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랑아! 고맙다.
너를 만나는 순간 꿈은 이루어 질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천사 같이 잠든 너의 모습을 보니, 온 마음에 평화가 가득했고.
빤작이는 눈동자에서 새로운 희망이 솟구쳤으며,
환하게 웃는 해맑은 표정에서는 세상 시름이 눈 녹듯 녹아내리는 구나.






이 할아비는 평생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해 본 벙어리란다.
사랑이란 가슴속에 간직하고 입에 뱉어서는 안 된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칠십이 넘도록 고치지 못한 바보다.






너를 만나는 순간, 안아 보고 싶고 사랑한다는 말도 하고 싶었지만,
기어이 아무 말도 못한 채, 카메라 화인더 속에 숨어 너를 훔쳐보기만 했구나.
긴 세월 살아온 네 할미는 물론, 네 아비에게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했지만,
너를 낳느라 고생한 네 어미에게도 등 다독이는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구나.






살다보니 이심전심이 되었지만, 왜 그리 애정 표현에 인색했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리고 네 아비를 키우며 착하게만 자라 달라고 빌었던 것이 때로는 후회스럽기도 했다.
착한 사람이 못 사는 세상이지만, 너에게도 영악하게 살아달라는 말은 차마 못하겠구나.






네 아비와 어미도 좋은 세상을 위해 싸우는 전사로 나섰지만,
나 역시 착한 사람이 잘 사는 세상을 위해 이 한 몸 바칠 작정이다.
그리고 하랑(嘏烺)이란 이름이 ‘크고 장대한 빛이 환하다’란 뜻을 가졌지만,
하나로 어우러지는 세상에 너의 이름이 불러졌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하랑아! 부디 건강하고 착하게 자라다오.

-바보 할아비가 보냄-






지난 주말 사진후배 성유나씨가 손녀 하랑이 보러가자는 반가운 연락이 왔다.
하랑이가 태어 난지 오래지만, 참고 참아 백일이 될 때를 기다리지 않았던가.
목도 제대로 못 가누는 아이를 데리고 치루는 백일잔치를 탐탁찮게 생각해 왔는데,
다행히도 백일잔치는 생략한다기에 먼저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백일이 되는 날은 비좁은 집에 늙은이 까지 끼어들어 번잡스럽게 만들기도 싫지만,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다.




 


정오 무렵 들려 함께 식사하기로 했으나, 아침부터 마음이 들떴다.
손녀에게 줄 선물이 걱정 되어 잠을 설쳤는데, 정영신씨가 준비해 두었다기에 한시름 놓은 것이다.
그러나 결혼한 후로 신혼 방은 어떻게 마련하였는지 걱정 되었지만, 차마 물어보지도 못했다.

애비가 도와줄 형편이 되지 못하니 무슨 면목이 있겠는가? 



 



염체불구하고 찾아갔으나, 짐을 옮긴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어수선했다.
손녀 하랑이는 천사처럼 새근대며 잠들어 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평화로운지, 기쁨을 억누를 수가 없더구나..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지는 것을 보니, 아! 이래서 손주바보가 되는갑더라.
친구들이 손주재롱에 빠져 외출도 삼가며 히히덕거릴 때는 손가락질하였지만,
이제사 이해가 되었다.






모든 아이들이 다 그렇겠지만, 하랑이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아들 햇님이가 태어났을 때의 기쁨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구나.
잠에서 깨었을 때만 한 번 울었지, 시종일관 생글거리는 모습을 보니, 참 순하고 착했다.
카메라를 치켜든 요상하게 생긴 늙은이가 이상한지 눈을 동그랗게 치켜 뜬 모습은 또 얼마나 귀여운지,

남은 생은 몰래 숨어 다니며 하랑이만 찍어대는 파파라치가 되고 싶어졌다.






이제 담배 값을 줄여서라도 하랑이 선물 사줄 돈을 꼬불쳐 두기로 작심했다.
세상에 둘도 없는 하랑이의 행복만을 빌어야겠다.



사진, 글 / 조문호




성유나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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