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총리공관 안가에서 한 방 먹고 졸도한 후, 이인철, 박 건, 장경호 잔당에 납치되어 ’조선인민공화국‘ 안가에 실려 갔다.
그 곳에는 이중섭상 받은 강요배 내외를 비롯하여 주재환, 손장섭, 최석태, 박홍순, 이종률 등 빨지산 끼리 모여 술에 취해 흥얼대고 있었다.
소주 고문실에서 생맥주 고문실로 옮긴 것 까지는 좋았는데, 특유의 흐느적거리는 강요배 옆으로 손장섭 지도자 동지께서 파고든 게 발단 되었다. 나는 박홍순 고문관에게 당하는 사이라 시선을 돌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총성 두발이 터진 것이다.
급작스러운 사태라 미처 대응 사격할 틈도 없었는데, 손장섭 동지께서 쏜 것이다. 키만 컸지 비실비실한 강요배 뼘에다 왕복으로 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총을 쏜 동지의 표정에 전혀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유 없이 총 맞은 강요배의 찌그러진 표정은 말 할 것도 없지만, 옆구리를 맞대고 앉았던 부인 표정을 보니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이어 벌어진 지도자 동지의 다둑거림으로 무마되어, 다시 술 고문이 재개되었지만, 총질 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 다음부터 나름대로 사태를 파악하느라, 고문을 당해도 취하지를 않았다.
“왜 쏘았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오늘 전시된 강요배 작품에 대한 불만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사랑하는 후배의 더 자랑스러운 작품을 보고 싶었는데, 아마 성에 차지 않았나싶다. 이제 강요배가 분발하여 더 좋은 작품 그려 입성할 날만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판단되니 갑자기 코끝이 찡해졌다.
“난 왜 저토록 뜨겁게 아껴주는 선배가 없을까?”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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