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禁’, 대구원격응원퍼포먼스 ‘끌어 안아야 대구’가
지난 3월6일 오후2시부터 서울 공덕역 ‘경의선공유지’에서 조용히 펼쳐졌다.




원격응원퍼포먼스는 코로나와 생존 싸움을 벌이는 대구시민들을 위한 응원으로,
마임이스트 유진규, 이정훈, 전형근을 비롯하여 연극연출가 기국서, 기타리스트 김광석,
화가 박방영, 임근우, 서예가 한창환, 민중 음악가 한 받, 설치미술가 하천남,
디자인 이한주, 사진 및 영상 기록에 다모토리, 황현성 등
이십 여명의 예술가들이 참여하여 응원한 예술행동이었다.




봄은 소리 없이 우리 곁에 다가왔으나, 봄을 맞을 겨를이 없다.
온 나라가 코로나 바이러스 역풍으로 꽁꽁 얼어 붙어버렸다.
특히 대구와 경북지역은 병마와의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그러나 생업도 마다하고 대구로 달려가는 의료인들이 있는가하면,
어수선한 도시에 구호물자를 챙겨 보내는 사람도 줄을 이었다.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는 그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마임이스트 유진규씨가 주동이 되어 추진한 응원퍼포먼스가
바로 그들에게 용기와 힘을 불어넣기 위해 마련된 주술적 퍼포먼스였다.
그리고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관객을 끌어들이지 않고,
전파로 대구, 경북지역으로 전달하는 예술행동이었다.




참여하는 예술가들도 퍼포먼스 하루 전에 SNS로 연락되었으나,
온라인 체계에서 벗어났던 나는 당일 새벽에서야 알 정도로 급조된 예술 팀이었다.




지난 6일 오후1시 무렵, 공덕역 1번 출구에서 기국서씨를 만나 퍼포먼스를 벌일 경의선 공유지를 찾아갔다.
공덕역 1번 출구에서 조금 들어가니, 컨테이너 건물이 들어서 있는 낯설지만 정겨운 공간이 나타났다.




일찍부터 유진규씨를 비롯한 각지에서 모여든 작가들이 그 날의 프로그램을 논의하고 있었다.




공유지 주변에 들어서 있는 폐 컨테이너 색깔은 회색이 아닌 노랗거나 하늘색으로 칠해져 있었는데,

예쁜 그림들도 붙어 있었다.  귀여운 액세서리를 파는 가판대나 옷가게도 있었다.




알고 보니, 이곳이 말로만 듣던 ‘늘장’이란 공간이었다.
시민들의 행동을 통해 도시에서 살아갈 권리를 찾고,
도시 공간의 공공적 가치를 지키려 공간 점유 운동을 벌이는 곳이었다.



 
찻집을 분홍색과 꽃 무늬로 칠해놓은 곳.
분위기 있는 책들이 어우러져 있는 컨테이너. 거인 이모네 등
정겨운 이름을 가진 컨테이너들이 줄지어 있었는데,
음악으로 민중과 함께하는 한 받의 공간도 그 곳에 있었다.




전형근씨는 퍼포먼스를 벌일 공간에다 둥글게 선을 그었고,
화가 임근우씨는 참가한 예술가 이마에 ‘코로나19禁’ 붓 도장을 찍어주었다.
김광석씨는 기타 줄을 조율하는 등 준비 작업이 착착 마무리되고 있었다.




제일먼저 권력과 자본에 맞서는 민중 엔터테이너 한받이 수레를 끌고 주변마을을 돌며 외치기 시작했다.
“끌어안아야 대구! 마카 힘내이소!” 그 뒤를 유진규씨와 기국서씨가 따랐다.




이어 김광석씨의 ‘고향의 봄’ 연주가 시작되었고, 기국서씨가 즉석에서 작성한 메시지를 읽었다.



“우리는 지금
전 세계는 지금
두려운 마음으로
허공을 떠도는
보이지 않는 공포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봄기운이 스칩니다.
산야의 새순들이
날카롭게 긴장합니다.

골목길에 쏟아지는 햇볕
흐르는 계곡 물
이런 모든 기운들이
먹구름을 서서히 걷어내려
준비합니다.“




한 쪽에서는 박방영씨가 주문을 쓰고, 한창환씨는 대형 붓으로 ‘대한민국 대구, 마카 힘내이소!’라고 써 내려갔다.




이어 붉은 옷을 입은 유진규씨가 등장해 얼굴을 한지로 가리며 무릎 꿇었다.
역병을 물리치고, 온 국민의 평안을 바라는 기도를 했다.
그의 염원이 담긴 표정은 진지하다 못해 장엄했다.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김광석씨의 기타소리가 분위기를 차분하게 가라 앉혔다.




비닐 막에 갇힌 이정훈씨는 빠져 나오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쳤고,
임근우씨는 악귀의 형상을 닮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 쪽에서는 박방영씨가 ‘코로나19 싹 물러가라’라고 쓰기도 했다.




악귀로 분장한 유진규씨가 나타나 광란의 춤을 추기 시작했다.
횟가루와 소금, 물이 뿌려지는 가운데, 악귀는 쓰러졌다.
낫으로 내려찍는 것으로 역병을 물리치는 퍼포먼스는 막을 내렸다.




역병을 주술로 물리치며 따뜻한 고향의 봄을 맞는 희망찬 퍼포먼스였다.



