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시간, 술 취해 가는 길에 발길 잡는 곳이 있었다.
인사동 길가에 자리한 '도도'라는 찻집을 그 날따라 들리고 싶었다.
까마득하게 오래된 기억이다.
지금은 상호도 주인도 바뀐 자리지만 그 찻집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딸과 데이트한 기억 때문이다.
친구와 인사동을 나왔길래 옥탑 작업실도 보여주고 툇마루에서 비빔밥을 먹은 후
함께 들린 곳이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 찻집이었다.
평소 부녀간에 대화를 갖을 시간이 거의 없었는데, 오랫만에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야기 중에 딸도 나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말을 했으나 왠지 말리고 싶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 딸은 모든걸 팽개치고 외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나 버렸다.
취기가 오랜 기억을 이끌었는지 모르지만 그 날따라 유난히 딸이 보고 싶었다.
앞 자리에 앉은 소녀의 모습에서 마치 딸의 환영을 보는것 같아 카메라를 들었다.

2012.2.1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