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으로 이사 왔던 지난 3일, 도시락 자원 봉사하러 갔다.
그런데, 그동안 봉사해 온 ‘평화의 집’ 문이 걸려 있었다.

매 월요일과 목요일에 나누어주었는데, 개천절이라 쉬는 모양이었다.


발길 돌려 서울역 지하철 방향으로 내려가니 안면 있는 노숙자 한 명이 웅크려 자고 있었다.
그 위에 그려진 광고판이 너무 대조적이라 사진 한 장 찍었다.
서울역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돌아오니, 그 사이에 네 명이 앉아 술판을 벌여놓았다.
잠자던 노숙자는 인사동에서 여러 차례 만난 떠돌이라, 같이 앉아 막걸리 한 잔 얻어 마셨다.

동자동 공원으로 돌아오니, 그 곳에도 여러 명이 술자리를 만들어 놓았다.
오늘 이사 왔다는 최상섭씨와 정재헌씨 등 몇 명이 있었는데, 초장부터 다들 취해 있었다.
정재헌씨는 ‘희망 나눔 센터’에 빨래하러 온 김에, 한 잔 한다고 했다.


“이름은 알아 뭐 할끼고? 술이나 마시라”는 경상도 사내가 한 마디 했다.
“살 날이 많으니, 술은 천천히 마시는 기라. 더러운 세상 꼭꼭 씹어가며...”
최상섭씨가 너무 취해 횡설수설하니, 점잖게 한 마디 던진 것이다.

예쁘게 분단장한 김은자씨가 살며시 등장했다.

“공주님 넘 예쁘요”라고 칭찬했더니, 살포시 웃는다.
갑자기 경상도 사내가 “밥은 뭇나?”라며 내게 말을 걸어 와, 
“배달 봉사하고 한 그릇 얻어먹으려 했으나 그 날은 쉰다니 하늘 닫힐 때까지 기다려야지”라 했다.
그가 슬며시 일어나 매점에서 컵라면과 우동을 사왔다.

난, 컵라면을 좋아하지 않지만, 성의가 고마워 받았다.


“나도 사먹을 돈 있는데, 왜 쓸데없이 돈쓰고 그래”라고 말했더니,

“사람은 정이 있어야지, 정!”이라 했다.
그 흔해 빠진 정이란 말 한마디에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아! 씨발~ 눈물 떨어진 라면이 얼마나 맛있는지, 그 맛은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사진, 글 / 조문호




















셀카로 박았는데, 난 어디갔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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