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은 비가 내리다 햇볕이 나는 등 변덕스러운 날씨였는데, 황사까지 겹쳤다,

주말이라 녹번동 갈 준비를 하던 참에 경의선 책거리에 나왔다는 김보섭씨 전화를 받았다.

지하철이 지나치는 길이라 홍대입구역에 먼저 내렸다.

6번 출구로 걸어가니 김보섭씨가 지하철역으로 오고 있었다.

사람을 불러놓고 가는 줄 알았는데, 화장실에 간단다.

 

‘눈빛출판사’ 예술산책에는 김보섭의 ‘자유공원’ 책상이 마련되어 있었다.

자유공원을 주제로 찍은 사진 14점이 걸렸는데,

책상에는 그동안 출판한 김보섭씨의 사진집 10권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김보섭씨는 나보다 나이는 적지만, 사진을 시작한 시기는 비슷하다.

83년 무렵 ‘동아미술제’에 당선된 ‘곡마단' 사진으로

사람보다 사진을 먼저 알았지만, 그를 만나게 된 것은 95년이었다.

내가 일한 ‘삼성포토갤러리’에서 개인전 ‘청관, 인천 차이나타운’이란 첫 전시를 열면서다.

 

그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수십 년이 지난 데다,

그동안 출판한 사진집이 열권이나 되었다.

신포동, 양키시장, 자유공원, 연평도 등 그의 주제는

항상 자신이 태어난 인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사라져가는 인천에 관한 모습을 차곡차곡 기록하고 있다.

지역 공간은 물론 사람이나 일터 등 여러 하위문화를 기록했는데,

중요한 것은 사진 미학적으로 뛰어난 물성을 지녔다는 점이다.

역사적 사료로서의 가치는 물론 이미지가 잘 다듬어 진 시어 같다.

 

향토애와 인간애를 기반으로 한 그의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해석하며 재현하는 그만의 독특한 사진세계를 보여준다.

 

이번에 출판한 ‘자유공원’은 인천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유공원

맥아더 동상 앞에서 기념사진 한 장 쯤은 찍었을 것이다.

그 역시 자유공원 부근에서 태어나고 살았던 친숙한 공원이란다.

 

누구나 자유공원을 찍을 수야 있지만 수십 년을 꾸준히 기록한 사람은 없다.

사라진 것은 사라진 대로 남은 것은 남은대로 자유공원의 반세기를 기록한 것이다.

 

전시와 책들을 살펴본 후 그를 따라 인근 식당으로 갔다.

도다리 쑥국을 잘하는 곳이 있다는데, 침이 꿀꺽 넘어갔다.

오래 전 친구 따라 갔던 창원의 모 식당에서 먹어 본 도다리 쑥국을 잊지 못해서다.

그런데, 한 발 늦었다. 도다리 쑥국은 3월이 지나면 맛이 없어 하지 않는단다.

대신 고등어 회에다 소주 한 잔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김보섭씨의 책방은 오는 5월 9일까지 열린다.

따뜻한 봄날 경의선 책거리로 산책가자.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고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연다

경의선 책거리 ‘예술산책’은 홍대입구역 6번 출구에 있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23일 정오무렵, 경의선 책거리에 있는 ‘눈빛출판사’ 북 스토어 '예술산책'에 들렸다.

작년 11월 28일 ‘예술 산책’ 개장과 함께 차려진

장터 사진가 ’정영신의 책상‘을 철수하기 위해서다.

 

'경의선 책거리'는 2016년 마포구에서 조성한 책 테마 거리로

경의선 홍대입구역 6번 출구에 있다.

와우교까지 250m 거리에 마치 기차 객실 같은 책방이 길게 이어져 있다.

 

정영신씨는 ‘장에 가자’를 펴낸 후 약4개월 가까이

‘예술산책’에서 독자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문 닫을 때가 더 많았으나

처음 마련된 책상이라 좋은 경험이었다.

 

책상이 마련되어 여러 차례 들렸는데, 주말에는 많은 사람이 오가는 산책코스였다.

책방을 찾는 손님도 제법 많았다.

올 때마다 진열된 사진 책을 둘러보지만,

아무리 보아도 반갑고 흐뭇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만약 ‘눈빛출판사’가 없었다면 이처럼 소중한 사진들이 파묻힐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이르니,

어렵사리 운영해 온 이규상씨의 노력이 새삼 고마웠다.

