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자갈치시장, 최민식사진

사면초가에 몰린 요즘의 흡연자들은 목숨을 내놓고 담배를 피운다.

코로나 거리두기로 사람 모이는 자체를 강력하게 단속하지만, 흡연구역만 제외된다.

담배연기가 코로나를 쫒는다는 연구결과라도 나온 걸까?

 

난, 50여 년 동안 담배를 피워 온 니코틴 중독자다.

대마초는 안 피울 수 있지만, 담배 없이는 못 견딘다.

기관지에 문제가 생겨 담배를 끊지 않으면 죽는다지만, 의지가 약해 끊지를 못한다.

더구나 내가 사는 쪽방은 눈치 볼 사람조차 없어 생각만 나면 수시로 피운다.

 

그러나 방에서 나오면 사정이 달라진다.

흡연이 가능한 장소는 서울역광장 뿐이라 지하도를 건너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빌딩들이 모여 있는 주차 공간 뒤에 회사원들이 피우는 공간도 있으나 잘 이용하지 않는다.

그 곳은 흡연자들이 항상 붐비지만 아무도 제재하지 않는 치외법권이다.

 

문제는 어디를 가나 음식점처럼 인원제한이나 거리두기가 없다는 점이다.

담배는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데다 다닥다닥 붙어 피우니,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퍼지는 것은 순식간일 것이다.

더구나 연락처를 기록하는 곳도 없으니, 알 수도 추적할 수도 없다.

 

정부의 강력한 거리두기 방침에 전 국민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수하는데, 이런 감염 구멍의 허점을 알면서도 방치한단 말인가?

물론, 흡연자들의 마지막 탈출구까지 막는데 따른 부작용은 있겠지만, 코로나를 끝내려면 좀 더 냉정해져야 한다.

국민들의 손발을 묶는 코로나 독재를 펼 바에야 더 강하게 밀어붙여라.

 

이참에 코로나가 종식될 때까지라도 금연을 선포하면 어떨까?

백해무익한 담배인지 알지만 다들 의지가 약해 끊지를 못하는데,

코로나가 끝날 때까지라도 강제하면 담배 끊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겠는가?

설마 정치인들이 흡연자 표를 의식하거나, 줄어 들 담배세금 때문에 전체국민의 목숨을 담보한 건 아니겠지?

그렇지 않다면 강력하게 단속 못하는 이유라도 한 번 들어보자.

 

그리고 금연정책으로 담뱃값만 엄청나게 올려놓았는데, 아무리 담배 값이 비싸도 담배 끊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담배는 돈 많은 부자가 피우는 것이 아니라 살기 힘든 빈민들이 피우는 한숨이다.

없는 사람들 바가지 쒸워 세금 받아 챙기는 재미들인 모양이다.

쪽방에 사는 분들은 기초생활수급비 삼분의 일을 담배 값으로 소진하는 분도 허다하다.

 

그동안 담배로 죽어 간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가?

나 역시 약으로 목숨을 연명해가며 피우지만, 담배로 죽음에 직면한 친구도 있다.

골초였던 화가 이청운은 병원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갈 때마다 화실 재떨이에 담배꽁초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는데, 붓을 놓고 나서야 담배를 끊은 것이다.

사람을 죽음으로 내 모는 무서운 담배를 왜 버려두는지 모르겠다.

 

그 지긋지긋한 담배의 역사는 길고도 길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했을 때부터 원주민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니

인간에게 끼친 해악이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 담배가 들어온 지는 1618년이라고 한다.

 

300여 년 동안 자유롭게 경작해 피웠으나, 1921년부터 전매제도로 바뀌었다.

1987년부터 전매청에서 한국담배인삼공사로 변경되었다가 2002년에 민영화인 케이티앤지(KT&G)로 바꾸었으나,

재배농가 지정, 제조의 독점, 담배수매 및 공급처 독점 등으로 보아 정부가 장사하는 전매사업이나 마찬가지다.

 

담배를 관장하는 부처도 농림부가 아니라 재경부 산하기관인 한국담배인삼공사다.

담배사업 목적도 잎담배 경작농가의 소득에 있지 않고 전매이익의 증대에 있으니, 국민들에게 독약을 팔아 돈을 벌어들이는 나쁜 구조다.

 

요즘 티브이에 등장하는 대권주자들이 숱한 공약을 남발하고 있으나 국민이 고통 받는 담배에 대해서는 아무도 언급하는 후보가 없다.

소신 있는 정치인의 용단을 기다린다.

 

옛날부터 담배를 죄악시하는 구전민요도 있었다.

이 노래를 부르면 저승에 가서 담배 피운 죄를 용서받는다고 한다.

 

“담바권지 불우전지/ 담바초에 불이붙어/ 금초라고 묵고나서/

악초가 되었구나/ 악초금초 묵은죄로/ 불티걸이 사해주소.”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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