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원씨 ‘아이스께끼 파는 여인’ 

 

 

 


박대원씨 <아이스께끼 파는 여인>
 
은행에서 근무하면서 금융노조 사무총장을 역임하는 등 노동운동도 하다가 정년퇴직한 박대원(72)씨가 손자가 태어나면서 장롱 속에 넣어둔 카메라를 꺼내 10여년 찍은 사진과 글을 묶어 첫 사진집 <아이스께끼 파는 여인>을 냈다.
여기까지 보면 고 전몽각(1931~2006) 작가가 딸을 찍어서 펴낸 <윤미네 집> 같은 가족앨범이 떠오를 수도 있지만 제목부터 범상치 않고 책의 내용도 판이하다. <아이스께끼 파는 여인>은 정년 후 매일같이 동묘, 인사동, 황학동 등지로 출근하는 그 나이 또래의 다른 노인들처럼 대중교통수단으로 서울 도심을 다닌 결과물이다. 다른 노인과 차이가 있다면 그의 손에는 늘 카메라가 들려 있었고 그의 카메라는 꽃이나 풍경이 아닌 평소 동선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얼굴을 향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사진마다 사람이 꼭 들어가야 한다는 그의 사진철학은 어떤 풍경에 사람을 넣는다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사람이 있는 풍경이 아니라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기 위해선 다가서야만 한다. 그는 “내가 속해 있는 동호회 ‘라이카클럽’에선 ‘쉽게 사람에게 접근해서 잘 찍는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다. 누구든지 스스럼없이 접근해서 이야길 건넨다. 처음부터 카메라를 들이대선 안 되지. 이걸 몇 년씩 반복하면 웬만하면 다 찍을 수 있었다. 특별한 재주 같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사진집의 처음과 끝은 박씨가 ‘황학동에서 만난 첫 친구’ 김창복씨의 얼굴 사진이 3년의 간극을 두고 등장한다. “첫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아주 나쁘진 않았다. 나날이 병이 깊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사진집에는 이처럼 거리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화재 현장에서 만난 소방관, 레미콘 타설 후 쉬고 있는 노동자, 노점상, 뭔가를 지키는 경찰, 잃어버린 10살짜리 시베리아허스키 ‘꼬마’를 찾는 전단을 붙이는 이, 그리고 동묘 옆 골목길에서 정담을 나누는 노인들 등이 이어진다. 중간에 손녀도 한 컷, 암투병하던 동서도 한 컷, 그리고 카메라를 들고 있는 박대원 본인의 모습이 찍힌 한 컷도 유리 진열장 속에 비쳐서 보인다. 그 또한 책 속의 다른 타인들처럼 느껴진다. 노숙자는 좀처럼 찍지 않으려고 피해왔는데 “한 장 찍어주소”라고 말을 먼저 건네와서 알게 된 이름 모른 사내의 넋두리가 절절하다. 박대원은 “아마도 지금은 세상을 떴을 것 같다”고 말했다. 책의 후반부엔 이처럼 박대원이 사진을 찍기 전후에 사람들과 나눈 사연을 따로 모아두었으니 사진을 보고 느낀 감정을 글에서 찾아서 확인해보면 이해에 더 도움이 된다.
책으로 낼 만한 수준의 사진들이다. 하지만 일흔 넘은 나이에 뜬금없이 첫 사진집을 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았다. 그는 “지금도 작품의 완성도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손주에게 할아버지가 ‘세상살이는 이런 것이다’라며 들려주고 싶은 사진과 글이란 마음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일흔 넘은 나도 이렇게 하는데 사진에 뜻을 둔, 아직 젊은 누군가에게 제 책이 용기와 희망을 주는 한 줌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다”고 밝혔다.

 

 

곽윤섭 기자, 사진 박대원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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