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들은 대전의 원로사진가 신건이선생께서, 1960년대에 찍은 사진들이다.


달구지 타는 꼬맹이들의 마음까지 읽혀지는, 추억의 사진이다.

형 뻘되는 고삐 쥔 아이의 표정이나 쫄랑 쫄랑 따라가는 송아지의 모습도 정겹다.


그 다음 사진은 대전천변에서 유신개헌을 반대하는 군중들의 역사적 사진이고,
목척교에서 얼음 놀이하는 부감사진과 오래 전의 유성장 변두리 풍경도 있다.

신건이 선생은 한 마디로 사진에 미친 분이다.
사진가들이 대부분 미쳤지만, 신건이선생은 유독 그 병이 심한 분이다.
그러나 아마추어적 사진풍토를 부추기는 ‘한국사진작가협회’의 희생양에 다름 아니다.
사진의 가치를 잘 못 이해한 그림 같은 사진에 빠져 반 평생 동안 엉뚱한 일을 한 것이다.
오래 전의 사진들은 이렇게 좋았으나, 그 이후의 사진들은 보고 싶지도 않았다.

지난 21일 신건이선생께서 느닷없이 전화가 걸려왔다.
어떻게 찾아냈는지, 아내의 핸드폰으로 연락이 왔는데, 서울 있으면 얼굴 한 번 보자는 것이다.
근 20여년 만에 만났으나, 여전 하셨다. 열 살이나 더 많으신 데도 나보다 더 짱짱했다.
무슨 바른 말을 했는지 모르나 “사진협회‘에서 쫓겨났다“며 투덜댔는데, 아주 잘 하셨다고 답했다.
감히 후배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
김종필씨 말처럼, 노을처럼 마지막을 붉게 물들이는 뜨거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사진은 '눈빛출판사'에서 발행한 '한국사진의 재발견'에서 옮겼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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