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꾼들만 판치는 인사동에 무슨 예술과 풍류가 남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인사동 골목골목을 돌다보면 인사동 기억을 소주잔에 부어 마시는 예술가들도 있고, 그들이 즐겨 찾는 아지트도 가뭄에 콩 나듯 한 두 곳은 남아있다.

 

인사동 술집하면 이미 고인이 된 서양화가 강용대, 사진가 김종구, 시인 적음스님을 비롯한 인사동 골통들이 죽치던 실비집(‘실비대학’이라 부름)부터 생각난다. 그 실비대학 총장님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행방조차 묘연하지만...

50여 년 전 민병산, 박이엽, 천상병, 강 민, 민 영, 신경림, 황명걸, 채현국씨 등의 여러 선생님들이 관철동에서 인사동으로 모여들기 시작하며 인사동문화가 꽃피기 시작했다. 그 인사동의 선구자적 예술가들이 즐겨 찾았던 곳이란 바로 목순옥 여사가 운영했던 ‘귀천’을 기점으로 ‘실비집’과 ‘누님칼국수’, ‘하가’, ‘시인통신’등 이다. 이젠 고담준론을 나누던 그 대폿집들은 물론 객들도 한 분 두 분 세상을 떠나거나 사라지고 있다.

 

예술로 빌어먹는 술꾼들이 외상술에 개똥철학 풀던 그런 대폿집들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아직 인사동을 떠도는 사람들이 남아 있기에 그 풍류적 가치를 지키려는 술집도 생기는 것이다. 인사동을 떠도는 예술가들이 원하는 공간이란 흥에 겨워 즉석에서 유행가라도 한 곡 뽑을 수 있는 마음 편한 술집이다. 신용카드 때문에 외상술은 안 통하겠지만 안면 있는 벗들이 곳곳에 있어 공술도 가끔 얻어 마실 수 있고, 자정이 넘었다고 손님들을 칼같이 내쫓지도 않으며, 소주잔에 담배연기 날려가며 마실 수 있는 그런 자유로운 술집 말이다.

 

인사동 16길에 있는 ‘노마드(유목민)'가 그러한 요건을 두루 갖춘 대폿집이다.

’노마드‘는 오랫동안 인사동에서 민예품을 만들어 왔던 전활철(60세)씨가 2년 전에 만든 술집인데, 인사동 술꾼의 한 사람으로서 그러한 공간이 그리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는 본래 애주가로 아무리 마셔도 취기 한 번 보이지 않지만, 매일같이 손님들과 어울려 술을 마셔대니 몸이 성할지 걱정스럽다.

 

’노마드‘의 술집 문을 열면 어디에선가 본 듯한 예술가들이 구석구석 박혀 있고, 그 시절의 감정을 자극해가며 술집을 흥건히 적셔주는 음악 또한 기가 막힌다. 가끔은 ‘뮤아트’ 김상현씨를 비롯한 뮤지션들의 생음악도 감상할 수 있고, 운이 좋으면 얼큰하게 취한 전활철씨의 열창도 들을 수 있다. 술 종류야 어느 집이나 다 비슷비슷하겠지만 이 집에서 자랑할 만한 술안주로는 홍어찜이나 가오리찜, 귤전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생두부를 곰삭은 묵은지에 싸 먹는 두부김치 맛이 압권이다.

 

그 곳에 들락거리는 인사로는 철학자 채현국, 행위예술가 무세중선생을 비롯하여 시인 강 민, 김신용, 조준영, 김명성, 서양화가 이청운, 허미자, 장경호, 김언경, 차기율, 전인경, 전강호, 도예가 김용문, 신동여, 황예숙, 음악인 김상현, 가수 하양수, 김추자, 연극배우 이명희, 소설가 배평모,  패션디자이너 손성근, 그래픽 디자이너 김의권, 인사동 마당발 노광래, 현장스님, 덕원스님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아 입이 아프다.

 

‘노마드’ 위치는 인사동 16길인 ‘사랑방모텔’ 골목으로 들어가 종로경찰서 가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나온다.

근간에 한 번 들리시어  막걸리나 한 잔 드심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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