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사진



지난 14일 열린, ‘광화문미술행동’의 네 번째 프로젝트 ‘응답하라! 1987’이 시민들의 참여속에 진행되었다.

체감온도가 영하13도에 이르는 한파가 시민들의 몸을 얼어붙게 하였으나,

새로운 세상으로 바꾸려는 강한 투지는 한파를 견뎌내게 했다.





이날은 87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으로 사망한 박종철 열사의 30주기 추모를 겸했는데,

박종철열사의 대형 사진과 그 당시 그림들은 30년 전의 민주항쟁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얼마나 세찬 바람이 몰아치는지 현수막 걸개그림들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고,

지지대가 풀려나가 다시 끌어 메는 등 작가들이 고생했다.






'박종철기념사업회'와 연대한 추모제였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

“탁 치니 억하며 죽었다”는 그 때의 말도 그렇지만, 청문회나 특검에서 오리발 내며 거짓말로 일관하는

오늘의 상황이 더 지능적이고 악랄하다.






현수막전에는 신학철선생의 ‘초혼가’, 조문호의 ‘87민주항쟁’, 최병수의 ‘한열이를 살려내라’등

그 때 그 시절의 이미지들이 내 걸렸으나 추운 날씨 탓인지 정치적 한기를 더욱 체감케 했다.

‘한국민족춤협회’에서는 ‘백년의 바람 춤’을 추었는데, 백년만의 바람인지 엄청 난 북풍이 몰아쳤다.

그 바람찬 광장에서 지켜보는 시민들은 이를 악물며 결기를 다지게 했다.






시민참여 인증샷 ‘그날, 나도 거기에 있었다’와 차벽공략에 설치될 그림판 작업도 진행되었다.

사진가들이 찍어주는 인증샷에 참여하며, 굳은 얼굴을 펴기도 했고,

작가들과 시민들은 언 손을 녹여가며 글이나 그림으로 울분을 토해냈다.






김준권, 류연복, 김진화, 윤병권, 장경호, 이인철, 정영신씨 등 많은 작가들이 고생했으나,

이 날은 대구에서 올라 온 이재갑씨가 인증샷과 사진기록을 돕기도 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일하는 윤병권씨가 이재갑씨의 어린 시절 고향친구라는 것이다.

우연히 이산가족 만난 듯한 반가움에 얼었던 얼굴을 활짝 펴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 이광군, 남 준씨를 만나기도 했으나, 오후4시부터 다른 일과 겹쳐 잠시 떠나야했다.

그 시간의 기록은 정영신씨의 사진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오후6시가 지나서야 현장으로 복귀하니, 시민들은 종각방향으로 행진하고 있었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이재용을 구속하라’는 우렁찬 함성은 영하의 날씨를 녹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청와대 문고리 잡고 발악하는 박근혜나 자기 잇속 차리느라 잔머리 굴리는 정치꾼들을 보며,

도대체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는지 모르겠다,

이제 민심을 그르치는 정치꾼은 발 붙이지 못하게 모두들 눈 똑바로 떠야 할 것 같다.






작업을 마무리한 “광화문 미술행동”팀들은 ‘남원추어탕’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먼저 본 작가 외에도 김진열, 김 억, 최병수, 이재민씨 등 많은 분들이 모여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자리가 파하여 장경호, 최병수씨와 차 한 잔하는 자리에서 사진가 곽명우, 남 준씨를 만나기도 했다.

다들 역사의 현장을 기록하느라 늦은 시간 까지 고생하고 있었다.







오는 21일 열릴 ‘광화문 미술행동’ 다섯 번째 프로젝트 ‘차벽을 넘어 광장으로‘의 주제는 “동녘이 밝아 온다”다.

정오부터 ‘서울민미협’의 깃발전을 시작으로 ‘광장 갤러리’ 설치, ‘세화 목판화 찍기(김준권, 류연복)’,

‘서예 퍼포먼스(정고암, 강병인, 여태명)’ ‘시민과 작가가 함께하는 그림, 글쓰기’, ‘인증샷 사진촬영 등

다양한 미술행동이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상 뒤편과 미대사관 앞에서 펼쳐진다.





오랫동안 끌어 온 집회의 누적된 피로와 추위로 시민들이 완급을 조절하고 있으나,

다음 집회에서 다시 한 번 동력을 끌어 모아야 한다.

그 걸 악용하여 뒤집기를 시도하는 ‘박사모’ 잔당들의 역습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싸움은 박사모 잔당보다, 박근혜 무리가 척결되어야 할 대상으로 여기면서도 기득권을 지키려는 자들과의 싸움이다.

13차 촛불집회에는 모두 나서서, 끝장을 내자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 조문호




조문호사진































































정영신사진




















조문호사진



















좌로부터 이광군, 김준권, 류연복, 이윤엽씨



광화문광장에 가림 막을 친 경찰 차벽을 그림판으로 만든 두 번째 프로젝트 ‘촛불이 국민의 명령이다’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리며, 오는 7일에 열릴 세 번째 프로젝트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가 추진되고 있다.



여태명씨의 서예 퍼포먼스 [스크랩 / 김진하씨 사진]



지난 연말 열린, 두 번 째 프로젝트에서는 국민들의 새해 소망이 담긴 갖가지 구호들이 차벽을 메웠다.

서예가 여태명씨와 김성장씨가 ‘촛불이 세월호를 인양하리라’, ‘촛불이 차벽을 불태우리라’.는 등 큼직한 메시지를 남기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달려들어 ‘희망 저버리는 나라 말고 꿈 꿀 수 있는 세상아 와라’, ‘행복하고 싶어요’,

‘박근혜를 구속하라’등 새로운 세상을 향한 갖가지 염원들을 풀어놓았다.

