유가 그뿐 만은 아니라는 구성수는 “야생화를 보고 있으면 우리 사는 것과 닮았다.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고 크기나 모양도 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야생화의 실물을 바로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고, 판에 나타난 양각에 채색을 해 작품을 끝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도 그 결과물의 마무리를 사진으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만으로는 이런 그림을 만들 수가 없다. 사진은 어느 한 지점에 초점을 맞추면 다른 지점에는 초점이 안 맞게 되기 때문. 전체적으로 다 초점이 맞추면서, 원하는 모양에, 원하는 질감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이 방법뿐이다.” 
 

 

 

 

구성수 [사진=양문숙 기자]

 

 

고등학교 때부터 사진을 배운 구성수는 고등학생 재학 시절에도 친구와 월세를 모아 암실을 얻을 정도로 사진에 대한 열정이 뜨거웠다.
 
구성수는 “20년 이상 사진을 해오면서 물론 힘든 일도 많았지만,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항상 내가 해아할 일들을 해나갔고, 그 일들이 ‘잘 안 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임했다”며 사진에 대한 열정과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지금까지 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열정적인 성격은 꼭 사진에서만 드러나는 것은 아닌 듯하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걸리는 액자를 직접 만든다. 그냥 ‘만든다’고 표현하기에는 수준급의 실력을 자랑한다. 몇몇 갤러리 아트숍에서 판매될 정도.
 
무엇이든 관심을 갖게 되면 그렇게 끝을 보는 성격이다. 액자 제작에 이은 요즘 관심사는 인테리어다. 전문가의 현장을 쫓아다니며 배우기도 한다. 최근 구성수는 자신의 취미를 살려 직접 꾸민 작업실 겸 미니 갤러리 오픈을 앞두고 있다. 넓은 공간은 아니라지만 구석구석 그의 손길에서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지인들과 함께 차도 마시고, 담소도 나누는 공간을 위해 만들기 시작했다. 또한 그곳엔 그가 작품으로 내놓지 않았던 B컷들을 걸 계획이다.

 

구성수 작가가 촬영한 작업실 풍경

 

 

갤러리 오픈을 앞둔 구성수는 “차 한 잔 마시러 와서 부담 없이 사갈 수 있도록 작은 사이즈의 B컷들을 전시할 계획이다. 사진을 인화해 본 사람들은 알거다. 아무리 작은 사이즈라도 좋은 프린터로 인화할 경우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하지만 그 내 작업실에 프린트까지 다 구비되어 있어, 인화지 사고 프린트 할 돈으로 작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하고 싶다”며 “작품의 컬렉션이 일부 계층의 특권이 아닌 일반 대중들도 손쉽게 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포토제닉 드로잉’으로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사진의 혁신을 꿈꾼 구성수는 다음 작품에 작업에 한창이다. 사진을 배우고 있는 고등학생들의 꿈을 다룬 ‘HERO’ 시리즈다. “이 아이들 중 김연아, 박태환과 같은 미래의 영웅들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에서 제목을 ‘HERO’로 지었다. 아이들은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고,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촬영은 다 마치고, 후작업을 하고 있다는 구성수의 다음 작품이 또 어떤 기분 좋은 충격을 선사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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