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사진굿당' 물가에 앵두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심은지 2년이 되던 2010년 봄, 가지마다 흰 꽃들이 팝콘처럼 달라붙더니 앵두가 주렁주렁 열렸다.
앵두가 맛 없는 과일이란 걸 어린 시절부터 알았지만, 탐스러운 앵두를 그냥 둘 수 없었다.
작년에는 너무 아까워 앵두술까지 담았는데, 바알간 빛깔에 비해 술 맛은 별로였다.
지난 6월 초순경에만 해도 빨간 앵두들이 나를 유혹했으나 새들이 먹도록 내버려 두었다.
이번에 가서보니 아래 가지는 누가 따 먹었는지 없었고, 위에만 조금 매달려 있었다.
그런데 이변이 생긴 것이다.
앵두가 탐스러워 심심풀이로 한 알 따 먹었는데, 시큼 달콤한 예상밖의 앵두 맛에 깜짝 놀랐다.
여지껏 빨갛게 물만 들면 익은 것으로 착각했으나 다 익은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앵두가 맛이 드는 시기는 땅으로 떨어지기 직전인 몰랑몰랑 할 무렵 잠깐 맛이 드는데,
늘상 서울에 메달려 있으니 잘 익은 앵두 맛 보기란 하늘의 별따기 처럼 어렵다.
201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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