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잃은 인사동, 전통 상점 소멸
인사 전통문화보존회, 박람회 개최
상인들의 자발적 움직임의 첫 시작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34길의 ‘용정콜렉션’ 시계점. 평소 한산하던 상점 안이 사람들로 붐볐다. 이들은 손님이 아니라 철거 공사를 하는 인부들이었다. 용정콜렉션은 1965년부터 50년 넘게 인사동을 지켜온 상점이다. 하지만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떠나게 됐다. 용정콜렉션 만이 아니다. 20여년 간 인사동에서 전통자수연구소를 운영한 김영순(60)씨는 지난 5월에 인천으로 작업실을 옮겼다. 김씨는 “상업화로 물들어 가는 인사동의 모습을 보는 것이 힘들었다. 인사동은 변해도 너무 변해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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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이 정체성을 잃고 시들어가고 있다. 21일 서울시와 종로구청에 따르면 인사동 문화지구에는 주중 3만~5만 명, 주말 10만 명(종로구청 추정치)이 방문한다. 많이 이들이 이곳에 오지만 인사동의 정체성을 형성해온 전통 상점들이 설 자리를 점점 좁아지고 있다.

1970~90년대 서울 인사동은 고미술, 골동품 등 전통 물품이 즐비한 ‘거리의 박물관’이었다. 당시 대기업에서 미술관을 만들고자 인사동에서 물품을 ‘공수’해간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거래되는 물품 중에는 한 건의 거래로 한 해 장사를 다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값나가는 물건도 있었다.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주는 중간상인도 많았다. 자연스레 인사동에는 예술인과 미술품 애호가가 모여들었다. 인사동이 변하기 시작한 건 역설적으로 관광객들이 몰리면서다. 사람이 몰리자, 이들을 겨냥한 기념품점이나 카페 등이 잇따라 들어섰다. 미술품 관련 상점들이 관광객을 겨냥한 저가의 기념품이나 한류 스타 관련 제품을 파는 곳으로 하나둘씩 변해갔다. 임대료도 가파르게 올랐다. 결국 전통 물품을 취급하는 상점들은 인사동에서 밀려나게 됐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1987년 주민협의체로 시작해 사단법인이 된 인사전통문화보존회에 따르면 2000~2002년 당시 보존회 회원은 500여 명이었지만 현재는 150여 명으로 줄었다. 정용호 인사전통문화보존회 회장은 “지금과 25년 전을 비교했을 때 전통업을 고수하는 자영업자 중 4분의 3 이상 떠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36년째 인사동에 터를 잡고 있는 금성화랑의 송정수(75) 사장은 “오랫동안 함께 인사동을 지켰는데 다들 떠나가니 씁쓸하다. 한편으로는 거울을 보는 것 같아 슬프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서울시도 인사동을 지키려했다. 인사동은 2002년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역사문화자원의 관리 및 보호를 위한 문화지구로 지정됐다. 문화지구로 지정된 인사동과 관훈동, 낙원동 일대(17만5000㎡)에선 골동품과 화랑, 공예품 등 5가지 업종이 권장 업종이다. 하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했다.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인사동을 되살리기 위한 움직임도 생겼다. 고미술상과 화랑, 공예품 등을 비롯한 전통업 관련 상인들이 힘을 합쳤다. 여기에 서울시와 종로구청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민간 주도형 ‘인사동 재생’이다.

 
그 시작은 10월 28일부터 11월3일까지 열리는 ‘인사동 박람회(제30회 인사전통문화축제)’다.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행사다. 기존 인사전통문화축제는 인사동 문화지구의 메인 거리(북인사 관광안내소~인사사거리~남인사관광안내소의 600m 구간)에서만 진행됐지만 이번 박람회는 인사동 전 지역(면적 17만5743㎡)에서 열린다. 인사동 골목골목 전체가 박람회장이 된다.

 
행사장을 인사동 전체로 정한 건 인사동 골목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서다. 박람회는 단순히 관광객을 모으는 게 아니라 인사동이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고 정체성을 회복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박람회 기간 인사동을 방문하면 골목 구석구석까지 전시된 화랑, 표구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또 물건 값도 할인해 판다. 정용호 회장은 “해외산 저가 기념품이 대량으로 인사동에 들어오면서 싸구려로 변질된 인사동의 이미지가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으면 하는 상인들의 희망을 담아 박람회를 열게 됐다”며 “인사동의 역사와 전통을 알리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노력에 서울시도 화답했다. 지난 1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인사동 상인들에게 “내년에는 인사동 박람회 예산을 늘리는 등 인사동 전통을 보존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덕분에 올해 8000만원인 박람회 예산이 내년에는 3억원으로 불어난다. 종로구청은 올해 말까지 인사동 문화거리 내 1000여 개 점포에 대한 실태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동안 비권장 업종 상점에 대한 관리가 전무했지만,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를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또 전통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를 위해 임대료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어떤 사업을 한다고 해서 인사동의 옛 모습으로 되찾긴 어렵겠지만 지속적으로 노력해 인사동을 지키는 전통업 종사자가 내몰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중앙일보] 이수기 기자 / 사진 조문호





 

지난 3일 오후 무렵, 인사동에 있는 '통인가게' 회장실을 급습했다.
그 곳에는 김완규회장과 인사동 '회환은행'의 박연파 지점장, 윤혜헌 팀장이 앉아 와인을 마시며

오붓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느닷없이 나타난 카메라맨의 횡포에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진 것이다.

술 냄새를 맡고 간 건 아니지만, 뜻밖에 만난 미모의 행원들과 어울려 술도 한 잔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전에는 보지 못했던 흑백사진 한 장이 회장실 벽면에 걸려 있었다.
자세히 보았더니, 사 오십년 전에 찍은 인사동거리의 스냅사진이었다.

출처를 물었더니 일본 사진작가가 북스갤러리에서 전시할 때, 구입했다는 것이다.
그 사진에는 지금의 '통인가게' 건물이 들어서기 전에 있던 가게와 집이 나와 있었고,
입구에는 통인가게 설립자이고 김완규씨 부친이신 김정환선생 모습도 보였다.

몇 년 전 백 만원에 구입했다지만, 본인으로서는 가보나 다름없는 소중한 사진이었다.
다시 한 번 다큐멘터리사진의 중요성을 실감했고,

그러한 사진들은 된장이나 와인처럼 숙성시켜야 진가를 발휘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런데, 김완규회장으로부터 사진이 찍힌 내막까지 들었다.
청년시절이었던 당시에 부친이 급히 불러 나갔더니,
"완규야! 왠 사람들이 우리 집을 찍는데, 왜 찍는 거지?"라며 묻더라는 것이다.
별일 아니라고 넘겼던 당시의 기억이 너무도 생생하다는 것이었다.

그 때는 골동품 장사가 잘되어, 온 집안이 골동품으로 넘쳐났다고 했다.
모두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이었기에, 집안의 중요한 가구나 골동품들을 모두 내다 팔던 때였다.

그 골동품의 대부분이 외국 사람들이나, 돈 있는 지식인들에게 팔렸다는 씁쓸한 이야기도 들었다.

요즘은 물자가 흔하여, 집안에 각종 집기들이 넘쳐나 왠만한 것들은 모두 내다버리는 실정에 있다.

버리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은 물론, 특히 하잘 것 없는 기념사진이라도

오래된 사진이나 편지들은 절대 버리지 말고 잘 간수하시길 부탁드린다.

사진,글/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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