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너무 취해 인사동 여관에서 잠들고 싶었으나, 이튿날이 장모님 생신이라 택시에 실려 갈 수밖에 없었다.

길거리에 누워 잠을 잔 것이 게름직해, 도착하자 마자 샤워를 했더니 술 취해 샤워하는 꼴을 처음 본 아내 왈

“별일이네, 왠 일로 한 밤중에 샤워하고 난리까?” 능청맞게 대답했다. “오늘이 장모님 생신이라 목욕재계하는 거야”

개가 들어도 웃을 소리지만...

자는 둥 마는 둥 날이 밝아 술이 덜 깬 상태로 장모님 댁에 가보니 일찍부터 일가친척들이 다 모여 있었다.

앉자마자 권하는 술잔을  들이켰더니 금세 어제 밤 상태로 되돌아가 버렸다.

처갓집에서는 얌전한 사위로 알고 있었지만,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고 말았다.

‘처제의 밀크 박스가 죽인다’는 둥 젊은 조카딸의 권주에 회춘하겠다는 등 노래 부르고 난리를 피웠다.

올 해로 93세인 장모님은 오래전 관절은 크게 다쳐 고통스런 하루하루를 보내신다.
오죽하면 하느님께 빨리 거두어 달라고 기도하지만 듣지 않자 교회 연보가 부족해 그렇다며 돈타령까지 하실까.
천지신명님! 부디 장모님의 고통이랑 싹 거두어 주시고, 100수를 누리도록 간절히 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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