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 동자동 쪽방촌 도시락 나눔 행사에 참여하며 여러 집들을 방문했는데,

그 날 찾아 본 구역의 환경이 서울역 주변 쪽방촌에서 제일 열악했다.

 

우리나라 대표적 슬럼가로 꼽을 수 있었는데, 아직 그러한 집이나 방이 남아있다는 게 신기했다.

위생이란 말 자체가 사치스럽게 들릴 정도였다. 간신히 누울 수 있는 좁은 방에 늘린 어지러운 용품들,

자칫하면 넘어질 것 같은 비좁은 계단과 거미줄 같은 전선들이 불안감을 조성했다.

 

문제는 건물주들이 집보수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월세만 꼬박 꼬박 받아 챙긴다는 것이다.

어느 입주자의 이야기로는 겨울철 난방비를 정부에서 지원해주는데도,

저녁10시부터 새벽5시까지만 가동시켜, 겨울엔 추워서 지낼 수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문짝이나 전기 등, 문제가 있는 시설물도 지자체나 봉사단체에서 해 줄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다.

 

정말 나쁜 사람들이다. 그토록 더럽게 돈 벌어 어디에다 쓸까?

문둥이 코 구멍에 마늘을 빼먹지...

 

대개의 방엔 벽에 붙일 수 있는 얕고 작은 장식장이나, 밖에 별도로 보관할 수 있는 사물함,

그리고 선반제작 등, 방구조에 맞는 맞춤형 목공 지원이 절실했다.

좁은 방바닥을 정리해, 발이라도 편하게 뻗을 수 있도록 해 주었으면 좋겠다.

 


사진, / 조문호







































































 





지난 22, 동자동 쪽방촌의 실상을 알기 위해 도시락 전달 팀에 합류하여 몇몇 집들을 찾아보았다. 

안타까운 현장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온 방에 깨진  술병 조각이 나뒹구는 곳도 있었고,

일찍부터 술이 취해 길거리로 기어 나오는 사람도 있었다.

체념의 세월이 많은 사람들을 알콜 중독자로 만든 것 같았다.

 

동자동 놀이공원에는 모두들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인심 하나는 좋았다.

커피 한 잔을 마셔도 다 같이 한 잔씩 돌렸다.

그 곳에도 일찍부터 취해 쓰러져 자거나, 술을 마시다 상주하는 경찰에게 공원 밖으로 쫓겨나기도 했다.

 

확성기 소리에 이끌려 서울역 광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지하도를 비롯해 역 광장 곳곳에 술 취한 노숙자들이 쓰러져 자고 있었다.

그 사람들은 기초생활수급자란 정부의 지원마저 받을 수 없는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이라, 더 마음이 아팠다.

대부분 가족들에게 버림받거나, 살아 갈 의욕조차 잃은 사람들이다.

 

옆 에서는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에너지공기업 민영화 음모를 막으려는 궐기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궐기대회에 나선 사람들은 저 사람들처럼 노숙자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노숙자 귀에는 즐거운 비명쯤으로 들렸을 것이다. 세상이 너무 어수선하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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