우리 국민은 정말 위대하다.
국가 위기가 닥칠 때마다 흩어지지 않고 똘똘 뭉쳤다.
지난 IMF 구제금융 요청 시에는 온 국민들이 갖고 있던 금붙이를
나라에 내놓는 희생정신을 발휘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누고?'

충분히 재난을 극복할 수 있는 민족이다.
대구, 경북 사람이여~말카 힘내입시더!



사진, 글 / 조문호








































































































































































 





세월호 참사 천일을 이틀 앞둔 지난 7일은 광화문광장에서 11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박근혜 퇴진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새해 첫 촛불집회는 포근한 날씨 덕에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이 곳 광화문광장은 토요일마다 다양한 퍼포먼스가 벌어져, 하나의 큰 예술 축제장으로 변신한다.

이제 상설전시장인 '궁핍현대미술광장' 개관에 이어 블랙텐트 '광장극장'도 문을 열었다.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오후8시에 공연되는 광장극장 벽엔 “빼앗긴 극장, 여기 다시 세우다”란 현수막도 내 걸렸다.

판화가 이윤엽씨가 ‘광장극’이란 극장 현판도 즉석에서 썼다.

토요일마다 비주류예술가집단이 벌이는 ‘옳’ 시국퍼포먼스와 ‘광화문미술행동’이 벌이는 차벽공략 현수막전이 펼쳐져

광화문광장이 예술가들과 시민들의 전진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블랙리스트 예술가들의 뜨거운 에너지가 광장에 넘쳐난다.

그 날의 ‘옳’ 시국퍼포먼스 여섯 번째 주제는 ‘눈떠!’였다.

꼬깔로 눈을 가리고 장님 행세를 한 유진규씨와 멸치, 에이미신, 문성식, 박재범, 안현정, 오민정, 이명찬, 황현성씨가 나와

장님놀이 꼭끼오! 활갯짓으로 사람들을 일깨웠고, 박순영씨와 박미루씨는 바이올린과 북으로 흥을 돋구었다.

서예가 김기상씨는 ‘눈떠!’란 글과 눈동자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이명찬씨는 ‘접촉'이란 마임도 보여 주었다.

마임이스트 유진규씨가 눈이 그려진 부채를 펼쳐보이자,

다른 장님들은 눈뜨라며 손바닥의 눈동자를 펼쳐 보이는 사회를 향해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광화문미술행동’에서 세 번째 추진한 경찰 차벽공략 프로젝트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도 진행되었다.

여태명씨와 정고암, 박방영 세 사람이 벌이는 캘리그래피 퍼포먼스로 시민들의 발걸음을 모았고,

판화가 오윤의 ‘칼노래’, 홍선웅씨의 ‘역사의 길’, 이철수씨의 북을 쳐라 ‘새벽이 온다’ 류연복씨의 ‘따로 또 같이’.

이상호씨의 ‘무제’, 박제동씨의 그림을 정찬민씨가 각을 한 ‘세월호 미 수습 이웃9인’, 이윤엽의 판화 복합판 등

대형 걸게 그림이 걸려 광화문광장을 판화가 펄럭이는 축제 광장으로 만든 것이다.

김준권, 류연복, 김진하, 김천일, 정복수, 이재민, 김 구, 김 억, 한상진씨 등 많은 작가들의 일사불란한 현장작업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그림판에 볼거리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세종대왕상 뒤편 인증샷 배경막에서는 사진가들의 ‘그 날, 나도 거기에 있었다’ 초상사진 찍어주기도 이어졌다.

정영신, 엄상빈, 남 준씨도 나왔지만, 그 날 초상사진의 대부분은 양시영씨가 도맡아 찍었다.

오후5시 무렵에는 현수막을 미 대사관 앞의 경찰차벽으로 옮겨 갔으나, 국가 재산에 손 댈 수 없다며 경찰이 막아섰다.

그 많은 나라 돈을 거덜 내는 권력들이 국가재산 운운하며, 예술적 변신조차 용납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밀고 당기는 실랑이를 벌이며 작가들이 현수막을 들고 서 있기도 했으나,

결국은 경찰을 배경 조형물로 세운 채, 땅 바닥 전시를 하였다. 블리리스트 예술가들의 탄압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땅바닥 전시장은 많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박제동씨의 그림을 정찬민씨가 각을 한

‘세월호 미 수습 이웃9인’ 초상에는 애도하는 시민들의 촛불이 모여들어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 날은 '광화문 미술행동'에 함께한 장경호, 이인철, 성기준씨 외에도 행사장 곳곳에서 많은 지인들을 만났다.

강 민, 방동규 선생을 비롯하여 하태웅, 김창규, 김창주, 고옥룡, 손병주, 이정환, 이점숙. 임경일씨 등 많은 분들이 다녀갔다.

오는 14일 열릴 12차 촛불집회도 시민들이 벌이는 예술행동은 이어진다.
더구나 박종철, 이한열 열사 추모 30주년을 맞이하는 날이라 추모영상 상영과 헌화도 있다.

‘민미협’의 광장 깃발전과 윤여걸, 류연복씨가 벌이는 캘리그래피 퍼포먼스를 비롯하여

‘한국민족춤협회’에서 보여주는 ‘백년의 바람춤’도 선 보인다.

사진가들의 인증샷 초상사진 찍어주기와 작가와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글쓰기와 그림그리기 등

시민들의 예술적 저항의 불길은 꺼지지 않는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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