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작업실은 그의 그림 색깔만큼이나 칙칙했다.
표정 또한 세상의 고민을 혼자 안은 것처럼 우울했다.
그는 지독한 “애정 결핍증” 환자다.
유년기부터 줄 곳 사랑의 고갈로 고생해 왔다.
어린 나이에 부모와 헤어져 혹독한 삶을 이겨내야 했기 때문이다.
한 때는 실어와 대인기피증까지 있었다.
이제 환갑을 겨우 넘긴 나이지만 귀도 잘 들리지 않고, 말도 어눌해 의사소통조차 힘들다.

이청운씨의 고독한 내면세계를 알아보기 위한 몇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림에 등대가 자주 등장하는데, 무슨 상징적인 의미가 있나요?”
“그 등대는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어머니의 상징입니다”
맞았다. 바로 등대가 작가 이청운에게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자 희망이었던 것이다.
아니, 작품의 기조를 이루고 있는 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 온 어두운 날들의 기억들을 더듬는 듯한 그림에는 가파른 산동내,
고단한 포장마차, 희미한 부둣가도 자주 등장하는데,
그 것은 작가의 정직한 일상적 삶과 밀착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그림엔 인간의 영혼을 슬쩍 건드리는 이청운만의 “이청운표” 색깔 언어가 있다
그 간결하면서도 색에서 뭍어나는 처절함이 이청운 그림의 최고 매력이다.

그는 도시의 화려한 겉모습보다는 그늘진 서민들의 삶에 항상 초점을 맞추어 왔다.
이는 삶의 현장을 가감 없이 기록한 자전적요소로, 작품 한 점 한 점이 현실을 반영하듯
작가 자신이 살며 체험해야만 했던 처절한 현실사회와 인간 존재에 대한 통찰로 표현체계를 이루었다.
이는 개인적 체험의 한계를 넘어 당대의 문화적 소산으로 자리매김 될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 것은 격동하는 역사적 상황에서 미술이 그 시대와 사회를 어떻게 반영해 줄 수 있는가를 말해주는 것이다.

지하철을 타고 오며 농담삼아 몇마디 물어 보았다.
“작품이 팔려 목돈이 생기면 어디에 쓰고 싶어요?”
“그야 마누라 갖다 줘야지” 정말 이청운다운 솔직한 대답이었다.
이제 큰 딸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작은 딸은 대학생이라 어려움도 많을 것이다.
천사로 보였던 아내가 여자로 보이기까지, 힘들었던 지난 날들이 궁금했으나 입을 다물었다.
앞으로의 작업계획을 묻는 마지막 질문에서 의외의 답이 나왔다.
"앞으로는 대중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긍정적인 그림을 그릴 생각입니다."
그의 그림이 세상을 주목하게 한, 그 칙칙하고 어두운 삶의 한이 빠진다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이청운의 그림들은 자신의 고통과 한에서 잉태되었기에
정상에 오른 지금까지도 가난과 삶의 질곡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작가 이청운이 짊어지고 가야 할 영원한 짐인지도 모른다.
아마 작가가 세상을 등진 훗날, 세인의 입에 오르 내리며 가치를 더해 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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