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민중미술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판화가 이철수씨가 원불교 경전 ‘대종경’ 목판 경전전을 한다는

소식은 늦게 서야 접했다.


전시가 열린 지난21일은 다른 오프닝과 겹쳐 마음이 바빴다.

뒤 늦게 인사동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뒤풀이 장소를 몰랐던 것이다.

인사동 마당발 장경호씨 한데 연락 했더니, 전시장 옆 ‘황금돼지’란 고기 집에 있다는 것이다.

사실 전시를 축하하러 간다는 말은 하지만, 인사동을 들락거리는 벗들의 모습을 기록해 두려는 속 샘이 늘 앞섰다.

듣기로는 대종경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인데다 ‘문학동네’란 큰 출판사에서 화집까지 만들어 내었다기에

‘돈 냄새 좀 풍기겠구나!’ 지레짐작도 했다.

뒤풀이 집 ‘황금돼지’에는 많은 분들이 모여 있었다.
원로화가 주재환 선생을 비롯하여 시인 정희성, 신학철, 김정헌, 임옥상, 김정환, 장경호, 장순향, 김경원,

윤범모, 김지연, 전진희, 김준기, 황유경, 이가현씨 등 많은 분들이 술잔에 이야기를 실어 나르고 있었다.

화가들이 판 쳤지만, 시인에서 부터 무용가, 영화배우, 큐레이터 등 다양한 꾼들이 어울려 있었다.

나는 반갑다는 인사로 케메라 부터 들이대어, 버르장머리가 좀 없다.

사진 찍으며 술 마시느라 정신없었는데, 정작 보여야 할 이철수씨는 보이지 않았다.

옆 사람에게 물었더니, 전시가 오후8시까지라 전시장에 계시다는 것이다.
그래서 술 마시다 남의 슬리퍼 끈 채, 세종문화회관 전시장에 작품 보러 간 것이다.

‘네가 그 봄꽃 소식해라’란 제목의 판화전은 몇 년동안 원불교 경전 ‘대종경’에 파 묻혀 새겨 낸,

그의 생각이고 그림이고 시였다. 무려 205점이나 되었는데, 일단은 그 대단한 공력에 감탄했다.

그러나 작품들이 너무 많이 걸려 혼란스러웠다.

마음이 급해  대충 보아 그런지, 돌아 와 머리에 남은 건 몇 점 밖에 없었다.

아쉬웠다. 전시를 주관한 원불교의 입김인지 모르지만, 담당 큐레이터가 강력하게 말렸어야 했다.

도록에 다 실려 있는데, 그토록 무리하게 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황금돼지’로 돌아와 다시 술을 마셨으나, 이런 저런 생각에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작가가 돈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까?” 늘 마음에 걸린 생각이었지만, 술 취해 괜스레 슬퍼졌다.
노동가 한 자락 부르고 나왔더니, 쪽 팔리게 눈물이 고여있었다.

“인천의 성냥공장, 성냥 만드는 아가씨~”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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