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도 초반 사진공모전에 관심을 가지고 도전했던 적이 있다.
한국사진작가협회에 가입하려면 공모전 수상 실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30여점의 점수를 득한 후, 최초 입상일자에서 2년이 지나야 준회원 자격이 주어졌는데,
그 공모전으로 몇 년 동안을 허송세월 보낸 후회감과 그로 인한 자책감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사협"에서 개최하는 사진공모전들은 그 동안 수십 년 동안 지속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만들었고,
공모전의 폐해 또한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진작 없어져야 했는데도 아직까지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사진인의 한 사람으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출품료 수입과 심사에 대한 이권을 누리기 위해 '사협' 각 지부마다 공모전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아직까지 포토 포트폴리오를 심사하여 한 작가의 역량을 가늠하는 공모전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동안 심사에 대한 부정은 언론에 대서특필되어 아는바와 같이, 그 수준이 저질이라 재론할 가치도 없다.
문제는 심사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보는 안목이나 자질이다.
출품하는 사람들도 복권처럼 입상되는 행운을 즐기거나 상금을 노린다면 할 말 없지만,
처음 사진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경제적 시간적 손실을 떠나 앞길을 가로막고, 늪에 빠져들게 하는 독소도 있다.
스스로의 사진세계를 정립해 가야 할 중요한 시기에 공모전에 몰입하다보면 영영 자신의 사진은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주관적인 시선보다 심사위원들의 기호를 쫓게 되고,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연출을 마다하지 않는 등
공모전에 적합한 소재만 찾아 나서게 되기 때문이다. 아마 사협 회원 대부분이 그 피해자일 수도 있다.
자격이 되어 입회하려면 입회비와 년 회비가 상당한데, 그 만큼 회원들에게 돌려주는 것도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여지껏 '사협'에서주목할 만한 기획전 한 번 개최하는 걸 보질 못했고, 좋은 전시를 유치하여 사진계 반향을 일으킨 적도 없었다
그리고 회원들에게 내 주는 회원증에 사진작가증이라고 적힌 글귀가 더 웃긴다. 아마추어 사진인들을 유혹할 미끼는 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회원 수 가 만 명이 넘는 공룡집단이 되었고 그 이권도 대단할 것이 아닌가.
그 결과 사진을 전공한 사람이나 교수, 작가 의식이 있는 사진가 대부분이 탈퇴하거나 협회를 기피하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전문적인 사진가들이 모두 등을 돌렸으니 한국사진을 대표할 만한 기획전이나 단체전에는 원로 작가를 제외한
'사협' 소속의 회원들은 찾아 볼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이제 더이상 순수한 사진인들을 볼모로 기득권자들이 이득을 보게하는 일은 중단되어져야 한다.
그 들이 자신만의 사진세계를 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개인은 물론 사진계 발전에 이바지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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