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원로사진가 한정식선생의 생신날이다.
이번 생신은 김기찬선생의 미망인 최경자여사께서 오찬을 미리 예약해 두었단다.
약속장소가 지하철 3호선 동대역 6번 출구라기에 내심 어디로 갈지 궁금했는데,
'남산타워 레스토랑'이라는 것이다.

사실 ‘남산타워’란 말은 많이 들었지만, 생전 처음이었다.
촌놈 출세한 것이다. 여지 것 마누라에게 구경시켜 주지 못한 게 걸렸으나,
본래 잘 알려진 사람 많은 관광지를 기피하는 체질이라 어쩔 수 없었다.
오래 살다보니 별일도 다 있다는 생각으로 갔는데, 날씨가 받혀주었다.

완연한 봄 날씨였다.
따스한 봄볕에 괜히 마음이 들떴는데, 역시 늙어도 봄은 좋더라.

그 자리는 주인공 한정식선생을 비롯하여 최경자, 정영신, 전민조선생과
나까지 모두 다섯 명이었다. 움직이기 딱 좋은 인원에다 좋은 분들과 만났으니,
봄 사건 한번 엮었으면 좋으련만, 통풍이 도져 금주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남산에서 내려다 본 서울의 모습은 마치 유령의 도시처럼 낯설었다.
희뿌연 스모그에 뒤 덮힌 시가지가 햇살에 드러났는데, 서울 같지않았다.
또 촘촘히 들어 선 높은 빌딩과 집들은 얼마나 많은지,
집 없는 사람이 많은 현실이 이해되지 않았다.

남산타워는 오래된 탑이라 전망대에 오르는 에리베이터가 벽에 가려져있었다.
서울시가지를 내려보며 오르기를 기대했는데, 탑승료 만원이면 너무 비싸다 싶었다.
오래되어 투자금의 몇 배 이상 벌었을 것이고,
더구나 그 위의 식당예약으로 가는데 말이다.

식당 분위기는 좋았다.
마치 비행기로 하늘에 올라 밥 먹는 것 같았다. 다 좋은데 술을 마실 수 없으니 어쩌랴!
더구나 전민조선생께서 사진 찍는다며 맥주잔을 입에 대는 포즈를 취하라는데,
미칠 지경이었다. 다른 술 같으면 몰라도 맥주는 더 마실 수 없었다.
통풍에 맥주는 쥐약이니까...

좌우지간 한정식산생의 생신을 기념하는 오찬회는 즐거웠다.
원님 덕에 나팔 분 격이나, 모두들 선생의 생신을 축하하며 축배를 들었다.


“선생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백세까지만 건강하게 사십시오.”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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