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90도의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왕진오 기자)


(CNB=왕진오 기자)

 

"180도로 바라봄은 단절, 혹은 새로운 포맷에 관한 의미라면, 90도로 바라봄은 소통 즉 '옆을 보다'라는 의미이다. 인간만이 가지는 즐거운 유희, 고개를 돌려 옆을 보는 것이죠."


붓을 든지 18여 년 동안 판화와 사진 그리고 영상작업을 아우르고 선과 면의 본질적인 작업으로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는 이종철 작가(45, 한양여대 교수)가 기하학적 형태를 반복시키는 방식으로 '무한상상'을 펼쳐 보이는 전시 '90도의 철학'전을 9월 2일 서울 통의동 진화랑 전관에서 막을 올렸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은 호의 형태를 기초로 한 선들이 자유자재로 그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일정한 각도의 규칙을 가지고 조화를 이루고 있다.


멀리서 바라볼 때는 캔버스에 디자인적으로 선을 붙인 것으로 보이지만, 한 걸을 가까이 다가가 바라볼수록 물감의 궤적이 여실히 드러난다.


1년 전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선보인 추상과 구상, 모노톤의 '바로크 2.0'과는 180도 달라진 그림이다.


이 작가는 "당시 전시를 통해 보여준 것은 장르적으로 꽃이란 소재를 빼면 점과 선이었다. 링크라는 표현으로 관객들과의 교감을 위해서 추상과 구상이 섞인 작업이었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는 꽃과 색도 다 빼고 블랙과 화이트로 불필요한 것을 모두 제거했다"며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을 작품으로 만들어 보았다"고 말했다.

 

 

▲ 진화랑 이종철 작가 '90도의 철학'전시전경.(사진=진화랑)

 


 '90도의 철학'은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을 의미한다. 이종철에게 360도는 완전한 독립, 180도는 등 돌림과 단절을 의미한다. 바로 이 점에서 90도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최근까지 작가가 선보인 미니멀한 작업들은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작업에 나타나는 구조적인 패턴은 90도에 관한 상상이며 철학이다.


 

서양적 철학의 토대위에 미니멀은 의미 없음의 의미를 추구했다면, 동양적 철학 위에 미니멀은 불필요한 것들이 제거되어가는 지움에 관한 인문학적 사유가 된다. 종교적일 수 있는 이야기들일 수 있지만, 이들은 관계함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 진화랑 이종철 작가 '90도의 철학' 전시전경.(사진=진화랑)

 


 절제된 네 가지의 색, 모르타르가 만들어내는 최소한의 두께감과 마티에르의 균형 역시 가능성과 상상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상상을 위한 열린 구조는 소통의 무한 확장을 통한 관계의 유희를 은유한다.


 

서로가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결합되는가에 따라 매번 새로운 의미를 드러내는 이종철 작가의 '90도의 철학'은 대화의 부재 그리고 각자의 삶을 추구하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고개 돌려 옆을 보라는 의미를 새롭게 각인 시키고 있다. 전시는 9월 21일까지. 문의 02-738-7570.


 

 

▲ 작품과 함께한 이종철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한양여자대학교 교수인 이종철은 홍익대학교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2001년 호주의 정부장학금을 받아 호주 멜버른으로 유학을 갔다.


 

1996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작업과 학업을 병행해 2005년 호주에서 미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까지 12회의 개인전과 150여회의 국내외 기획전과 단체전에 참가할 정도로 왕성한 작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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