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밤안개로 불렸던 여운선생의 북망산천 가는 길은 안개가 걷히지 않고 긴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장지가는 차창으로 스치는 잿빛 풍경들이 마치 여운선생의 목탄화 "검은 소묘"처럼 닥아왔다.
광탄에 있는 약현성당묘역에 오전 9시 무렵 도착해, 한적한 공원묘지에서 세시간이나 기다려야했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의 추모식과, 성당의 미사로 영구차 출발이 지체되었던 모양이다.
아마 여운선생께서 사진이나 찍으라며 심술을 부린 것 같은데, 담배 한 갑을 다 태워서야 일행들이 도착했다.
여운선생의 장례절차는 민족미술인협회장으로 치루어 졌는데, 박진화씨의 조사, 신경림선생의 조시, 이해찬,박홍순씨의
추모사 순으로 추모식을 가졌고, 방화3동 성당에서 미사를 끝내고 장지에 도착한 시간은 정오무렵이었다.
장지까지 동행한 분들으로는 유족들을 비롯하여 박진화 장례위원장, 손장섭, 김용태, 김태서, 박홍순, 탁영호, 이인철,
고 헌씨 등 50여명이 참석하여 여운선생이 떠나는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안개가 걷히고 해가 모습을 드러 낼 즈음의 날씨는 천상 봄 날이었다.
얼었던 땅이 녹아 질퍽거리는게 탈이긴 하지만, 마치 봄소풍 나온 기분이었다.
초장부터 술 취해 나오신 손장섭선생은 괜히 사진찍는 걸 트집 잡으며 술마시라 하고,
암으로 초상칠번 했던 김용태씨는 자기와 여 운의 저승가는 순서가 바뀌었다고 큰 소리 친다.
관위에 흙 대신 술을 뿌리는 양반이 있는가 하면 신사임당 그려진 지폐 던지는 양반도 있었는데,
아깝기도 하지만 자칫하다간 여운이 무덤 파는 도굴꾼 생길까 걱정된다.
여운선생 부디 편히 가시고 극락왕생하시게나~
201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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