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복씨의 아티스트북이 ‘나무화랑’을 멋지게 장식하고 있다.
지난21일 오후6시 무렵, 정영신씨와 들렸더니 김진하관장이 전시장을 지키고 있었다.

2년 전 전시한 아티스트북을 연상했으나, 추측을 뒤집은 독특한 발상의 전시였다.

목판화를 자르고 잘라 파편화시킨 조각품들을 하나하나 실로 묶거나 꿰매어,

조그만 나무 상자에 넣어 또 다른 아티스트북으로 탄생시키고 있었다.






미련한 곰처럼 억측 서럽게 해냈는데, 속이 뒤집혀 어떻게 그리 꼼꼼하게 해 냈는지 모르겠다.

절집에 들어가 만들었다니, 그건 작업이라기보다 하나의 수행이었다.

긴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수많은 손질의 반복은 바로 무념무상의 수행이었다.






미술평론가 김진하씨의 말처럼 강행복의 작업 자체가 아름다움이자, 긴 밤 지새며 맞는 화엄이었다.

조그만 작품들의 배열 또한 얼마나 조형적으로 꾸몄는지, 그보다 더 멋진 장식은 없을 것 같았다.

작품 설치를 한 김진하관장의 센스가 돋보였다.






마치 밀폐된 공간을 훔쳐보듯, 하나하나 살펴보는 재미가 아기자기했다.

나무상자에 펼쳐 넣어지거나 세워지고 눕혀지는 등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조그만 상자에 갇힌 판화 조각들이 관객과의 대화를 유도하고 있었는데,

40여년을 작업해온 노련한 작가의 실험 정신이 돋보였다.






작품을 벽에만 거는 기존의 방식에서 벋어나라는 암시도 주었다.
많은 시간을 보내는 책상 머리 맡에 올려놓으면, 볼 때마다 불가의 화엄경 같은

작가의 아티스트북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전시는 4월2일까지 인사동 ‘나무화랑’(02-722.7760)에서 열리니, 놓치지 마시길...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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