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이야기 하다

이효문展 / LEEHYOMOON / 李孝文 / sculpture

2013_0710 ▶ 2013_0716

 초대일시 / 2013_0710_수요일_06:30pm_인사아트센터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이효문-별을 이야기하다

 

인사아트센터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JEONBUK PROVINCE ART MUSEUM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인사아트센터 제1전시실

Tel. +82.2.720.4354

www.jbartmuse.go.kr



큐브와 픽셀로 이루어진 순환적 질서 ● 조각은 어떠한 재료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재료 선택이 중요하다. 이는 조각만이 갖고 있는 물성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이다. 이효문은 목재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으며 재료의 속성 자체를 작품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론으로 나무를 응용하고 있다. 나무를 소재로 나타난 조형은 순수성을 메시지로 재발견하여 나타내고 형태는 또 하나의 상징적 기호를 갖는다. 형태를 기호와 단순한 의미전달체로 본다는 것은 형태에 압축된 다양한 의미의 미니멀리즘적인 가치를 뜻한다. 이러한 형태는 상상의 세계에서 연장되고 퍼져 나가는데, 이효문은 내면의 세계를 시각적 형태로 또 다른 조형으로 표현하여 나타낸다.


이효문_별을 이야기 하다_참죽나무, 느티나무_2013_부분

인체를 변형한 이전의 작품에서도 보듯이, 그는 처음부터 사실성과의 대결을 포기한다. 이번 작업에서는 거대한 원통형 통나무 덩어리를 전기톱으로 일정한 크기로 자르고 다듬고 블록을 만든다. 이를 다시 수많은 큐브와 입방체, 곡선으로 휘어진 나무 띠 형태로 잘게 나눈다. 그러고 나서 그 조각들을 우주의 별과 같은 형상처럼 마치 수백만 년 전에 융기와 침식을 통해 독특한 지형으로 형성되었을 미세한 자연의 주름을 더듬어 가듯이 하나하나 재조립해 나간다. 이처럼 불규칙적 형상은 각각의 개별성으로 인해 보는 사람에 따라 이미지가 다를 수가 있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 입력되거나 무의식 속에 저장된 별의 이미지는 일종의 이상향으로 특정한 별의 재현이기보다는 우주 전체에 존재하는 별의 은유적 닮음 꼴로 작용한다. ● 하나하나 작은 픽셀이 모여서 탄생한 덩어리는 지난하고 고된 노동이 수반된 마치 벌이 집을 짓는 듯한, 방식으로 더욱 견고한 형태를 만든다. 그것이 주는 것은 치밀한 계산에서 비롯된 차가움이 아닌 고된 노동의 과정에서 느껴지는 편안함과 고요함이다. 아마 모르긴 해도 지루하게 반복되는 과정과 지난한 노동과정 속에서 작가는 자신의 존재를 반쯤은 무의식적인 상태로 방기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지 않고서는 엄정한 반복패턴을 보여주고 있는 화면이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을 것 같고 최소한의 우연한 계기마저도 들어설 자리가 없을 것 같다. ● 이런 과정들을 통해 얻어진 큐브와 픽셀은 여전히 수고로운 과정을 거친 작가만의 시간성과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게 된다. 작가에게 있어서 작품의 제작과정은 그것에 대한 결과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다. 기교보다는 감동을 표현하려고 의도하는 작가에게 있어 더욱 중요한 것은 외형적인 표피가 아닌 그 속에 내재된 정신성이기 때문이다.

 


이효문_별을 이야기 하다_참죽나무, 느티나무에 아크릴채색_33×98×97cm_2012

또한 작업에선 반복된 패턴이 두드러져 보이는데, 여기서 패턴은 리듬과 운율과 서로 통한다. 오밀조밀한 큐브는 마치 옵아트에서처럼 미세하게 여울지거나 일렁이는 것 같고 돌출돼 보이는 큐브들의 각 면에 부딪쳐 빛이 섬세하게 산란하는 것도 같다. 화면 자체는 비록 정지된 것이지만 착시효과로 인해 큐브는 미세한 생명체가 꿈틀거리는 것처럼 보이고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져 각각의 큐브와 픽셀이 도드라져 보인다. ● 이와 같이 별의 형태로 구축된 덩어리는 무수히 작은 사각형 큐브와 곡선으로 가득히 채워져 있는 이 모든 형상들이 서로 순간적으로 이루는 인연의 띠처럼 씨줄과 날줄로 연결되어 있다. 작은 조각이 빼곡히 모여 덩어리를 이루는 것은 태고의 시원으로부터 꼭꼭 간직한 내밀한 이야기를 외부에 펼쳐서 오롯이 전달하고자 하는 우주적 고리와 소통의 의미이기도 하며, 새로운 미래의 어떤 순간을 위한 기억공작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각각의 조각은 일정한 크기의 면적 단위로 그룹을 이루며 관람객의 시선을 끄는 화면 혹은 공간 차원으로 존재하며, 전체적 인상은 별과 우주 탄생의 비밀을 집적한 거대한 기록 보관소의 단면 같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에는 새로운 별이 탄생하고 소멸하는 끊임없이 유동하고 순환한다는 이치를 보여주고자 함이다. ● 작가가 말하기를 "나뭇결의 측면 부는 수많은 실핏줄로 섞여있는 생명의 모태인 자궁처럼 대지를 상징하는 음으로, 세로로 세워지는 많은 나무 단면은 남성을 상징하는 양으로,별 형태의 5각형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기운을 상징하고자" 했다고 한다. ● 그렇다면 그는 지극히 깊고도 커다란 눈을 가진 전지자의 자세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보이지는 않지만 집적된 덩어리 안에는 별을 통해 우주의 모든 생장 정보를 응축하고 동시에 미래의 커다란 성장을 함축하고 미시적이며 거시적인 우주에의 경배를 생명의 탄생인 자궁을 소우주로 인식하여 고스란히 작품에 농축시키고자하는 그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별의 형상을 통해 바라보고자 하는 시간성, 물질성, 질료의 개념은 시대적, 문화적, 개념적 측면을 강하게 제시하는 순환론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렇듯 이효문이 제시하는 별은 천문학적 측면에서 보자면 소우주가 있고 이를 빅뱅으로 합쳐진 커다란 생명공간으로 작용한다. ● 결국 그가 다루는 나무와 석고 같은 소재들로 탄생한 별은 우리가 그동안 듣지 못했던, 인간 본연의 삶의 모습에 대한 그리움의 신호일 수도 있다. 그의 별은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나무의 원초적 촉각과 안온한 시각을 선사하는 원초적 그리움을 품고 있는 대상이다. 그러니 작가의 별은 고유한 한 생명체가 지닌 모든 것들이 자기 내부에서 발아하는 온갖 것들과 닮아있다.

