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강민수 노화랑서 달항아리展
전통 장작가마 방식으로 빚은 30여점


넉넉하고 푸근한 인상의 달항아리는 다른 도자기와 다른 방식으로 제작된다. 큰 사발 형태 두 개를 따로 만들어 위 아래를 맞추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정확하게 맞추기도 어렵고 설사 잘 붙였다 해도 한 쪽으로 기울거나 뒤틀리기 쉽다. 똑같은 달항아리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멋과 매력은 완벽함이 아닌, 이러한 작은 뒤틀림에서 비롯된다. 달항아리 매력에 20여 년간 뿍 빠진 강민수(43)의 도예전이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오는 17일부터 열린다. 신작 30여 점 역시 언뜻 비슷한 것 같지만 색과 형태에서 미묘한 자신만의 기운을 뽐낸다. 배가 아주 완벽히 둥근 것도, 약간 들어간 것도 있고, 한 쪽이 살짝 처진 것도 있다. 가마에 항아리를 구울 때마다 색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항아리가 내뿜는 색도 다르다. 이러한 작은 차이를 알아채는 것에서 달항아리 감상의 묘미가 발생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열병으로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작가는 "달항아리는 동그랗고 백색으로 형태가 정해져 있는 데도 끝이 없다. 만들어도 만들어도 같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것이 작가가 대학 졸업 후 20여 년간 줄곧 달항아리에 매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여전히 전통 장작 가마를 고집한다. 불이 빚어내는 스릴과 긴장감을 놓기 싫어서다. 장작 가마에 쓰이는 나무도 직접 강원도에 가서 고른다. 국산 소나무를 통으로 산 다음 그걸 경기도 광주 작업실에 가져와 엔진톱으로 50㎝씩 자르고 도끼나 파쇄기로 네 토막씩 잘라낸다.

장작을 1년 정도 햇볕에 잘 말리는 것이 좋은 도자기를 만드는 비결이다. 작가는 강원도 양구와 경남 산청, 하동에 있는 흙을 가져올 정도로 정성을 다한다. 각고의 노력이 어우러져 태어난 그의 달항아리는 높이가 67㎝에 이른다. 조선 후기 달항아리의 48㎝보다 큰 것이다. 마음과 정성을 다한 때문인지 그가 빚은 달항아리는 모든 근심과 걱정을 다 담아줄 것만 같다.

미술사학자 최순우 선생은 책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통해 "아주 일그러지지도 않았으며 더구나 둥그런 원을 그린 것도 아닌 이 어리숙하면서 순진한 아름다움에 정이 간다"며 달항아리를 예찬했다. 김환기 화백 역시 "나의 모든 예술은 조선 백자와 백자 항아리에서 나왔다"며 "굽이 좁고 입구가 넓은 달항아리를 `공중에 둥실 떠 있는 것 같다`고 격찬했다. 현대인의 불안과 걱정을 다 어루만져 줄 것 같은 달항아리의 매력에 빠져보자. 전시는 27일까지. (02)732-3558

[매일경제 /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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