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 정희성 作’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상처를 받아본 사람이 상처 입은 사람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한다.
마찬가지로 슬퍼 본 사람이 슬픔을 더 잘 이해하고, 그리워해 본 사람이 그리움이 무엇인지 잘 아는 법이다.

이 시는 바로 그 이야기를 읊조린다.
기쁨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은 슬픔을 모른다. 그래서 슬플 때 위로가 되는 사람은 기쁜 사람이 아니라 슬픈 사람이다.

슬픈 사람만이 슬픔의 깊이를 알 수 있으니까.
그리움도 그렇다. 지금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람만이 그리움에 지친 사람에게 위로의 말 한마디를 건넬 수 있다.

그리워해 보지 않은 자가 어찌 그리움에 대해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 세상은 가난하고 슬프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람끼리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가야 하는 곳이다.
지치고 힘들어도 서로에게 따뜻한 눈길 한 번 줄 수 있는 삶. 그것이 살 만한 세상 아닐까.

 

매일경제 [허연 문화부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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