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낙고재 안영환대표

 

 

 

 

“평당 공사비만 1200만원에서 1500만원이 들어간다면 한옥 대중화는 어렵습니다.” 락고재 안영환 대표는 일반 동급의 아파트, 주택과 비교해 아직 높은 공사비가 들어가는 한옥 건축의 현실을 지적했다. 지나치게 높은 자재, 공사비가 시장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평당 400만원 이하의 공사비를 통해서도 한옥을 지을 수 있긴 하다. 하지만 그만큼 품질이 낮아 외형, 실용성 모두 일반 주택이나 아파트보다 나을 것이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렇다고 한옥건축의 제작 단가를 마구잡이로 낮출 수도 없다. 전체 건설 경기가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는 요즘 한옥 역시 예외가 될 수 없고 현장에서의 한옥 건축은 여전히 부족한 기술 인력과 긴 공사기간, 자재수급의 불규칙성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족한 인력 양성 위해 한옥학교 설립

“단단하고 좋은 목재와 이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훌륭한 목수를 찾는 것이 힘듭니다. 공사에 들어가면 인력 관리도 쉽지가 않고요. 더구나 고급 한옥을 지으려면 거의 문화재급의 제작 단가가 책정되는데 상업적으로 큰 장애물이 되는 부분입니다.”

2003년 고급 한옥 게스트하우스 락고재를 열어 한옥의 문화컨텐츠로서의 가치를 상업화하는데 성공한 안영환 대표는 최근 한옥건축산업의 대중화를 위한 첫발을 디뎠다. 경북 안동에 있는 안동한옥학교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한옥 관련 기술자들을 양성하는 한옥 기술 교육 기관이다.

안동한옥학교에 입학한 수강생은 기본교육과정(6개월), 장학교육과정(3개월), 인턴교육과정(3개월)의 3단계로 한옥건축의 이론과 실제를 익히게 된다.

 

 

 

표준화모델 정립으로 경제성 확보하려

 

안영환 대표는 건축자재 수급과 시공시스템 개선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한옥의 건축비가 높은 이유는 마땅한 표준모델이 없기 때문입니다. 규격 자체가 없다 보니 공사 때마다 나무를 현장으로 들여서 자재를 만드는 작업부터 진행하는데 목수의 감에 의존하는 만큼 결과의 편차가 클 뿐만 아니라 소음 등의 문제로 주변 민원이 많이 발생해요. 공사를 주도하는 대목수가 자리를 비우거나 혹시 아프기라도 한다면 작업이 중단되거나 느려지기 일쑤입니다.”

안영환 대표는 규격화된 자재 생산을 통해 한옥 건축 원가를 낮추는 것과 아울러 공사기한을 단축하고 인건비도 절감하는 ‘한옥의 표준화 모델 정립’을 계획하고 있다. 공사비용이 낮아진다면 한옥보급은 자연스레 늘 것이라는 생각이다.

“제 목표는 평당 공사비 800만원 정도에 고급 한옥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도 높은 가격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도 한옥은 내부 인테리어에 추가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편입니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옥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남아

 

한옥의 대중화, 경제적인 현실화에 대해 직접적인 접근을 하고 있지만 한옥의 정체성에 대한 원론적인 고민도 크다.

“한옥을 생산하는 것과 한옥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꼭 동일한 작업은 아닙니다. 저는 한옥의 매력이 풍류에 있다고 생각해요. 여유와 자연스러움이라고 할까요? 그런 매력은 한옥을 짓기만 한다고 갖춰지는 것이 아니거든요. 외국인들이 말하기를 한국의 건축물이 중국에 비해선 규모에서 밀리고 일본에 비해선 섬세함이 떨어진다고 해요. 우리는 부정하고 싶어도 그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진정한 한국의 매력을 어필하려면 단순히 겉모습뿐만 아니라 풍류의 멋과 여유를 전달해 한국만의 문화적인 차별성을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해요.”

 

 

 

 

이미 1993년부터 한국 고택 체험 투어를 기획해 한국의 멋과 풍류를 상품화한 것이 바로 안영환 대표다. 서울 락고재의 경우 요즘도 대부분의 고객이 외국인이다. 그간 80%이상을 차지하던 일본인 손님은 50~60% 정도로 비중이 줄었지만 대신 싱가폴, 홍콩 등 중국계 외국인 손님이 늘어 30%정도를 차지한다.

그가 누마루나 온돌처럼 한국적인 부분에 집중하면서도 ‘편백나무월풀욕조’처럼 새로운 요소를 신경 쓰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아시아권은 서로 유사한 문화를 공유하고 있어 단지 문화적인 것으로도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얼마나 쾌적하고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느냐의 문제에요. 한옥에서 편백나무월풀욕조에 몸을 담글 수 있다면 아마도 한옥에 대한 호감이 더욱 커질 겁니다.”

안영환대표의 새로운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경북 안동에 있는 안동 락고재 별관은 친환경성으로 각광받고 있는 초가집으로 지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공사중인 안동 락고재 본관에는 한옥 안에 서양식 호텔이나 리조트에서나 볼 수 있었던 풀빌라를 들일 예정이다. 아직 새로운 도전이 너무나 많이 남았다.


 이코노믹리뷰(www.econovill.com) / 유주하 zooha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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