오후4시경, 미 대사관 앞 경찰차벽에 이어 붙인, 그림판의 전체 길이가 60미터에 가까웠으니, 가히 장관이었다.















행동대원으로 나선 김준권씨를 비롯하여 류연복, 김진하, 여태명, 김 억, 정고암, 김남선씨가 달라붙어

일사불란하게 차벽 미술판을 만들어 갔는데, 류연복, 여태명씨는 사다리 위를 다람쥐처럼 오르내렸다.

그 외에도 김윤수, 이윤엽, 장경호, 이인철, 이광군, 이도윤, 이태호, 정영철, 성효숙씨 등 많은 작가들이 현장을 지켰다

















그런데, 경찰이 병력을 끌고 와 설치를 저지하려 했다.
스티커 범벅이 될 경찰차 보호막 노릇을 하게 될 천막을 왜 걷으려 했는지 모르겠다.

김준권씨의 끈질긴 설득으로 경찰들은 물러났으나, 한편으론 조마 조마했다.

늙은 투사의 부드러운 설득에 꼬리 내렸지만, 이젠 단순 물리적인 제압은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세종대왕상 뒤편에는 판화가 이철수씨와 김준권씨의 작품을 세긴, 길이가 7미터나 되는 인증 샷 배경 현수막이 설치되었다.

다큐 사진가들이 직접 찍어 주는 초상사진 인증 샷 '그 날, 나도 여기에 있었다‘를 진행했다.

 

나를 비롯하여 엄상빈, 정영신, 남 준, 곽명우씨가 촬영을 전담했으나, 양시영, 하형우, 이민씨도 현장에 왔었다.

다들 한 시간씩 나누어 찍기로 했으나, 남 준씨와 곽명우씨가 전 시간을 종횡 무진하는 바람에 늙은이는 끼어 들 틈도 없었다.

초상사진 기록은 물론 참가 시민들의 휴대폰 사진까지 찍어 주며, 최선을 다한 열혈 용사였다.











블로거 ‘다음’의 ‘인사동 사람들’과 ‘네이브’의 ‘한국의 장터’에 올려 본인 사진은 퍼 갈 수 있도록 했으나,

여러 사진가들이 찍은 많은 사진들을 정리해 모우려니,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

이 또한 요령이 생기면 해결되겠지만, 그보다 꾸준히 이어가려면 더 많은 사진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제 사진가들의 목소리도 절실한 시점이다. 사진가들이 만나, 즐겨 봉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연대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어둑어둑해 질 무렵, 촬영을 끝내고 사진 팀끼리 식사하러 갔다.

점심도 못 먹은 분이 있어 정영신씨에게  부탁했으나, 그마저 뜻대로 되지 않았다.

곽명우씨가 내겠다고 가로막았는데, 난데없이 사진가 김문호씨가 나타나 계산해 버렸다.

다른 좌석에서 우리를 본 것 같은데, 그 역시 가난한 사진가라 얻어먹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좌우지간 고맙게 얻어먹고 캠프로 돌아오니, 김준권씨가 사진 팀에 사용하라며 20만원을 내 놓았다.

진작에 있었다면 김문호씨에게 짐 지우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지만,

시민들의 후원으로 모은 돈을 밥값으로 사용할 것은 아니란 생각도 들었다.

진행하다보면 돈도 필요하겠기에, 정영신씨에게 총무를 맡겨 넘길 작정이다.







오후7시 무렵, 차벽에 설치한 그림 벽이 궁금해 밖으로 나갔더니, 광화문광장 일대는 인산인해였다.

200미터 남짓한 미 대사관 앞까지, 사람들을 비집고 가는데, 거짓말 조금 보태 한 시간은 걸린 것 같았다.

그런데, 차벽 그림판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그 위에다 스티커를 얼마나 붙였는지, 본래의 그림이나 글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개인이 붙인 사이 사이의 스티커야  괜찮으나, 정치색 짙은 스티커로 전체를 도배해 버린 것이다.

뒤늦게 그마저 사라졌다는 소식이 들렸다.  많은 국민들의 염원이 담긴 역사적 산물을 잃어버리다니... 

우리가 지켜내야 할 또 한 가지 과제를 남겼다.




오는 7일에 열릴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세 번째 차벽 공략 작전도 착착 준비되고 있다.

그 날은 오후2시부터 5시까지 작업하여 오후10시에 철수하게 되는데,

작가 정고암, 여태명, 박방영 세사람의 켈리그래피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정고암, 김천일작가와 함께하는 시민작가들의 그림과 글쓰기도 진행된다.





그리고 오윤(칼 노래), 홍선웅(역사의 노래), 이철수(북을 쳐라 새벽이 온다).이상호(무제), 정찬민 (세월호 미수습 이웃9인),

류연복 (따로 또 같이) 이윤엽(현장판화 복합) 등 판화가 7인이 참가하는 ‘메인차벽 작품 판화로 여는 세상“도 펼쳐진다.








세종대왕 동상 뒤에 설치된 '그 날, 나도 여기에 있었다‘ 포토존에서 사진가들의 초상사진 인증샷 촬영도 계속된다.

사진인들이 많이 들려주어야겠지만, 시민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멋진 사진 한 장 남겨두자.

가능하면 이름까지 밝혀둬야 하는 것은, 후에 사진집에 활용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또 다시 광화문광장을 예술의 난장으로 만들 ‘광화문 미술행동’에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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