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경찰 출범 100일 관광한국 위상↑…다국어 길 안내부터 불법영업 단속까지

서울] “관광경찰의 명예를 걸고 친절한 안내와 서비스로 거듭나겠습니다”

깔끔하게 각잡힌 검정 베레모에 밝은 청색 자켓을 입은 사람들이 당당한 걸음걸이로 명동 한복판을 활보하고 있다. 이들의 정체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관광지킴이, 바로 대한민국 1호 관광경찰대이다. 관광경찰이 지난 1월 23일로 출범 100일째을 맞았다. 명동에서 만난 박민준 관광경찰대원은 출범 초기 새겼던 각오를 다지며 관광객들에게 더욱 친절하게 다가갈 것을 약속했다.

관광경찰은 명동, 인사동 등 서울의 관광명소 7곳에 배치돼 외국인 관광객을 보호하며 다양한 범죄 예방 활동을 수행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찰청은 지난 100일간 관광경찰이 국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정보 제공 및 길 안내 등 9천여 건이 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관광경찰이 서울 명동에서 일본인 관광객에게 관광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현직 경찰 52명과 의무경찰 49명 등 총 101명으로 구성된 관광경찰대는 친근한 인상을 줄 수 있도록 기존 경찰복보다 한층 밝고, 부드러운 느낌을 살린 경찰복을 따로 제작하고,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도록 외국어 능통자들을 선발했다. 영어, 중국어, 일어 등 각국의 언어와 서비스 마인드로 무장한 이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관광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에 관광온 외국인이 택시에서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면 어떨까. 당황한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이 바로 관광경찰이라고 한다. 그만큼 관광경찰의 명성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진흥팀 이영식 사무관은 “어려움에 처한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받은 친절과 서비스는 아마 평생 추억이 될 것”이라며 “이는 재방문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관광경찰의 역할은 단순히 관광객들의 불편사항을 처리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무자격 가이드의 활동이나 택시·콜밴의 불법 영업, 상인들의 호객행위 등 관광한국의 이미지를 저해하는 각종 불법 요소들을 적발해 관계법령에 따라 수사하거나 지자체에 통보하는 역할도 한다.




서울 명동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관광경찰의 안내를 받고 있다.


이 같은 관광경찰의 활약 덕분에 국내외 관광객들의 불편도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1월 20일 기준 관광안내전화 콜센터 1330을 통해 접수된 관광객들의 불편사항은 총 24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3%가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외래 관광객이 12,5% 이상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감소 효과는 더욱 뚜렷하다.

특히 분실 및 도난 관련 신고사항은 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건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현장에서 관광경찰이 즉시 해결한 사례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문체부 관광진흥팀 이영식 사무관은 “외국인 관광객이 자주 찾는 명동이나 인사동 등의 상가번영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해보면 관광경찰 덕분에 소매치기 같은 잡법이 예전에 비해 많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게 된다.”고 말했다.



관광경찰대원들이 서울 남대문시장 일대를 순찰하면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관광경찰의 활약상 중 무자격 가이드에 대한 단속 부분이 특히 눈에 띈다. 전체 단속 실적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무자격 가이드가 한국관광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판단에서 단속을 강화한 결과이다. 이에 대해 구태균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회장은 “그동안 협회 차원에서 무자격 가이드를 근절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어려움이 많았다.”며 “관광경찰 덕분에 무자격 가이드가 많이 근절돼 한국관광의 수준을 한차원 높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호객 행위에 대한 단속도 강화되고 있다. 호객 행위가 외국인들이 매우 싫어하는 구태라는 판단에서다. 상권과 관광업계도 단속을 반기는 분위기다. 명동관광특구협의회 이동희 국장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호객 행위 단속은 물론 기초질서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더욱 계도해주길 바란다.”며 엄격한 법 집행을 부탁했다.

다만, 관광경찰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소위 짝퉁 제조와 판매, 무자격 가이드 활동 등 은밀하게 이뤄지는 불법행위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는 게 관광경찰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관광경찰은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실제로 전담수사팀이 지난 달 1월 15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의 한 상가에서 모조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단서를 잡고 1천만 원 상당의 짝퉁 제품을 적발해 압수하기도 했다.




1330 외국인 관광객 관광불편안내 콜 전화기  


출범한 지 100일을 갓 넘겼지만 일선 현장에서 활동하는 관광경찰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박민준 관광경찰대원은 “외국인 관광객들로부터 격려룰 받을 때가 가장 기쁘다.”며 “이메일이나 1330으로 일부러 연락을 해 관광경찰의 친절함과 이미지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주시는 관광객들의 격려에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홍기원 관광경찰 부대장은 “우리 관광경찰은 많은 정부기관과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를 안고 출범했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몸소 느낄 수 있다.”며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이 저희를 먼저 알아보고, 격려해주실 때마다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각오가 생긴다.”고 말했다.

홍 부대장은 “외래 관광객 1200만 명 시대를 맞아 관광산업의 질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관광경찰 뿐 아니라 국민들의 관심과 협조 또한 매우 중요하다.”며 “관광객의 눈높이에 맞춘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외국인 관광객 보호와 관광질서 확립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박민준 관광경찰대원은 일선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불편과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본국으로 돌아간 관광객으로부터 격려 메시지를 받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앞으로 관광경찰의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올해 부산과 인천에서도 관광경찰이 출범할 예정이다. 관광경찰의 역할이 증대되고 관광한국의 위상이 커짐에 따른 당연한 조치로 보인다. 모쪼록 출범 100일을 맞는 관광경찰이 국내외 관광객들로부터 사랑받는 친근한 경찰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정책기자 이혁진(직장인) rhjeen0112@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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