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 부근으로 옮겨 온 주홍수감독 작업실에 초대받았다.

지난 화요일 오후 6시무렵 찾아 나섰는데, 한 참 헤메는 헤프닝을 벌렸다.

 

동자동에서 불과 300미터 남짓의 가까운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길눈이 어두워 '독일문화원'까지 올라가는 바보짓을 했다.

 

결국 주감독이 입구까지 찾아 나오도록 하는 불편을 끼쳤는데,

덕분에 남산 산책 한번 제대로 했다.

 

주감독 안내를 받아 작업실에 들어 가보니 마치 술집 같았다.

산악인 가수 신현대씨와 율무춤꾼 이귀선씨가 먼저 와 계셨다.

 

신현대씨는 ‘난 바람 넌 눈물’로 데뷰한 미성의 가수로, 그 날 처음 인사 나누었다.

신현대씨의 찔레꽃처럼 애잔한 노래로 마음을 촉촉이 적셨다.

 

안주는 육 해군이 다 나왔고, 술도 여러 가지라 무슨 술에 취했는지도 모르겠다.

'대대포'라는 막걸리 맛도 좋았지만, 봉화에서 왔다는 15도짜리 막걸리도 좋았다.

 

주감독이 작업실 옮긴지가 몇 달은 된 모양인데, 작업실 평수가 무려 80평이란다.

 작업실을 돌아보니, 벽에 그림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많은 이야기가 담긴 매력적인 그림이었다.

 

주감독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베테랑 작가지만,

에니메이션 뿐 아니라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팔방미인이다

 

오래전 박권수화백 유작전에서 만난 나를 그려 준적도 있었다.

 속필로 멋진 형상을 만들어 냈는데, 주감독의 뛰어난 순발력에 감탄했다.

 

그 뒤 인사동 ‘유목민’ 화장실에 전활철씨 초상을 개성있게 그린 적도 있었는데,

몇 일 있다 가보니 누군지 모르도록 그림을 망쳐놓았다.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는 아직까지 미궁에 빠진 사건이다.

 

그나저나,  막걸리가 독해 그런지 술이 슬슬 오르기 시작했다.

술이 취하면 숨 쉬기가 힘들어, 먼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마침 젊은 친구들이 찾아오는 틈을 이용해 제빨리 퇴장했다.

아무튼, 반가운 만남이었고, 즐거운 자리였다.

부디 새 작업실에서 좋은 일 많기를 바란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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