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10시부터 무박 3일 동안 이어진 미친 금요일의 도깨비 난장이 춘천 어린이회관에서 열렸다.
2013년 춘천마임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이 행사는 무세중 대동 전위극회를 비롯하여 상상공장, 감각 스위치, 타이거 백 몸짓, 이정민, 정형근밴드,
고도, 마린보이, 괴물사령탑 등 80여개의 실험적인 예술가 집단이 참가하여 퍼포먼스, 음악, 비주얼 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 향연이 펼쳤다.
공연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11시 무렵이었다.
공연장 주변은 머리에 붉은 뿔을 단 젊은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도착시간이 늦어 혼자 바빴지만, 모두들 여유롭게 들어가는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부터 지옥의 쓴 맛을 보여 주고 있었던 것이다.
의도적으로 기다리게 하고, 통과하는 입구도 미로처럼 헷갈리게 만들어 놓았다. 공연장 곳곳은 어둡고 음산한 조명아래
매케한 먼지 냄새와 괴기한 음악소리가 뒤 섞여 인간들의 정신을 쏙 빼 놓았다.
무세중선생의 공연장을 찾기 위해 여기 저기 헤매던 중 옆 동으로 건너가는 길의 통로를 막아 공연을 벌이고 있었다.
닥치는 대로 보고 즐기면 되련만 공연 촬영 시간이 늦어 마음이 더 조급했다.
간신히 돌아서 목적지에 갔으나 입구를 막아 놓았고 공연도 이미 끝나가고 있었다.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는 게 지옥이라 자위하며 다음 공연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다행스럽게 기다리는 시간동안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다른 팀들의 공연을 지켜 볼 수 있었다.
무세중의 “썩은 자본주의자들의 망령쇼”는 한마디로 돈 때문에 미친 인간들의 난장판이었다.
무세중선생의 기획 목적이 뚜렷한 빈틈없는 연출이 돋보였다.
지옥으로 이끄는 원건희씨와 히타의 음악도 활로와 장성진의 처절한 몸짓도, 싸늘한 미소를 머금은 무나미씨의 몸짓 등
모든 출연자들이 어우러져 한 치도 오차가 없는 지옥을 연출하고 있었다.
가진 자들의 미친 노름에 말려 함께 미쳐가는 못가진자들의 절규가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가끔 무세중선생의 카리스마에 질릴 때도 있었으나 무대에서 만나는 무선생의 카리스마에는 존경심이 인다.
관록이란 말이 세삼 가슴에 와 닿았다.
가벼운 흥미를 유발시켰던 많은 팀들의 다양한 퍼포먼서에 비해 유일하게 중량감 있는 무대로 관객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던진 최고의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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