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간에 작품 하나 '원룸원포토' 캠페인

"인사철 난 화분 상당수는 버려져…예술작품 선물은 평생 남는 것"

 

 

“기업 인사철에 사무실로 밀려드는 난 화분의 80~90%가 몇 달 만에 말라죽어 버려진다고 하더군요. 화분 하나당 평균 15만원 정도라고 하던데, 그 가격대의 예술작품을 선물로 보내면 좋지 않을까요?”

한 공간에 작품 한 점, 이른바 ‘원룸 원포토’(oneroomonephoto.com)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이순심 갤러리나우 관장(사진)의 말이다. 원룸 원포토는 이 관장이 벌이고 있는 작품사진 보급 캠페인. 유명 사진작가 16명의 작품 50여점을 온라인으로 전시하고 판매하는 방식이다. 구성연, 임안나, 김용훈, 간지, 박대조, 전중호 씨 등 작품당 평균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작가들이지만, 갤러리나우에서는 작품당 150~300점을 한정 제작해 7만~26만원에 판매한다.

“작가들을 설득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어요. 작품 하나하나의 가격도 가격이지만, 작가들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도 있는 일이거든요. ‘미술품 대중화를 통해 시장도 넓히고, 소비자들에게도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명분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홍익대에서 사진디자인을 전공하고 성균관대, 경민대 등에서 30년간 학생들을 가르쳐온 이 관장은 자신이 그동안 쌓아온 인맥이 작가들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 관장이 이 캠페인을 구상한 것은 2009년 10월 갤러리나우에서 ‘세로토닌 전시회’를 기획하면서다. 당시 한 중학생이 “책상 앞에 이 그림을 걸어놓은 뒤부터 공부가 잘되는 것 같아요”라고 하는 말을 듣고, 정신건강의학 전문가인 이시형 박사의 조언으로 열었던 전시회였다. 예술작품을 보면 생기는 세로토닌이 생기와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대뇌 변연계를 활성화시켜 집중력·기억력을 좋게 한다는 데 착안했다.

이 관장은 ‘이발소 그림’을 예로 들어 이 캠페인의 취지를 설명했다. “4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어렸을 적 이발소 그림이 기억날 거예요. 대부분 먼지가 내려앉은 밀레의 ‘만종’ ‘이삭 줍는 사람들’이거나 붓으로 쓴 ‘오늘도 무사히’일 겁니다. 그때 그 이미지에 대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지 않나요. 자녀들 공부방에 달력그림 대신 작가의 정신적 소산인 예술작품을 걸어두면 아이들에게 훨씬 더 좋지 않을까요.”

캠페인은 지난해 10월 말 현대백화점 5개 지점에서 전시회를 여는 것으로 시작했다. 최근 새로운 공동 주거형태로 조명받고 있는 셰어하우스 ‘우주’에도 공급됐고, 서울대 미술관과도 전시를 협의 중이다. 지난해 말까지 500여점이 판매됐다.

 문의 (02)725-2930



[한국경제]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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