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시인은 온갖 기행으로 살아생전 이미 전설이 되어 귀천한 분이다.
박재삼시인의 단칸방에 끼어 자다 오줌을 싼 이야기며, 소설가 한무숙선생의 집에서 샤넬 파이브 향수병을
미니 양주병으로 알고 마셔 몇 날을 방귀만 뀌면 향수냄새를 풍겼다는 이야기,
행려병자로 알고 정신병동에 갇혀 몇 달동안 행방불명되어 문우들이 유작 시집을 펴내 찾은 일,
간첩으로 몰려 정보부에서 겪었던 사건 등 그 일화들이 숱하다.
인사동 '귀천'에 앉아 귀천할 시간을 기다리듯 연신 시계를 들여다보며,
면식이 있는 사람만 나타나면 천원짜리 노잣돈을 징수해 이승을 떠나셨다.
천상시인의 절창 “귀천”은 이미 국민시가 되어 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 다음으로 잊을 수 없는 시가 “주막”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몽롱한 것은 장엄하다!” 이 얼마나 천선생 다운 화두냐?
한 평생을 몽롱하게 사시다 하늘로 떠나신 천상시인이 항상 부럽다.
조문호(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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