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홍구작
"사진작가 이상일((李尙一, 47). 1980년 5월 27일 그는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 군사독재정권이 규정한 '폭도'의 최종 진압작전 현장에. 그는 작전 수행중이었다. 총 대신 카메라를 들고. 작전 기록물을 남기는 게 그가 맡은 임무였다. 정보사령부 소속이었던 군인 이상일. 그는 이날 광주 곳곳을 누비면서 현장을 카메라에 담은 몇 안되는 사람이다.
이상일은 그로부터 4년 뒤인 1984년 제대했다. 사회에 나와 사진을 본격적으로 공부할 요량으로 대학에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광주를 찾는다. 아, 망월동. 그의 손에는 카메라가 쥐어져 있었고, 자연스럽게 한 사물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그야말로 아무런 생각 없이. 4년 전과 마찬가지로 긴장의 순간이었다. 그 긴장의 순간은 18년간이나 계속되었다.
해마다, 날마다, 정권이 바뀐 뒤에도 그는 망월동을 찾았다. '2002년 망월동'을 끝으로 '광주'를 주제로 한 작업을 마무리했다. 2000년 광주비엔날레 때 '이상일의 망월동'을 선보였고, 올해 광주비엔날레에도 9점을 출품했다. 그는 더 이상 '광주'를 주제로 한 작품을 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이상일 씨는 80년 광주 현장을 기록으로 남겼다. 전문용어로 '아카이브(achive) 사진'이라 한다. 일종의 공공단체에서 역사적 검증으로 만들어 놓는 사진을 말한다. 정보사령부 소속이었던 그는 1980년 5월 27일 광주 현장에 투입, 시내 곳곳을 누비면서 사진을 촬영했다.
당시 그는 엄청난 분량의 사진을 찍었다. 다른 기관에서 사진을 촬영했는지는 모르지만, 정보사령부 소속으로는 유일하게 그가 담당했다. 그 사진들은 한동안 정보사령부에 보관되어 있었고, 지금은 파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상일 씨는 개인적으로 그 사진을 갖고 있다. 당시 정보사령부에서 공식적으로 제출한 사진 이외에 개인적으로 필름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그가 갖고 있는 사진의 분량에 대해서는 그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 한 마디로 말해 '엄청나다'라고 말했다.
'주로 어떤 종류의 사진이냐'는 물음에 광주항쟁의 처참한 현장 그대로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 그 날 찍은 필름을 열어 보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공개하지 않은 사진들이다. 당시 사진기자들이 접근할 수 없는 곳에서 촬영한 사진들도 여럿 있다. 군인 신분으로 찍은 사진이기에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사진들의 공개를 꺼린다.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개인적인 차원과 공적인 차원에서 그렇다, 개인적으로, 후회할 수 있지만 일종의 결백증 같은 거다. 지금 상태에서 그 상황을 수용하기 어렵다. 공적으로는 당시 작업이 개인의 자율에 의하지 않고 어떤 기관에 의해 이루어진 행위이기에 그렇다. 아직까지 그 처참한 현상을 다시 보고 싶지 않다."
이상일씨가 당시 최종진압작전을 정보사소속으로서 상세하게 촬영했다면, 현장의 즉결처형장면, 항복한 시민군에게도 총을 난사한 계엄군의 만행이
적나라하게 담긴 사진들도 여럿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것이 공개될 경우, 여지껏 증언으로만 존재했던 진압당시의 끔찍하고도 불법적인 학살이 실질적으로 입증되는 성과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아직까지 지역구도에 갇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심지어, 일부에서 폭동으로까지 매도되고 있는 현실을 어느정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또한 계엄사에서 5월27일부터 30일사이에 행한 암매장이나 시체소각행위, 또는 행방불명자의 암매장지나 그 신원에 관계된 상황도 일부나마 규명되지 않을까 싶다.
이상일씨의 개인적 고뇌야 이해하면서도, 정말로 그가 역사적 책무, 22년전의 원죄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이제라도 그 사진들을 공개해 이제는 눈물마저 말라버린, 가슴이 다타버린, 지울수 없는 한을 품고 하나둘씩 사라져가는 희생자, 행방불명자 유족들을 위해서 그당시의 사진들을 모든 국민에게 알려서 진실을 밝히는데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5.18 민주화운동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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