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불똥이름 모르면 간첩도 아니다. 간첩들도 다 아니까.

나도 그 이름을 80년대부터 알았지만, 실제 만나보니 이름과는 전혀 다르더라.

우락부락하고 과격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무안케 했는데,

저렇게 양순한 사람이 어디서 그런 깡다구의 투지가 나올까 의심스러웠다.

그런 그가 또 인사동서 판을 벌였단다.

 

85년부터 지금까지의 작품을 요약한 갤러리175’ 기획전으로,

지난 15일 시작해  31일까지 이어진다.


박불똥, 그는 민중미술의 기수다.

그 앞에는 현실과 발언전에 참여한 선배들도 있지만, 불똥 날리는 그의 투지는 독보적이었다.

선배들은 쓰리쿠션으로 돌렸지만, 그는 직설적인 강펀치를 날렸다.

    

 


그의 그림은 물감과 사진, 심지어는 인쇄문자까지 동원하는 포토몽타주기법을 즐겨 사용한다.

여러 이미지를 하나로 구성하는 기법으로 그만의 절묘한 조형어법을 만든 것이다.

그의 통렬한 비판 정신이 담긴 작품들로 한 때 박불똥 신드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미지를 자르고 오려 붙여 만들고, 그걸 다시 사진 찍는 다소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단방에 인식시키는 강력한 소구력이 있었다.

    

그가 삼십 년 넘게 목을 매는, 이 전대미문의 민중미술이란 도대체 뭔가?

바로 독재자가 만들어 낸 것으로, 독재에 저항하는 예술의 한 방식으로 나온 것이다.

대개들 그 시대의 대표적 희생양으로 박종철, 이한열씨 같은 민주투사들을 떠올리지만,

그 뒤에는 박불똥씨를 비롯한 많은 민중 예술가들이 있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홍대 미대'에 비싼 등록금 갖다 바치며 열심히 공부했으면, 남들처럼 고상한 예술이나 하지,

왜 돈 안 되는 현실 작업에 메 달려 처자식까지 고생시키는지 모르겠다.

거지처럼 가난하게 살면서도 작품으로 판 벌이지 않으면, 좀이 쑤셔 못 견디는 모양이다.

오죽하면 개나 소나 다 만드는 전시 팜프렛 하나 만들지 못했으며, 액자도 끼우지 못했을까?

 

사실 민주화운동에 뛰어든 많은 사람들이 많은 정신적 육체적인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했지만,

그 후유증으로 대부분 사회에서 낙오자가 되어버렸다.

다행히 정치판에 뛰어든 사람들은 어느 정도 보상 되었겠지만, 예술가들은 국 쏟고 뭐 데인 격이다.

그 뒤 김대중, 노무현정권이 들어서며, 일부 작가들은 감투를 얻어 쓰거나, 미술관에 작품이라도 넣었겠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은 삶의 의욕조차 잃었던 시기다싸움에 메 달렸을 때는 배고픔이라도 잊을 수 있었거든...

    

 

요즘 난데없는 민중미술바람이 불고 있다.

상업 갤러리들의 단색화에 이은 바람잡이겠지만, 박불똥은 그 덕조차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돈 되는 작가들은 장사꾼들이 다 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박불똥씨 기획전은 어떻게 기획됐는지 모르지만, 내가 볼 땐 판매하고는 거리가 먼 것 같았다.

 

박불똥 형,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린다고 너무 서러워 마시게,

당신을 비롯한 많은 작가들이 그렇게 밀려나지만, 더 악착같이 작업하고 있지 않은가?

못난 길 따르는 후배들께, 그 불똥 같은 정신 물려주고, 편안하게 그림이나 그리시게..

설마 산사람 입에 거미줄 치겠나?“

 

이 날 전시개막식엔 인사동에서 했던 박불똥씨 전시 중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조그만 전시장이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민중미술하는 동료나 후배들은 거의 다 모습을 드러냈으나, 선배들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후배들이 뭉쳐 무슨 쿠데타라도 일으킬까, 지레 겁먹었나?

 

전지장에서는 박불똥, 조경연 내외를 비롯하여 백기완, 이 철, 권술용, 이충렬, 임진택, 장경호,

류연복, 마문호, 이인철, 최경태, 김석주, 김기호, 박은태, 조 섭, 이재민, 이철재, 김영중, 최석태,

곽대원, 김진하, 김정대, 박세라, 이종률, 이시백, 장순향, 마기철, 최혁배, 임정희, 이진경, 김태서,

이만주, 노광래, 배성일, 장재순씨 등 많은 분들을 만났고,

뒤풀이는 낭만에서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다.

 

사진, / 조문호


찍은 사진들을 모두 올리다 보니 100장이  넘어버렸네요.

지루하더라도 아는 사람들 있나 찿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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