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 Chosen : 영원 간택자

정우빈展 / JUNGWOOBIN / 鄭雨彬 / painting.drawing 

2022_1202 ▶ 2022_1214 / 월요일 휴관

정우빈_Act#1-1(Scarecrow)_캔버스에 유채_72.7×90.9cm_2020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그리다

GALLERY GRIDA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2길 21(창성동 108-12번지) B1

Tel. +82.(0)2.720.6167

www.gallerygrida.com

 

어둠에서 시작된 상상이 실제 장면을 장악하면서 불확실한 이미지가 드러난다. 작업은 이러한 장면을 빛, 질감, 색의 요소로 구체화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이번 전시는 응시와 인지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시각을 이미지로 제시한다. ● 가끔 방에 헝클어진 옷가지들이나 옷걸이에 걸린 코트를 멍하니 바라보는 버릇이 있다. 시간이 멈춰 있는 듯한 상황이 이어지며 몸이 마비가 되는 듯하다. 익숙한 일상의 풍경은 점점 낯설어지고, 바라보는 물체의 기능과 역할도 머릿속에서 잊혀진다. 이 과정은 실제와 다른 환상을 만든다. 가령 옷걸이에 걸린 코트는 긴 두건을 쓴 사람처럼 보이고, 바닥에 뒤엉킨 옷들은 동굴이나 절벽 같은 모호한 풍경을 닮아 보인다. 이러한 환상은 응시하는 장면의 어두운 부분까지 확장한다. 아득한 시간 속에서 공간은 실제와 전혀 다른 이미지의 일부로 보여진다. 마치 시선을 옷에 난 구멍에 집중할수록 큰 동굴로 들어가는 입구 같이 보여지는 것처럼 말이다.

 

정우빈_Act#1-2(Crosswalk)_캔버스에 유채_72.7×90.9cm_2020
정우빈_Act#4(Grouse)_캔버스에 유채_53×45.5cm_2021
정우빈_Act#5(Maria)_캔버스에 유채_53×40.9cm_2021
정우빈_Act#7(Ever)_캔버스에 유채_162×116.8cm_2022

이제 어둠은 일그러진 이미지로 시각을 잠식해나간다. 시선은 천천히 어둠을 타고 올라가 밝은 부분과 연결되고, 곧 전체 장면에 대한 정보를 왜곡하기 시작한다. 결국 지금껏 이끌린 네러티브를 바탕으로 응시한 장면은 상상과 현실이 한 겹으로 공존하는 이미지가 된다. ● 포착된 불특정 이미지는 작가에 의해 각 레이어로 재분류된다. 레이어는 크게 빛, 질감, 색과 같은 세가지의 범주로 나뉘며 이미지를 회화로 재구성하는데 필수적인 재료가 된다. 그리고 캔버스 위의 회화는 드로잉을 통해 불확실한 이미지가 보였던 장면을 묘사하고, 당시의 현장감을 설명하는 기록이 된다.

 

정우빈_Wave#1(Suck I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90.9cm_2022
정우빈_Wave#3(Bodhi)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0×65.1cm_2022
정우빈_Wave#6(Chose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2×112.2cm_2022

'응시'는 시간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어 이미지의 이면을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이 자유로움은 현실과 상상의 관계를 뒤집어, 일상의 '보는' 것과 다른 시각에서 이미지를 제시한다. 이와 같은 이미지는 그리는 행위를 통해 '보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완성된 그림은 묻는다. ● '일상을 핑계로 현실의 껍데기만 보고 있지는 않나요.' ■ 정우빈

 

Vol.20221203f | 정우빈展 / JUNGWOOBIN / 鄭雨彬 / painting.drawing

 

앞 UP 2021

갤러리 그리다 기획공모展 

2022_0316 ▶ 2022_0413 / 월요일 휴관

 

 

1부 / 2022_0316 ▶ 2022_0327

2부 / 2022_0401 ▶ 2022_0413

 

참여작가1부 / 김동진_박세린_석정인

2부 / 노의정_임혜지_정유하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그리다

GALLERY GRIDA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2길 21(창성동 108-12번지) B1

Tel. +82.(0)2.720.6167

www.gallerygrida.com

 

지난 2021년으로 아홉 번째 진행된 갤러리 그리다의 신진작가 공모전은 석정인(에어로졸, 5월 28일-6월9일), 박세린(회화적 리듬, 9월3일-15일), 김동진(얕은 숨, 10월20일-31일), 정유하(흔한 사선, 11월3일-11월14일), 임혜지(현재과거형, 11월19일-12월1일), 노의정(공생, 12월3일-12월15일)의 순으로 개인전이 진행되었습니다. 개인전이 개별적인 작가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면 이번의 전시는 그들의 단체전으로 2021년 공모전을 총괄하는 형태로 모두를 일별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전시 공간의 특성상 전시는 1,2부로 진행합니다.

