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건식 원로 변호사가 이끄는 “인사동을 사랑하는 모임”(약칭, 인사모) 9월 정기모임이 지난 23일 오후 인사동 ‘툇마루’에서 있었다. 이 모임이 오랜 세월 명맥을 이어 올 수 있었던 것은 민건식 회장의 인사동에 대한 애정도 한 몫 했지만 ’통인가게‘ 김완규씨의 집착과 노력에 의한 것이다.

지난 7월 모임은 일 때문에 참석 못했는데, 김완규씨의 득달같은 채근에 8월엔 빠지지 않으려고 기존 약속을 바꾸어가며 날자 까지 비워두었으나, 정작 당일엔 일에 몰입하다 시간을 놓쳐 또 가지 못한 것이다.

 

“아이구! 오랜만입니더, 이거 몇 년 만에 만나는지 모르겠습니더!”라고 너스레를 떨며 ‘툇마루’를 들어서자 민회장님이 빙그레 웃으시며 맞으신다.

이날 모임에는 바쁜 일이 많은지 민회장을 비롯하여 김완규, 박일환, 강봉섭, 이목을, 송재엽, 강윤구, 박원식, 전병태씨등 열 명밖에 나오지 않는 저조한 출석률을 보였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만찬을 즐기는 것으로 끝나지만, 때로는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를 풀거나 간혹 지방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하루 한 시간쯤은 쓸데없는 농담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뇌에 좋다“는 말을 누가 꺼내 이날의 주된 화제는 뇌 건강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을 잘 아는 전병태씨가 요즘 시중의 화제가 되고 있는 성추행에 앞서 그 분의 천재적인 두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박희태씨 친구인 민회장 께서 대뜸 ”그 친구 치매 초기야!“라며 말을 끊었다.

그래서 자연히 치매이야기로 이어졌는데, 머리를 많이 쓰면 치매 걸릴 확률이 적다고 알려졌으나 정반대의 학설이 있다는 것이다. 즉 천재이거나 머리를 많이 쓰는 사람일수록 치매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바보는 치매에 걸릴 수 없으니, 복잡하게 머리 쓰는 것 보다 모든 것을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뇌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였다.

요즘 나도 모던 걸 잘 잊어버려 아내로부터 치매초기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지난달 모임을 잊은 것도 그런데 연유되지 않았는지 걱정스럽다. 결국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면 머리를 쉬게 해야 한다는 결론이었으나,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 지긋 지긋한 속세를 떠난다면 모를까...

 

오랜 세월 술자리에서 사진을 찍어 왔기에 익숙하긴 하지만, 왔다 갔다하면 솔직히 술맛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오 가는 술잔에 취기가 올라 슬그머니 보따리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술 취하지 않으면 카메라 들고 설치기도 그렇지만, 일단 몸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습관인지 모르지만 대상에 집중하다 보면 술도 덜 취하는 것 같았다.

 

모인 장소가 푸르스름한 형광 빛이 내려 비치는 늘 같은 장소라 재미가 없었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선상님들 몽타주 좀 만들겠습니더!”

강제 양해 후, 집중 사격을 가해 아래의 지명수배자 사진을 만들었다.

 

 

 

지명수배자 들

 

죄목 : 인사동을 사랑한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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