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7일, 아내와 함께 정선 오일장을 찾았다.
아직은 봄나물이 나오기 이른 철이고 날씨마저 쌀쌀한 일요일이었지만 장옥에는 사람들로 붐볐다.

정선장을 찾은 것은 아내 정영신씨의 ‘농민신문’(4월1일자)과 은행연합회 사보(4월호)에 연재하는 장터순례지를

정선으로 정했기 때문이었다.

사라져가는 재래장의 현실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성공한 정선 장에 대한 자부심도 남달랐다.


귤암리 최영규(67)씨와의 인터뷰에서는 30리길 병방치를 넘어 장에 간 옛 이야기로부터 화전민 시절의 어려운

이야기들도 들었다. 그리고 지난 5년 동안 시장에서 떡메치기로 정선장 홍보에 나섰으나 농사일 지장은 고사하고

후한 인심 탓에 빚만 지고 그만두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나물을 팔고 있는 이옥순(70)씨와 신토불이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 장터에 신나는 풍물소리가 들려왔다.

시장에서 ‘골목도서관’을 운영하는 강기희씨가 사물놀이 패를 이끌고 시장을 다니며 흥을 돋우어 사람들을 모우고 있었다.

지난 1월23일, 강기희씨의 기지로 만든 골목도서관은 시장 사각지역인 아리랑골목을 문화로 살리는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

이처럼 주민들의 각별한 애정아래 자발적 참여가 이루어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그동안 사라져가는 전국의 오일장들을 찾아다니며 느낀 가장 큰 문제점은 시골에 젊은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소비자들의 불신이다. 시장바닥에 중국산 농산물이 유입되면서 대형 마켓이 더 안전하다는 생각들이 뿌리내린 것이다.

그리고 도회지에서 시골장을 찾는 사람 대부분이 고향에 대한 향수도 한 몫하고 있다는 것을 관과해서는 않된다.

관광객을 유치할 문화적인 인프라가 없으면 살아 날 수 없는데도, 그동안 지자체에서 무리한 장옥 건설에만 치중해 왔던 것이다.

관광객들은 근사한 장옥보다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난장을 더 원한다.

다른 지역에 가보면 장옥은 크게 지었으나 상인들마저도 설렁한 장옥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난전을 펼치거나

사람이 없어 놀리는 장옥이 수두룩하다.

정부에서도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으로 문화부 내에 시장과 문화컨설팅단을 만들어 여러 가지 사업들을 벌였으나

실패하고 결국 기구 자체를 해체했다. 이 모든 것이 수요와 공급이 원활해야 하는 시장의 원칙보다 인위적으로 문화를 시장에

도입하려는 탁상행정의 대표적 사례가 아닌가 생각한다. 시장에 문화의 옷을 입히는 방법도 시장사람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시장상인회에서도 자신들의 이익만 고집하는 지금의 형국에서는 모두가 살아남을 수 없다.

그동안 정선장을 다녀 온 많은 사람들에게 정선장에 대한 인터뷰를 해보았으나 대개가 부정적인 시선이었다.

첫째 장이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시골장 같은 느낌도 없는데,중국산인지 국산인지 믿을 수도 없는 농산물들이

서울의 대형 활인점 보다 더 비싸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번은 모르고 갔지만 두 번은 정선장을 찾지 않겠다는 이야기인데,

장기적으로 볼 때 정선장과 연계된 정선관광권마저 잃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제 관청은 물론 상인들과 전 군민이 힘을 합쳐 정선장 개선에 나서야 한다.
첫째, 장옥 사잇 길 좌판의 폭을 줄여서라도 통로를 넓혀 관광객들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야 된다.

둘째, 중국산을 국산으로 판매할 경우 벌금부과는 물론 신토불이증을 회수하고, 다시는 시장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등 강력한

단속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

셋째, 주차장이 있는 강가 뚝방 길에 제2의 난장을 개장하여 자연과 어울리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장터 취재를 마친 이튿날 최성준 정선군수를 만나 앞으로의 시장 활성화 계획을 들어보았다.

대체적으로 필자의 생각과 다를 바 없었으나 상인회의 반발이 만만찮은 느낌을 받았다.

상인회에서도 눈 앞의 이익보다 좀 멀리 내다보아야 할 것 같다. 옳은 일에 양보하지 않으면 공멸만이 있을 뿐 이다.

산지를 속이는 문제는 시민들의 신고포상제를 도입하는 등 지속적으로 강력한 단속을 펼쳐, 발 붙일 틈을 주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걸 최대한 광고하여 정선만큼은 믿을 수 있다는 인식들을 심어줘야 한다.
제2의 난장 마련도 기존 상가와의 연결로만 잘 만들면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선군청도 옳은 일은 강력하게 밀어부처야 한다.
정선 군민 모두가 소수의 압력에 굴하는 행정가보다 다수 주민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소신있는 행정가를 원한다.

2013.3.24

정선읍 귤암리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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