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도끼비들이 인사동에서 난장판을 벌였다.

지난 25일, 인사동 3.1갤러리에서 무세중선생의 난장 굿 ‘지랄발광’이 열렸다.

도깨비로 분한 무세중(이시미), 한호선(말뚝이), 유준식(취발이), 장성진(마당쇠), 강지수(쇠뚝이), 원건희(꺽쇠)씨와

신받이로 나온 무나미씨가 어울려 잘못된 세태를 풍자하는 신명난 굿판을 벌인 것이다.
선인들이 탈을 쓰고 사악함을 쫓으려 했듯, 우리의 탈 대신 바디페인팅으로 얼굴을 가리고

썩어가는 사회와 정치, 도덕성을 통렬하게 꾸짖었다.

무세중선생의 그 펄펄한 광대끼와 카리스마는 아무도 못 말린다.
임산부처럼 불룩 나온 배로 뒤뚱 뒤뚱거리며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났다.
그러한 무쇠 같은 정신력이 팔순이 가깝도록 그를 건재하게 하지 않았나 싶다.
여지껏 그 끼를  감싸 안아 온 부인 무나미선생도 꼭 그를 닮았다.

‘대동전위극단’ 예술감독인 무나미선생도 전설 같은 삶을 살아오신 분이다.
꽃다운 나이에 무세중선생의 굿에 빠져 모든 것을 바쳤다.

그 끼 하나 때문에 세상 여자들이 탐하는 모든 것 버린 채, 오직 몸짓 하나로 한을 풀며 예술혼을 불태운 것 아니던가.

 

어렵사리 외딴 지역 비닐하우스로 비는 피하고 있으나 되주에 쌀이 떨어졌는지, 고물차에 기름이 떨어졌는지,

그 살림살이는 보나마나 뻔하다. 공연 날도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않고 굿에만 혼을 쏟았단다
돈 없고 배고픈 건 참고 견딜 수 있어나 굿판을 벌이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도깨비 난장굿 “지랄발광”이 막을 올리기 까지 어떠했겠는가?
물론 분장이나 사진, 홍보물, 장소 등을 제공해준 김선미, 장성하씨 등

여러분의 도움이 있어 가능했지만, 그 다음은 어쩔 것인가.

그래서 무세중선생께 정중히 제안 드리고 싶다.

어제 ‘지랄발광’을 지켜보며, 왜 이렇게 좋은 굿판이 좁은 지하공간에서

주변사람들 끼리 감상하는 공연에 머물러야 하는지 안타까웠다.

기획과 홍보를 제대로 해, 큰 무대에 한번 올려보자.

입장료 수익도 수익이지만, 이 잘못된 세상을 실랄하게 비판하는 후련함을 많은 대중들도 함께 느끼게하자는 것이다.

무세중 선생은 “많은 사람들이 오는 걸 원치 않는다. 사람이 없어도 좋으니 우리끼리 계속 할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지만, 그건 아니다 싶다.


큰 무대에 올리려면 첫째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도깨비들이 비판하는 말들을 추임새처럼 관객들도 외치게 해야 한다.
그리고 도깨비들의 신명난 판을 만들려면, 무선생의 지휘아래 젊은이들 위주로 새판을 짜야한다.

중간 중간 흥겨운 도깨비들의 다양한 깨춤을 보여줄 때는 사물놀이를 동원해서라도 관객들을 지루하지 않게 해야 한다.
시건방진 참견이라고 나무랄지 모르지만 한 번 고려해 보시길 바란다.


이 날 공연은 30명밖에 관람할 수 없는 자리였으나 40여명이 입장하는 성황을 보였다.
이 공연을 위해 멀리 남해에서 삼신할미상을 만들어 온 조각가 김동환씨를 비롯하여 음유시인 송상욱선생, 사진가 김상훈,

정영신씨, ‘아라아트’ 김명성씨, ‘아리랑가든’ 유재만씨 등 아는 분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무세중 난장굿 '지랄발광'은 오는 28일 일요일까지 열린다.

26, 27일은 오후8시부터, 일요일은 오후5시부터 인사동 '31갤러리'에서 있으니 꼭 한 번 관람하시기 바란다..

 

사진 : 조문호,정영신 / 글 : 조문호

 

 



무세중의 도극퍼포먼스 "곡 난장굿" 세째날 펼쳐진 한호선의 남굿 "철의 장막을 뚫어라" 공연사진 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