 

김동진_composition_캔버스에 유채_91×91cm_2017

폐기물 처리장이란 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아마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꺼려지는 장소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세계를 가장 잘 일깨워 주는 배움터일수도 있습니다. 김동진 작가의 작업을 통해 그들은 문명과 시대를 증언합니다. 일상에서 흔하게 마주쳤던 낯익은, 때로는 낯선 사물들은 유령처럼 그곳에 있습니다. 폐기된 사물은 그들이 도약해 얻은 교환가치를 가진 상품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연물과 같은 입장으로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그들의 존재를 자연이 긍정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깨어진 유리병 조각이 물결에 다듬어져 알록달록한 돌멩이가 되어 있는 것을 보며 어쩌면 인류가 만들어내는 의미를 상실한 폐기물들이 실은 지구가 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박세린_Blooming Garden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20

꽃이나 정원 같은 소재를 말한다면 각각 떠올리는 이미지들이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 생각의 개별성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공통된 감성이나 이미지는 있을 것입니다. 거기서 사람들의 기대를 미묘하게 배반하는 형태의 작업이 있습니다. '자연에 대한 구체적 경험을 지향하는 비환원적인 추상'이라고 말하는 박세린 작가의 작업은 언뜻 '끝을 알 수 없는 반복과 미묘함을 띄는 변주로 창조되는 하나의 세계'로 설명되는 미니멀 음악을 떠올리게 합니다. 화면상에서 여러 차례 반복되고 변주되어 나타나는 리드미컬한 이미지들은 확실히 실제를 반영하고 있지만 그보다도 단순히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을 넘어서 작가가 그들과 접촉하며 온 몸으로 겪은 느낌과 경험을 충실하게 재현하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석정인_불특정 공간 24-1_장지에 먹, 동양화 물감_91×65cm_2021

풍경이라는 것은 명백한 실체를 갖고 있는 객관적 사실이지만, 그려진 풍경은 개별적인 작가의 심상이나 경험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에어로졸이란 결국은 미세먼지로, 인체에는 그다지 유익하지 않지만 뜻밖에 지구온난화에는 이로운 현상입니다.에어로졸의 시각적 현상에 착안한 석정인 작가의 작업은 과거에 경험했던 공간의 기억을 되살려내며 재현하고 있습니다. 화면 속의 공간, 풍경들은 실체를 충실하게 반영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기억을 통하여 재구성된 이미지는 필연적으로 흐릿하고 모호한 공간으로 형상화되며, 생략되어진 단락들을 통해 작가 자신의 내밀한 심경을 엿볼 수 있습니다.

 

노의정_도처춘풍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7×227.3cm_2021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의 시는 숱하게 언급되는 것으로 다소 식상하게 여겨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호명되지 않더라도 꽃은 꽃이며 무의미한 사물에서 유의미한 존재로 변화하는 것은 오로지 사람의 인식 속에서 벌어질 뿐이라는 냉소적인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시가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여전히 유효한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노의정 작가가 그려내는 작업은 인간에게 호명되며 의미 있는 존재로의 도약을 기다리는 주변의 자연과 생물들입니다. 작가는 그들이 무엇으로 기억되는가를 결정짓고자 합니다. 평면적인 화면에 실루엣으로만 드러나는 형상으로 만들어진 풍경은 그들이 무의미에서 의미로 넘어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임혜지_이야기가 되는 조각들_캔버스에 유채_33.5×24cm_2021

이미지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색다른 자극을 주고자 한다면 어떤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익숙한 스냅 사진들처럼 일상의 한 풍경을 캔버스에 포착해내는 것은 충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신체의 일부, 때로는 소소한 사물의 일부, 어떤 경우 일상생활의 일부를 과감하게 도려내어 형상화된 개별의 작업물에서 나타나는 이미지들은 마치 무의미한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파편화된 이미지들을 무작위로 나열해나가는 임혜지 작가의 작업은 일견 낯설어 보이지만 그 속에 숨겨진 맥락을 찾는 과정을 남겨 두어 세계와 소통하고 사람들에게 인지되며 새롭게 의미를 확장해 가고자 합니다.

 

정유하_한강둔치_종이에 연필_72.8×103.5cm_2021

산책로와 길목 등 우리 주변 일상의 풍경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것은 종종 볼 수 있는 작업일 것입니다. 그러나 풍경 속에 묻혀 있는, 언뜻 보면 무의미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소소한 소재를 포착하는 것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요. 어쩌면 이것은 어린 시절 가끔 경험해야 했던 보물찾기와 유사한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같은 점이 두근거림이라면 다른 점은 규칙으로 지정된 정답이 없다는 것이겠지요. 정유하 작가가 찾아낸 정답을 관객은 즐겁게 채점하면 됩니다. 사생이 아니라 촬영된 이미지를 통해 재구성하는 작업방식을 통해 재발견된, 트리밍된 풍경. 그곳에서 일부 단락을 끌어내어 화면에 표출하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예술가들에게 주어진 특권임이 분명한 일입니다. 작가는 이러한 특권을 잘 향유하고 있습니다. ■

 

 

Vol.20220316c | 앞 UP 2021-갤러리 그리다 기획공모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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