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완주 소양면에 작업실이 있는 도예가 한봉림씨를 만나러 갔다.
친구 생각나면 훌쩍 떠날 수 있는 것도, 이젠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이런 저런 일에 목매여, 자유롭게 살아본 지가 오래되었다.
한옥 팬션을 지었으니 한 번 오라는 연락에도 차일피일 미루었더니,
팬션 홍보에 필요한 사진이 필요하다며 오라고 했다.
나도 정선에 오래 살아봤기에 친구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아무리 천하의 비경과 예술을 끼고 살아도, 외로우면 소용없는 것이다.
마음 맞는 벗들이 들락거려야 사람 사는 맛이지...
나는 멀리 떠나게 되면, 아직도 어린애처럼 밤잠을 설치는 버릇이 있다.
밤새도록 눈 한번 붙이지 못한 채, 정오를 넘겨서야 완주에 도착했는데,
차 소리와 개 짖는 소리에도 인기척이 없어 동네 마실 나간 걸로 여겼다.
혼자 돌아다니며, 주변 풍경들과 설치된 도예작품을 찍은 것이다.
도깨비들이 놀다 간 듯한 작품들과 이야기도 나누었고,
살랑거리는 바람에 실어 마음의 편지를 띄워 보기도 했다.
한 두 시간 놀다보니, 그때서야 잠이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늙은 누렁이가 지켜보는 가운데, 흔들의자에 기대어 잠들어버렸다.
그런데 갑자기 친구가 나타나 “방안에 있었는데, 언제 왔냐?”는 것이다.
차에 둔 핸드폰도 꺼낼 겸, 동네 가게에 막걸리 사러 나왔단다.
이제 일도 대충 끝내고 술 마실 일만 남았는데, 이 친구 선견지명은 있어 보였다.
단골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막걸리를 마시며 이런 저런 한담을 나누었다.
30여 년 전 한봉림교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소설가 배평모씨 때문인데,
사우디에서 귀국하던 날 전주에 내려왔던 이야기를 비롯해
귀가 간지럽도록 그 친구이야기를 했는데, 갑자기 전화를 걸어 바꿔 준 것이다.
오랜만에 통화한 친구 목소리에 대고 반갑다는 표현을 더럽게도 내뱉었다.
"야이 인간아~ 아직 안 죽었나? 엄청 명은 질기네!"
모두들 기력이 딸리니 술을 아껴 마시자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술로 저승 간 친구가 하나 둘이 아니니, 쪼잔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친구 집으로 돌아오니 모친께서 거실에 나와 계셨다.
아직 건강하신 모습을 뵈니 너무 반가웠다.
거동도 불편하지 않고 아직 기억력도 좋으신것 같았다.
그러나 다음 날 잡힌 약속으로 일찍 자리에 누워야 했다.
새벽일찍 잠에서 깨어났으나, 마음이 바빠 작업실도 들리지 못한 채 줄행랑 쳤다.
작업실 촬영한다는 핑계로 다시 한 번 들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새집도 지었으니, 여럿 어울려 지신이라도 한 번 밟을 작정이다.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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