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동규(78세)씨는 ‘방배추’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하신 분이다. 젊은 시절 웬만한 사내들을 한주먹에 때려눕힐 정도로 싸움을 잘해 ‘시라소니 이후 최고의 주먹’으로 명성을 떨쳤다. 한 번에 17명과 맞싸운 전설이 있고, 이정재도, 스페인 조폭 두목도 손잡자 했다고 한다. 그는 백기완(현 통일문제연구소장), 황석영(소설가)씨와 더불어 저잣거리에서 ‘조선의 3대 구라’로 불릴 만큼 입심도 최고였다. 사상범으로 몰려 모진 고문을 받고 해외 유랑과 사업, 농촌운동에 나섰던 유달리 파란과 굴곡이 많은 인생이었다.

그를 칭하는 별칭들도 많다. "조선의 3대구라"라는 말 외에도 법을 잘 아는 법대출신으로 "낭만주먹" 또는 "제2의 시라소니"로 불렸으며, 몸 체형이 배추모양이라 "방배추"로 불리는 등 한국 구비문학계의 전설로 남은 위인이다. 2006년도에는 "배추가 돌아왔다"란 제목의 두권으로 된 자서전을 "다산책방"에서 출간하기도 했다.

한 때의 ‘주먹’이 경복궁과 연을 맺은 것은 2005년. 유홍준 당시 문화재청장의 도움으로 경복궁 관람안내 지도위원으로 특채됐다. ‘몸짱 할아버지’로 관람객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기도 했으나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스스로 경복궁을 떠났던 그는 지난해 초 야간경비 일을 맡아 돌아왔다. 77세에 왕궁 지킴이가 된 그는 “80세에 보디빌딩 대회에 도전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그 분을 만나게 된 것은 지난 10일 정오 무렵 인사동 "여자만"에서 였다.

원로 시인이며 우리 카페의 최연장자이신 강 민선생님과의 오찬약속으로 '여자만'에 갔드니, 그 자리에 서양화가 주재환선생님, 시인 이행자씨와 함께 자리하고 계셨다. 방선생님은 평소 지나치며 뵙거나 여러 선생님들의 주연에서 잠깐씩 뵙기는 했으나 직접 그 분의 구라를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경북궁지킴이로서 야간 순찰중에 있었던 많은 에피소드들도 들었다.

한 번은 늦은 시간 궁내를 순찰하다 잔디밭에서 젊은 남녀의 정사장면을 목격했다는데, 그들을 불러 왜 여관에 가지않고 들어올 수 없는 궁에 침입하여 이 짓을 하냐고 물었드니 "궁에서 정사를 하면 훌륭한 자식을 낳을 것 같다"란 기가막힌 말을 하더라는 것이다. 오찬 식탁에는 강민선생님이 즐기시는 복분자와 병어찜이 올라왔는데, 병어가 얼마나 큰지 여섯명이 먹고도 남았다. 그 만만찮은 오찬비용을 이행자씨가 계산해 너무 송구스러웠지만, "인사동 사람들"에서 커피 한 잔 대접하는 것으로 아쉽지만 헤어졌다.

 

2012.12.10

 

 

 

 

 

 

 

 

 

 

 

 

 

 

 

 

                                                           돌아오는 길에 '아라아트'에 잠시 들려 전인경, 김명성, 공윤희씨를 만났다.

내일로 끝나게 되는 전인경씨의 작품 철거를 앞두고, 판매된 작품들의 액자제작을 업자와 협의하고 있었다.

이 어려운 불경기에 제법 많은 작품들을 판매하였다는데, 정말 축하할 만한 반가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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