 


이효문_별을 이야기 하다_참죽나무, 느티나무_60×142×140cm_2013

우주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이 인간에게 주어진 것들은 비록 한정된 것일지라도 거기에는 무수한 겹과 주름을 부여할 수 있다. 자연 및 시간의 시험대에 놓인 인간 역사가 낱낱이 남겨놓은 흔적을 따라 작가 또한 작품을 통해서 그러한 무수한 시공간을 압축 재생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별을 통한 공간의 확장은 결과적으로 진정 여행할만한 다원적 세계를 만든다. 오히려 이것을 구체적인 이야기와 형상으로 풀어내지 않음으로써 보는 이들에게 더 크고 보편적인 의미로 다가갈 수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통해 각자의 인생에서 무의식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심연의 깊이를 마주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거울처럼 마음을 반영하는 이미지로 투영되어 다양한 해석으로 발화되는 것이다. 우주의 순환적 질서와 그 순환적 궤도에 남겨지는 흔적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연작은 우주의 움직임이자 우리의 생명과 삶, 그리고 작가 이효문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인 것이다. (2013. 7.) ■ 김선태

 


이효문_별을 이야기 하다_참죽나무, 느티나무_55×140×135cm_2013

별은 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무한한 가능성과 꿈, 그리고 희망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별이 되기를 꿈꾸고 그것을 실현하기위해 많은 노력들을 한다. 이번작품은 별의 형태를 모티브로 양감을 극대화하여 표현한 것으로서 투박한 형상의 작은 나무토막들로 이루어진 형상이다. 작지만 각기 다른 나무토막들이 모여 큰 별이 만들어지듯, 우리의 작은 소망과 열정이 모여 큰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 투박한 질감이나 나무토막 사이의 틈은, 도심의 정교한 이음새나 마감에서는 볼 수 없는 자연적 소재를 이용해 만들어진 돌담이나 나무울타리에서 느끼는 시골의 정겨운 풍경처럼 포근하다. ● 기존의 원목을 깎아서 표현하려 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법을 시도하고 있는 작업으로서, 그동안은 원목을 깎아서 만들어지는 덩어리나 재료의 속성에 의미를 두었지만 그것이 가시적으로 보여 지는 시각적 형상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느끼게 되었다. 따라서 보다 자유로운 표현을 위해 판재를 직접 깎아 접목하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것은 원목을 거칠게 판재처럼 오려내어 각각 재단해 가며 형상을 찾아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했을 때 재료가 갖는 일반적인 상식의 틀에서 해방된 느낌이 들고 재료 안에 내가 구상하는 작업을 끼워 넣는 게 아닌, 내 생각 내 사고에 재료가 따라와 주게 되며 표현이 훨씬 자유로워짐과 함께 화폭이 넓어진 느낌이 든다. (2013. 6.) ■ 이효문

 


이효문_별을 이야기 하다_참죽나무, 느티나무_152×160×53cm_2013

인체비례와 맞지 않는 두 손과 발의 형상은 연약한 신체와 일그러진 두상과 대비를 이루면서 기형적인 제스춰로 인해 우리의 시선을 낯설고 생경하게 만든다. 그로 인해 다양한 동세에 따라 인체를 변형, 왜곡하여 비균제성 속에서 매너리즘적 징후를 담지하고 있는 그의 인체조각상은 단순히 인물의 외형을 재현함이 아닌 주관적 감성이 농후하게 배어든 표현주의적 성향을 발현하고 있다. ...그의 인체조각상은 적당한 묘사와 생략, 단순하면서도 고졸한 미감이 살아 숨 쉬며 나름의 비균제성에서 발아하는 '깎되 깎지 않는다'는 불각(不刻)의 미 혹은 무위(無爲)의 정신을 담보로 하고 있다. 이를테면 작가는 복잡하면서도 정교한 기법의 구사보다는 소재 특히 나무의 천연성과 투박함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 (7회 개인전 서문 중) ■ 손청문

 


이효문_별을 꿈꾸며..._참죽나무_39×20×18cm, 50×21×20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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