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어 문드러진 정치와 사회를 향한 예술가들의 처절한 몸짓이 지난 7일도 어김없이 광화문광장에서 펼쳐졌다.

올바른 세상을 부르짖는 ‘옳’ 여섯 번째 시국퍼포먼스 ‘눈떠!’는 비주류예술가들이 사회를 향해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꼬깔로 눈을 가리고 장님처럼 행세한 유진규씨와 멸치, 에이미신, SG.Cosmic Bohemian, 김기상, 문성식,

박재범, 안현정, 오민정, 이명찬, 황현성씨가 나와 장님놀이 꼭끼오! 활갯짓으로 사람들을 웃기며 일깨웠고,

박순영씨는 바이올린으로 박미루씨는 북으로 장단을 맞추었다.
이명찬씨는 ‘접촉'이란 마임도 보여 주었다. 예술로 사회발언 한 이보다 더 좋은 현장공연은 없었다.

더구나 공짜 좋아하는 사람들이 판치는 오늘 같은 세상에 말이다.

이 퍼포먼스는, 보는 눈이야 즐거웠지만,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 유진규씨가 눈이 그려진 부채를 펼쳐보이자,

다른 장님들이 눈뜨라며 손바닥에 그려진 눈동자를 펼쳐 보였는데, 마치 나를 보고 하는 말 같았다.

장님처럼 살아왔던 나를 꾸짖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모르는 게 약이다“라고 생각해 왔던 지난날들이 부끄러워졌다.

문제는, 아는 놈들이 나라를 이렇게 개판으로 만들어놓았지만, 지식을 자기 위주로 악용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엊그제 가깝게 모셔왔던 어느 사진 선배가 했다는 말이 쉽게 머리에 떠나지 않는다.

평소 보수성향의 인사이기는 하나 그렇게 고지식한 분인 줄은 몰랐던 것이다.

명망 있는 최고 학부 출신으로 평생을 교육자로 사신 분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박사모가 맛 불 놓고 있는 노인들 시위에 후원금을 보내고 싶다는 것이다.

세상이치를 훤히 아시는 분께서 알랑하게 가진 자기 자리 지키려 한다는 생각이 더니, 만정이 뚝 떨어졌다.

요즘 혼자 열 받아 좌충우돌하다보니, 몸이 말이 아니다.
하루 종일 나부대다 보면, 그 다음 하루는 온 종일 끙끙대지만, 그렇다고 그냥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맨날 올리는 사진이나 글도 한물 간 소식이지만, 습관적으로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날 유봉사가 만든 봉사 잔치에는 전국 봉사들이 다 와서 눈을 떠야하는데,

심청이 노릇하는 싸가지 없는 년 편 더느라, 진짜 장님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으면 답답해야 할 사람이 희희낙락하는 걸 보니, 아마 다들 미친 모양이다.

어찌 정신병자들이 사는 정신병원에 같이 살고 있으니, 나 역시 미친놈이 아니겠는가?

매번 주제를 바꾸어가며 판을 벌이고 있는 유진규를 씨를 보며 정말 대단한 양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가로서의 끼는 말 할 것도 없고, 지치지 않는 투혼이 정말 존경스러운 것이다. 

이제 힘이 팔팔한 이팔청춘도 아니지만. 하는 몸짓이나 생각들이 아직도 청춘이다. 

입으로만 하는 짓거리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무슨 재벌도 아니면서, 그 비용들은 어떻게 충당하는지 모르겠다.


이제 뒷짐진 채 보고만 있지 말고, 몸이 함께 하지 못한다면 경제적 후원이라도 좀 하자.
“올바른 세상이 되도록 다 함께 나서자!”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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