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사진가선 17-
'강원도의 힘'
엄상빈사진집
눈빛출판사 / 12,000원
엄상빈씨의 ‘강원도의 힘’ 사진집 출판기념 및 전시 개막식이 지난 12일 오후6시30분경 충무로 ‘브레송갤러리’에서 열렸다.
사진들은 강원도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과 그들의 삶의 환경을 아주 친근하게 보여주고있다.
이는 사진가가 그들 속에 들어가 혼연일체가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으로 본다.
그 사진들에서 강원도 사람들의 순박하면서도, 찔긴 정신력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이다.
사진가 엄상빈씨는 '학교이야기'에서 부터, 아바이 마을 '청호동 가는 길', '고성산불', '들풀 같은 사람들' 등
대부분의 작업들이 강원도에 쏠려있고, 오랜 세월 그 곳에 천착하여 애정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다.
강원도에서 태어나고 강원도에서 학교와 군대, 직장생활까지 한 전형적인 강원도 맨이다.
토박이로서의 따뜻한 향토애가 '강원도의 힘'이란 큰 결실에 어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은 강원도 사람들의 순박하고 강인한 정신력이 바로 '강원도의 힘'이고,
오랜세월 그들을 지켜 본 엄상빈씨의 작업 자체도 '강원도의 힘'인 것이다.
그리고 그 강원도의 힘을 보며 새삼 '사진의 힘'을 실감했다.
정영신씨가 촬영한 오프닝 사진에는 엄상빈선생 가족을 비롯하여 황규태, 한정식, 김보섭, 이규상, 안미숙,
김남진, 성남훈, 신현림, 장 숙, 양시영, 나떠구, 곽명우, 김지연씨 등 많은 사진가들이 보였는데,
전시장은 축하객들로 발 디딜 틈없이 성황을 이루며, 밤 늦은 시간까지 뒤풀이가 이어졌다고 한다.
이 전시는 10월21일까지 이어진다.
사진: 정영신, 글: 조문호
-작가의 말 -
강원도내 한 일간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강원도민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순박하다’를 가장 많이 꼽았다. 도민들이 ‘타 지역 사람들이 도민들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느냐’에 대한 질문에서도 역시 ‘순박하다’는 답을 가장 많이 꼽았다. 상징물로는 ‘설악산’을, 역사적인 인물로는 ‘신사임당’을, 대표음식으로는 도민들은‘막국수’를, 외지인들은 ‘감자떡’을 꼽았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자연과 생활환경을 바탕으로 오랜 세월 쌓이고 쌓여 생겨난 삶의 양식이라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본인 역시 나고 자란 곳이 강원도이고, 학교, 직장, 심지어 군 생활까지도 강원도 철원에서 했으니 강원도와는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몸이다. 가슴속 깊은 곳에 ‘비탈’과 ‘감자바위’라는 상징성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강원도 사람이 맞다. 지금은 강원도를 떠나 수도권에 살고 있으니 지나간 과거의 이야기이지만, 자동차 번호판에 ‘강원’ 등 지역이 표시되어 있을 때가 있었다. 복잡한 서울 도심에서 좌·우회전을 제 때 하지 못하여 우왕좌왕해도 뒤의 차들이 ‘강원도 차’임을 이해해주리라는 순박한 믿음이 있었음이 사실이다.
여기에 담겨있는 30여년 세월의 사진 속 주인공들이 바로 강원도민들의 순박한 자화상이다. 강원도 여기저기를 다니며 우연히 만난 우리의 이웃 아저씨들이고 아주머니들이다. 어느 날 볼일 보러 가다가, 사진 찍으러 가다가, 절에 가다가 또는 출퇴근길에 만난 꾸밈없는 모습들이다. 더러는 잘 아는 이도 있고, 사진으로 가까워진 이도 있다. 여러 상황에서 만난 짧은 인연이었지만 하나같이 순박한 인상은 잊히지 않는다.
집중 호우로 다 망가졌던 그 양배추 밭에도 이듬해가 되면 어김없이 다시 파종을 하고 농사일을 이어가는 사진 속 주인공 농부처럼 은근과 끈기, 그리고 순박함이 바로 ‘강원도의 힘’이 아닌가 한다.
-엄상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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