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유진ㆍ이정아 기자]

 

 

인사동 남쪽 상인들 매출 올려주기 싫어서 수도약국 아래 지역에서 절대로 밥을 먹지 않습니다.”(인사동 북쪽의 한 상인)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거주하는 상인들이 인사동 ‘수도약국’을 기점으로 남ㆍ북으로 나뉘어 오랜기간 불화를 빚고 있어 주목된다.

발단은 1997년부터 실시된 ‘차 없는 거리’ 지정 때문. 인사동 문화의 거리는 ‘수도약국’을 기점으로 북쪽지역(북인사마당~수도약국)과 남쪽 지역(수도약국~인사네거리)으로 크게 양분된다. 이 곳은 600여개의 각종 점포가 모여있는 관광특구로 각 점포의 매출은 손님의 접근성과 직결된다. 이런 까닭에 ‘차 없는 거리’에 속하는 점포의 매출은 떨어지는게 당연지사.

1997년 당시에는 북인사마당부터 종로3가역으로 빠지는 큰 도로까지 인사동 거리 전 구간(690m)이 ‘차 없는 거리’에 포함됐었다. 하지만 상인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종로구청 측은 2011년께 ‘차 없는 거리’를 일부구간으로 한정 짓기로 했다. 이 때 북쪽지역이 ‘차 없는 거리’에 해당 될 거라는 소문이 돌면서 이 지역 상인들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함께 힘을 합쳐 ‘차 없는 거리’ 지정을 면해보자”며 남쪽 지역 상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북쪽 지역 상인들에 따르면 남쪽 지역 상인들은 이 제안을 외면했다.

하지만 소문과는 달리 2011년 11월 26일 종로구청 측이 발표한 내용은 “‘차 없는 거리’를 주말에는 북인사마당에서 인사동 네거리까지, 평일에는 북인사마당에서 수도약국에 이르는 북쪽지역으로 한정한다”는 것이었다. 주말에는 남쪽 지역까지 ‘차 없는 거리’에 포함되자 이번에는 이 지역 상인들이 “함께 도와야 한다”며 북쪽 지역 상인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자 북인사마당 상인들은 “우리가 도와달라고 할 때 뿌리치더니 이제와서 말을 바꾸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북인사마당 구역에서 공예품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상인들끼리 힘을 합쳐 ‘상생’하면 좋겠지만 이미 남쪽ㆍ북쪽 상인들간의 관계가 틀어져 버렸다”고 털어놨다.

인사동에서 9년간 필방을 운영했다는 김모(59) 씨 역시 “상인들이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행동하다보니 갈등의 골이 깊어져 인사동 9ㆍ10길을 기준으로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생겨버렸다”고 전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보행자들의 안전, 인사동 문화거리를 통과하는 이용 차량들의 수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절충한 결과”라면서 “현재 실시되고 있는 ‘차 없는 거리’를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hyjgo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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