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일하다 정선장에 나갔다.
주말을 맞은 정선장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사람들을 피해 큰길로 돌아서 가는데, 갑자기 돌풍이 몰아쳐 내 모자를 앗아갔다.
마치 줄 끊긴 연처럼 하늘 높이 오르더니 점차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한 시간 넘게 장터 주변을 맴돌았으나 모자는 오리무중이었다.
육년 전 친구로 부터 선물 받은 모자이기도 하지만
정들어 아끼는 모자라 애석하기 짝이 없었다.
새 것에 대한 거부감이 많지만 정선장에서 모자 하나 구해 쓰고
소설가 강기희씨가 운영하는 골목도서관으로 들어갔다.
문을 들어서다 뜻밖에 반가운 사람들을 만났다.
인사동에서 카페"시인"을 운영하는 김여옥씨와 시인 이승철씨가 앉아 있었다.
"여기가 정선인지 인사동인지 모르겠네, 당신들이 여긴 어쩐 일이여?" 했더니
강기희씨가 한마디 거든다.
"조선생은 정선에 살지만 정선보다 인사동에서 더 자주 만나잖아요."
문학강좌 핑계대고 강기희씨 만나러 왔겠지만, 할 일이 많아 오래 머물 시간이 없었다.
시간나면 만지산으로 놀러오라는 이야기만 남기고 헤어졌으나
온 종일 날아 간 모자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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