 

갈 때마다 새로 나온 사진집도 만날 수 있지만, 몰랐던 사진집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이번에는 이광수교수가 '눈빛사진학개론' 2편으로 펴낸 ‘붓다와 카메라’를 발견했다.

2015년 발간되었는데, 왜 여지 것 몰랐을까?

그래서 이런 전문서적 북 스토어가 필요한 것이다.

그 외도 소장하고 싶은 사진집들이 많았으나

주머니 사정으로 ‘붓다와 카메라’ 한 권만 구입했다.

 

이런 저런 사진집을 살펴보는 중에 이규상대표와 사진가 전민조씨가 나타났다.

전민조씨는 ‘손에 관한 명상’ 재 전시를 앞두고 사진집 재고를 알아보기 위해 왔단다.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문선호씨 유작전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한정식선생 이야기 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정영신의 책상' 다음 작가는 다큐사진가 김지연씨다.

연변과 일본 등지에 흩어져 사는 조선인들을 찾아다니며

20여 년 동안 기록해 온 취재기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출판되었다는데,

김지연의 책상은 3월 24일 부터 4월 11일까지 마련된다.

 

지루한 코로나로 스트레스가 쌓여가는 즈음, 경의선 책거리에 봄바람 쐬러 가자.

보석 같은 사진집 만나는 기쁨이 봄바람에 비길소냐?

 

사진, 글 / 조문호

 

난, 우물 안 개구리였다.

아는 체 하는 꼰대 짓을 곧 잘 하지만,

홍대 가까이 ‘경의선 책거리’가 있는 것도 몰랐다.

그것도 만들어진지가 4년이 되었다는데....

 

 2016년 10월, 마포구에서 조성해 놓은 '경의선 책거리'는 책 테마 거리였다.

경의선 홍대입구역 6번 출구부터 와우교까지 약 250m 거리에

마치 기차 객실처럼 만들어진 책방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이젠 기차역이 아닌, 산책로와 책거리로 살아났지만,

옛 느낌을 그대로 살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그지 그만 이었다.

역 모양의 플랫폼도 있고, 다양한 조형물이 볼거리를 더했다.

 

책을 두루 구경할 수 있는 산책 코스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눈빛출판사‘ 전용 북 스토어 '예술산책'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 때문이다.

 

그 곳에 장터 사진가 ’정영신의 책상‘이 마련된 것이다.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린 ‘장에 가자’ 출판기념전에 이은 자린데,

그동안 발행된 정영신씨의 책과 사진 작품을 함께 보여주는 책방 전시다.

 

지난 28일, 준비할 때 빠진 작품을 챙겨 다시 나갔더니,

사진가 김수길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십 년동안 기록해 온 ‘낙산아랫동네이야기’사진집을 전해주려 온 것이다.

좀 있으니, 인천의 김보섭씨도 들렸다.

 

 반가운 사진가와 좋은 책을 두루 만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겠는가?

 

흔히 만날 수 없는 좋은 사진집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는데,

김운기씨의 ‘어머니, 그 고향의 실루엣’사진집을 만났다.

잊혀가는 고향과 그 때 그 시절이 생각나는 사진이었다.

아무리 돈이 없어도 갖고 싶은 책 한 권사는 재미를 알랑가 모르겠다.

 

차려놓은 '정영신의 책상'에는 그동안 출판된 여러 권의 저서가 모아졌고,

책방 요소요소에 정영신씨의 ‘장에 가자’ 사진들이 내 걸렸다.

 

그런데, 절판되어 구할 수 없었던 '정영신의 장터순례기'도 보였다.

창고 정리하다 나온 10여권 뿐이라는데, 끝날 때까지 남으면 저자가 구입할 책이다.

 

작가의 포토 포트폴리오도 내 놓아, 마음에 드는 작품은 현장에서 구입할 수 있게 했다.

운이 좋으면 저자나 이규상씨도 만날 수 있고...

 

‘정영신의 책상’은 12월 13일까지 열린다.

휴관일인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오전11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경의선 홍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나와, 나온 방향으로 100m 지점이다.

 

경의선 책거리에 있는 '예술산책'으로 구경 오세요.

모든 서적은 10% 활인 판매됩니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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