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정오 무렵, 장흥의 사진가 마동욱씨를 만나기로 했다.
지하철 서울역 11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추워서 지하철까지 내려갔다.

개찰구 앞에 우두커니 서 있으니, 처음 보는 노숙인 한 사람이 다가왔다.
불룩한 가슴팍을 뒤집더니, 컵라면을 꺼내어 나더러 먹으라고 주었다.
내가 그렇게 배고파 보였을까? 없는 놈이 없는 놈 사정 안다는 말이 딱 맞다.

후배 만나 맛있는 밥 먹으러 갈 거라며 사양했으나, 코끝이 찡했다.
가진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자가, 하나 가진 밥그릇을 내놓다니..

이래서 늪에 빠지듯, 빈민들의 삶에 점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희망도 욕심도 없는 그들만이 따뜻한 인정을 간직하고 있었다.
가진 자들이나 권력자보다 배운 것은 없으나, 훨씬 인간적이었다.

갑자기 마동욱씨가 등장하여 반갑다며, 카메라를 들이댔다.
서울서 열리는 사진전 때문에 올라왔다지만,
속으로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한 때 저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구가한 시절이 있었는데,
사돈 남 말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는 카메라점 들릴 곳이 있다며, 남대문가서 밥 먹자고 했다.
이 친구! 정말 모르는 데가 없었다.
‘억불카메라’점에 들리니 박지성사장이 오랜 애인 만난 듯 반긴다.

하기야! 그의 인간성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럴 만도 하겠다.
덕분에, 박지성씨가 점심식사도 대접했다.
카메라 점 윗 층에다 사진전문 갤러리를 만들 것이란 말도 들었다.

광화문 광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날씨가 추워 그런지 광장은 썰렁했다.
입구 찬 바닥에는 아름다운 소녀가 마네킹처럼 미동도 않고 누워 있었다.
박근혜를 규탄하는 말없는 시위였으나, 절규에 가까웠다.

한쪽은 예술인텐트촌에서 생활하는 양혜경씨가 현수막을 깁고 있었다.
밤새 못된 놈의 면도날에 난도질을 당한 것 같았다.
어느 놈의 짓인지, 정신병자가 아니라면 누군가에게 사주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다면, 고생스럽게 죄를 짓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동욱씨는 ‘갤러리 브레송’에 들렸다 ‘스페이스22’로 간다기에 헤어졌다.
다들 날씨가 추워 그런지 텐트 안에서 꼼짝도 않았다.

박근혜야! 저렇게 웅크린 많은 예술가들이 개인의 부귀영화를 위해 떨고 있는가?
다, 너 때문이다. 이제 그만해라.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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