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동자동 쪽방촌의 실상을 알기 위해 도시락 전달 팀에 합류하여 몇몇 집들을 찾아보았다.
안타까운 현장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온 방에 깨진 술병 조각이 나뒹구는 곳도 있었고,
일찍부터 술이 취해 길거리로 기어 나오는 사람도 있었다.
체념의 세월이 많은 사람들을 알콜 중독자로 만든 것 같았다.
동자동 놀이공원에는 모두들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인심 하나는 좋았다.
커피 한 잔을 마셔도 다 같이 한 잔씩 돌렸다.
그 곳에도 일찍부터 취해 쓰러져 자거나, 술을 마시다 상주하는 경찰에게 공원 밖으로 쫓겨나기도 했다.
확성기 소리에 이끌려 서울역 광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지하도를 비롯해 역 광장 곳곳에 술 취한 노숙자들이 쓰러져 자고 있었다.
그 사람들은 기초생활수급자란 정부의 지원마저 받을 수 없는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이라, 더 마음이 아팠다.
대부분 가족들에게 버림받거나, 살아 갈 의욕조차 잃은 사람들이다.
옆 에서는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에너지공기업 민영화 음모를 막으려는 궐기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궐기대회에 나선 사람들은 저 사람들처럼 노숙자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노숙자 귀에는 즐거운 비명쯤으로 들렸을 것이다. 세상이 너무 어수선하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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