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일까? 눈에 보이는 걸 담아내는 것만으로도 신묘하기만 했던 사진은, 어느새 현대 예술의 한 영역을 넘어섰다. 사진이냐 회화냐, 영상이냐를 따지는 게 그다지 의미가 없는, 장르 파괴의 시대여서다.

베르나르 포콩(Bernard Faucon·63)은 프랑스인의 감성을 가장 잘 표현한 프랑스 대표 사진가다. 1970년대에 연출 사진인 '미장센 포토' 혹은 구성 사진을 처음으로 시도한 인물로, 그로 인해 '조작된 현실'이 예술이 되었다.
포콩의 사진들은 대부분 정사각형이다. 그게 최상의 프레임이라는 이유다. 어김없이 마네킹과 소년이 등장하고, 불과 종이, 빈방, 기호 등으로 철학적 사유를 그렇게 연출된 사진들로 표현하고 있다. 파리 소르본대학 철학과 석사인 포콩은 그렇게 일관된 사진철학으로 거장이 되었다.

회화 작업을 하다가 1976년부터 사진에 열중했던 포콩은 1995년에 돌연 작업을 멈추었다. 이유는 여럿 있겠으나, 목탄지 컬러 프린트 기법을 보유한 장인 미셸 프레송이 사망하면서 더 이상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구현할 수 없다는 데 낙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지난해까지 무려 400여 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지금은 '길'을 주제로 영상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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